[ 특집 ] 2002년09월18일 제427호 

‘정풍’에 출렁이는 지지율

추격받는 이회창 후보 불안한 선두…양자대결에선 정의원이 앞서

대선이 3개월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한치 앞이 안보이던 대선구도도 차츰 안개가 걷히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일단 ‘빅3+1약’의 대결구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3자 가상대결에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여전히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불안하다. 정몽준 의원의 추격세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8월 <한겨레> 조사와 비교할 때 이 후보는 5.5%포인트, 노 후보는 3.3%포인트 빠졌지만 정 의원은 4.2%포인트 올랐다. 정 의원과 이 후보의 격차 3.5%포인트는 오차 범위 이내다. 이런 추세라면 1등과 2등의 순서가 언제 뒤바뀔지 알 수 없다. 이 후보에겐 아들의 병역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노 후보에겐 신당추진을 둘러싼 당내 소모적인 논란이 악재로 작용한 것 같다. 정 의원은 정치권의 이런저런 공방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어서 유리한 조건이었다.

물론 정 의원의 높은 지지도가 거품으로 판명되면서 순식간에 꺼질 수도 있다. 노풍의 전례도 있다. ‘정풍’은 ‘노풍’과 다르고 할 수 있을까. 정풍이 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허무하게 쇠퇴하느냐. 관건은 정 의원이 출마선언 이후 본격적인 대선행보에서도 강점인 초당적 이미지를 잃지 않고 기성 정치와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 의원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온 이 후보와 노 후보쪽도 공격신호를 내렸다. 생존게임같은 혹독한 검증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지율의 내용을 뜯어보면 정풍과 노풍은 상당히 닮았다. 이는 두 사람의 지지기반이 겹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연령별로는 20대(32.2%)와 30대(33.3%)에서, 학력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층에서, 직업별로는 학생층(35.0%)에서 지지도가 높은 점이 그렇다. 정풍과 노풍의 유사성은 지역별 지지율에서도 확인된다. 호남지역에서 정 의원의 지지율(37.5%)은 노 후보(31.2%)의 그것을 이미 앞질렀다. 호남지역의 대선후보 선호도는 올해 초 이인제 의원에서 국민경선 과정에서 노 후보로 옮겨갔다가 다시 정 의원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전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아직 노 후보 지지도(49.4%)가 정 의원 지지도(33.7%)보다 높았다.

‘정풍’과 ‘노풍’이 닮은꼴이라면 정풍이 빠질 경우 이 후보쪽보다는 노 후보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는 3자대결에서 정 의원을 지지한 사람의 43%가 이 후보와 노 후보의 2자대결에선 노 후보쪽으로 옮겨간 점이 뒷받침한다. 이 후보쪽으로 이동한 사람은 23.9%에 머물렀다. 3자대결 때 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의 54.8%가 2자대결에선 정 의원쪽으로 이동했지만 이 후보쪽으로 이동한 사람은 16.8%에 그쳤다.

지역별 지지율 분포를 보면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우선 수도권에서 정 의원과 이 후보의 선두쟁탈전이 치열하다. 서울에선 이 후보(36.5%)가 정 의원(28.9%)을 앞섰지만 인천·경기에선 정 의원(32.0%)이 이 후보(27.8%)를 눌렀다. 대전·충청지역에서 정 의원 지지율(37.5%)이 이 후보(27.3%)나 노 후보(15.1%)보다 월등히 높게 나온 점도 궁금한 대목이다. 충청권 사람들이 자민련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영남과 호남지역 기반이 뚜렷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지역적 연고가 뚜렷하지 않은 정 의원쪽으로 기울었다고 일단 해석해볼 수 있겠다.

이 후보와 노 후보의 2자대결 구도에선 이 후보가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8월 조사에 비해선 격차가 조금 줄어들었다. 8월 조사 때 10.1%포인트이던 두 후보 간 격차는 이번 조사에서 7.3%포인트로 좁혀졌다. 병풍수사의 영향력 때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역별로 호남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우세했지만 충청지역의 지지율 격차(3.5%포인트)는 크지 않았다.

이 후보와 정 의원의 2자대결 구도에선 정 의원이 4.9%포인트의 차이로 앞섰다. 8월 조사 때보다 격차가 1.2%포인트 늘었다. 정 의원은 영남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50대와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정풍’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