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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째깍째깍’ 97년에 터지지 않았던 병풍의 뇌관… 면제 ‘배후’ 윤곽 드러나 정치적 해결 난망
그런데 수사 초기부터 “90∼91년 정연씨와 수연씨가 체중 미달로 병역을 면제받게 된 과정에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연루됐다”는 뜻밖의 주장이 터져나왔다.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가 녹취록 등 관련자료를 공개하자, ‘배후’로 지목된 김도술씨는 ‘말 바꾸기’를 반복하며 이를 부풀렸다. 이 후보 아들들의 병역문제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97년에서 90∼91년으로 시점 이동을 한 이유다.
면제 과정 밝힌 뒤 은폐 규명
검찰수사가 병역면제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됐는지에 맞춰졌지만,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병적기록표 자체가 물음표 투성이인데다, 97년 7월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역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이어져온 ‘은폐·조작설’ 등 각종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병역면제 과정 자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될 즈음 ‘은폐대책회의‘가 다시 한번 논란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잘 알려진 대로, 당시 국회에서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역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은 옛 국민회의 소속 천용택 의원이다. 천 의원은 그해 7월8일 국방부에 “정연(102보충대·춘천병원)씨와 수연(306보충대·수도통합병원)씨의 재신검 판정 사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7월21일 국방부는 “공문서 분류 및 보관에 관한 규칙(총리령 제615호)에 따라 3년 보존 뒤 폐기했으므로 자료제출이 불가함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가 보내온 답변서에는 △징병검사 결과 처리(3년) △정밀검사 의뢰 및 결과 처리(3년) △귀향자 처리(3년) 등 문서규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파기됐다는 귀향자 처리 관계문서 4종이 적혀 있었다. 여기에는 진단서·병역증·귀향자 명부와 함께 논란의 핵심인 병적기록표가 포함됐다. 그해 7월23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된 의혹이 쏟아지면서 정국은 격랑을 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문제의 병적기록표는 파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7월28일 열린 국회 사회분야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잇단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던 고건 당시 총리가 병적기록표가 파기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정연씨의 최초 신체검사 때 체중을 확인해본 결과 55㎏이었다. 이는 병무청장에게 병적사항을 병적기록카드를 통해 확인하도록 지시해서 보고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고 총리의 답변이 나오자 야당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총리와 국방부 간에 무언가 혼선이 빚어졌으며, 적어도 둘 가운데 한쪽에서는 국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회의 이성재 의원은 “국방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국방부와 병무청에서 자료를 제출하면서 “이회창씨 두 아들의 병역 관련 서류는 ‘공문서 분류 및 보존규칙에 따라 이미 폐기됐다’고 했다. 폐기됐다던 공문서가 이렇게 분명히 있는데, 국방장관과 병무청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병적기록표 애초부터 따로 보관했다”
‘잠적’한 병적기록표가 공개됐으나,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공개된 병적기록표에 가필 흔적이 있는 등 헛점이 많은데다, 파기됐다던 공문서가 뒤늦게 공개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정연씨의 병적기록이 오랫동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가필 등 조작과정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그동안 총리와 국방장관 간에 병적기록 파기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은 것도 이 때문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최근 김길부 전 병무청장이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그는 지난 8월6일 일부 언론만을 선별해 기자회견을 열어 “이정연씨의 병적기록표를 당시 병무청 징모국장에게 보관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병적기록표가 파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당시 병무청 징모국 간부도 “병역이 면제(5급 또는 6급)된 사람의 병적기록표는 45살이 되는 해까지 보관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정연씨의 병적기록표는 당연히 병적지인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견에서 김 전 청장은 “(병적기록표를 따로 보관한 이유는) 관련된 국회의원이나 권력자들로부터 원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여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를 병무행정 최고 책임자가 따로 보관했다는 것 자체가 위·변조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연일 격화된 논란을 지켜봤을 김 전 청장이 고 전 총리가 지시한 뒤에야 뒤늦게 이를 공개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병무청 징병검사과장을 지낸 정환식 현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은 이에 대해 “이정연씨의 병적기록표 존재 여부가 국회에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되었을 때야 국방부에서 ‘이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없다’고 답변한 사실을 알았다. 국방부 장관에게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적기록표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한 뒤 고건 전 총리에게 최종보고해 국회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병무청 국회 연락관을 지낸 이아무개씨도 “병적기록표가 파기됐다고 국방부에 확인해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국회로 답변서를 보내기 전에 병무청에 구두로 확인해 문서가 파기됐음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병역논란 이번에는 종지부 찍을까
정치권을 달군 병역논란이 그해 8월 초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뒤 쉽사리 사그라진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은 이른바 반노·친노파의 첨예한 대립 속에 내부 진통을 겪고 있어, 병역논란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한나라당 역시 검찰이 수사까지 시작한 상황에서 더 이상 덮어두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병역논란은 97년과 달리 “어떤 식으로든 끝을 보고야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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