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8월28일 제424호 

인공기를 자유롭게!

북한기 게양 논란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 독립 국가로 인정하며 통일열망을 현실로


사진/ 지난 8월14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5천m 경기에서 우승한 북한의 함봉실 선수가 트랙을 돌고 있다. (AP연합)


국기는 어디까지나 상징일 뿐이다. 국기는 그것을 채택한 나라의 공식적인 상징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기는 애초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먼 옛날 국기는 전쟁터에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를 식별하기 위해 사용됐다. 개별 민족국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외부적으로 드러내보이기 위한 통합의 상징으로 국기를 활용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북한 국기의 게양과 응원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서방인으로서 나에게 어느 쪽이 타당한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예스’라고 답하고 싶다. 북한 국기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수 논객들은 인공기 게양 허용이 한 국가로서 한국의 정통성을 해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제 행사가 열리는 다른 나라 영토에서 참가국의 국가적 상징물을 게양하는 것은 국제연합 회원국의 당연한 권리다.

냉전 시기에 옛 소련 국기는 국제연합 건물에 당당하게 내걸렸다. 국제 행사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옛 소련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나라, 실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국제연합 회원국이고, 그 기구 내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는 엄연한 실체다. 통일을 향한 남북한 사람들의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기 전까지 북한은 독립된 국가로 다뤄져야 한다.

국제연합 회원국의 당연한 권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선보인 이른바 ‘한반도기’는 대안으로 고려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일 뿐이지 현실적이지는 않다. 한반도기는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기를 바라는 한반도인들의 열망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거니와 통일은 희망이고 열망이지 현실이 아니다. 만일 북한이 현실적이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면 한반도기는 통일을 향한 열망에 더 큰 힘을 보태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민은 북한이 독립된 나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 국기가 남쪽 당국에서 지정한 특정한 장소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행사장에서 펄럭일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이런 조처가 국가보안법을 어기는 행위라는 일각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정치인들은 수년간 이 법을 다소 주관적인 방식으로 해석해왔다. 따라서 이 법을 집행할 때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대다수의 나라들은 북한을 세계 각 나라의 아량에 기대 살아가는 ‘사지를 절단당한 환자’로 인식한다. 북한은 외부 원조가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나라로 보인다. 최근 남쪽에서 북한에 식량 등을 대량으로 지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 국기를 둘러싼 논란은 아주 부질없어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북한 국기는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는 비단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헌장 규정을 따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남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에서 열세 번째로 큰 경제대국으로서, 그리고 북녘 동포들을 돕는 나라 한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태극기를 마음껏 흔들어라. 그리고 가난한 형제 나라인 북한 동포들에게도 그들의 국기를 흔들게 하라.

크리스 프라이스/ <디지털조선> 영문판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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