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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특집 | 등록 2002.08.14(수) 제42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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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칼바람 세무조사? 빈 칼! 세제개혁으로 방향 틀어야 할 부동산 안정대책… 대체주택지 개발도 주요과제
지난 8월9일, 재건축 아파트 자금출처 조사 등 세무조사를 동원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으로 강남지역 아파트값 폭등세는 한풀 꺾이고 있다. 한바탕 찬바람이 휩쓸면서 거래도 끊기다시피 했다. 이번 대책은 △강남지역 아파트 기준시가를 재조정해 올리고 △아파트 재건축 요건을 강화하고 △경기도 지역까지 투기과열 지구로 지정하는 등 사뭇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세무조사 수그러들면 아파트값 더 뛴다?
하지만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는 쪽은 거의 없다. 무주택 서민들은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분위기만 썰렁하게 만들 뿐 엄포에 그치고 마는 세무조사는 그만두라”고 한숨짓는다. 부동산중개업소들도 “투기하는 축은 바짝 엎드려 급한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집값이 들썩거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3월에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처럼 일과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치솟는 집값을 세무조사로 다스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 들어 이미 두 차례 세무조사가 진행됐지만 집값 폭등세가 되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오히려 세무조사 불똥이 수그러들 때쯤이면 아파트값이 더 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세무조사 여파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 그만큼 값이 더 오른다”며 “집을 팔더라도 집주인이 기준시가 인상에 따른 늘어난 양도소득세 부담을 매수자한테 떠넘기면서 집값이 또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내놓은 부동산 안정대책은 전반적인 부동산값 안정보다는 ‘투기 차단’에 맞춰져 있다. 투기 바람의 진원지인 강남 재건축 시장에 칼을 들이대 급한 불을 끄면 다른 지역으로 집값 급등세가 번지는 것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바꿔말하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택경기를 크게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강도높은 대책을 구사하더라도 아파트값을 크게 떨어뜨리는 특단의 대책은 결코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다. 부동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지만 ‘빈 칼’을 휘둘러보는 것쯤으로 대수롭잖게 본다는 것이다. 강남지역 아파트는 재건축 13평형이 3억5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도무지 상식과 경제논리가 통하지 않고 있다. 누구나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파트를 산다.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돈 놓고 돈 먹기’ 판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면 부동산 투기판이 순수한 ‘강남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강남지역 집값 폭등은, 그 뒤에 내집 마련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수많은 서민들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집 없는 서민들을 볼모로 강남 사람들이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폭등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면서 무주택자들은 다시 한번 쓰라림을 맛봐야 한다.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 강화로 바꿔야
정부는 강남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고 이번 부동산 대책을 짰다. 그러나 집값 상승이 이미 강북과 새도시로 퍼져나가고 있는 만큼 세무조사 등 ‘세정’으로는 안 되고 ‘세제’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산세 부과기준인 과세시가표준액(과표)을 현실화하는 등 부동산 세제를 현행 거래세(집값의 6%인 취득세·등록세, 양도차익의 9∼36%인 양도소득세) 중심에서 보유세(시가표준액의 0.3∼7%인 재산세) 강화로 바꾸야 한다는 것이다. 보유세 강화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서민표를 잡기 위한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그러나 조세저항에 부닥쳐 번번이 헛된 공약에 그치고 말았다. 여기에는 내 집을 갖고 있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54.2%에 이른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그러나 도시 근로자로 보면, 소득수준에 따른 10가지 부류 중 저소득층(소득수준 하위 10∼30%)의 주택보유 비율은 37∼41%에 불과하다. 부동산 세제는 과거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투기억제를 위해 도입한, 거래세 중과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세를 무겁게 물리는것조차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과표 현실화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서초구 아파트 단지의 시가표준액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14∼2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집값이 덜 오르는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은 땅값이 반영되는 탓에 과표가 40∼53%로 아파트보다 오히려 실거래 가격에 근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아파트값 차이가 재산세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뱅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당 아파트값은 강남구가 1442만원으로 가장 높고, 금천구가 503만원으로 가장 낮다. 강남구 도곡동 주공 1차아파트 10평형은 평당 4750만원인 반면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는 평당 317만원에 불과하다. 집값 차이가 무려 15배다. 그런데도 내는 재산세는 거의 똑같다. ‘실태파악’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실거래 가격 및 거래량을 정확히 잡아내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실제 거래값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보니 재산세 과표도 평수와 신축 연도에 따라 적당히 물리고 마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여야 집을 소유와 투기의 대상이 아닌 본래의 주거공간 개념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자료를 토대로 한 ‘진단’이 부실하다 보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없다. 집값 안정대책이라고 나오는 게 늘 세무조사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서민들은 집값이 뛸 때마다 단골처방으로 내놓는 세무조사가 약발도 먹히지 않고, 이제는 지겹다고 말한다. 불만을 잠시 달래주고 마는 일과성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켜라
세제 개편뿐만 아니라, 난개발로 지어진 새도시가 아닌 ‘진정한’ 제2의 강남을 건설하자는 안도 집값 안정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당 새도시를 만들 때 ‘제2의 강남’이라고 했지만, 분당의 부자들은 요즘 강남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자녀 교육문제와 교통문제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강남 개발 초기에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제대로 분양이 안 됐다. 강남 인구 유지를 위해 강북의 명문고들을 대거 강남으로 옮겼지만 이제 강남에 집중된 명문고들을 다시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켜야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강남지역 집값 급등은 투기세력뿐만 아니라 ‘강남’이란 지역이 갖는 메리트에서 비롯된다. 자녀 교육을 위한 실수요 욕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투기자금 유입을 차단한다는 이번 대책은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김현아 연구원은 “강남 주택시장은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에 한계가 있는 만성적인 수요 초과에서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며 “강남의 고소득층이 이주해갈 만한 마땅한 대체 주택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취학 자녀를 가진 가구 수를 비롯해 계층별, 소득수준별 주택 수요자, 그리고 강남 이주 희망자에 대한 정확한 추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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