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병역비리 매듭이 풀린다 ‘김대업 테이프’에 청탁 내역 드러나… 한나라당 ‘조작극’ 공세에도 검찰수사 급물살
“예.” 김대업씨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맏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지검에 제출한 테이프 녹취록에 나오는 대화 내용의 한 대목이다. 그동안 부분적으로만 내용이 알려져 있던 녹취록은 지난 8월18일 김대업씨 변호인쪽이 전문을 공개함에 따라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상자기사 참조). 김대업씨는 이 테이프가 전 국군수도통합병원 부사관 김도술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 장소는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병역비리 군·검·경 합동수사본부, 녹취 일시는 1999년 3∼4월께로 특정되어 있다. 녹취록에는 그동안 김대업씨가 주장해온 정연씨의 병역면제 청탁 과정과 관련 인물, 오고간 돈의 액수, 한인옥씨 연루 여부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또한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대화 당시 이미 김도술씨가 이런 내용을 자술서에 기록했고, 당시 조사가 처음이 아니라는 단서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정연씨와 관련한 군검찰의 조사기록이 당시 존재했다는 뜻이다. 해당 기록이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으로 넘어온다면 김도술씨 성문 분석 결과와 함께 ‘김대업 테이프’의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짜깁기 녹음’ 주장 설득력 잃어
그런데 한나라당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쪽은 치밀하게 준비된 자료로 의혹의 실체를 뒷받침하려 하는데, 상대쪽은 그 자료의 치밀함을 오히려 조작과 공작의 근거로 물고늘어지는 형국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김도술씨가 테이프 녹음 사실과 조사받은 사실을 모두 부인할 때만 해도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인용해 논평과 성명을 발표했으나, 그가 한발 빼는 순간 “김대업과 김도술이 한패가 되어 만든 조작”이라며 김도술씨를 ‘무자비하게’ 찍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병적기록표를 둘러싼 의혹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 8월14일 천용택 민주당 병역비리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병역비리의 종합교본’이라는 제목을 단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적기록표 확대복사본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섣부른 제목이다. 문제의 병적기록표에서 병역비리를 직접 보여주는 내용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집착하면 그렇다. 녹취록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이 또한 한사코 ‘우연한 행정 실수’라고 주장한다. 다만 앞뒤가 안 맞는 실수의 흔적이 발견됐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 특히 맏아들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는 비정상적인 내용이 정상적인 내용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재 자체가 불가사의다. 비정상적인 기록이 드물게 개별적으로 나올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우연한 실수가 이처럼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는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는 공문서다. 다른 수십만, 수백만개의 병적기록표가 엄격한 국가 관리로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한나라당은 아무 설명이 없다. 음모라면 초등학교 1학년생 받아쓰기 공책보다 못한 이런 공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부터가 음모라야 옳다. 민주당은 최근 정연씨의 병적기록표에 나오는 위·변조 흔적만 20개에 이르는 것으로 정리했다(표 참조).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찾은 것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이것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그렇다는 얘기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정연씨의 병적기록표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의문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 의문점들은 마치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어 난해한 전체 그림을 맞추려면 아직 많은 사실들이 규명되어야 한다. 그것은 누가, 언제, 왜 이런 병적기록표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서울지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정연씨의 병적기록표 작성 과정에 관련된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수사하다 보면 정연씨의 신체검사와 면제판정 전 과정을 꿰고 있는 인물과 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허점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대업씨의 녹취록에서 제기된 병역면제 불법청탁 의혹도 이 과정에서 함께 규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정연씨의 병적기록표에 나타난 여러 흔적들로 볼 때 병적기록표가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위조되거나 변조되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단계에 걸쳐 ‘다듬어진’ 기록일 거라는 얘기다. 특히 정연씨의 병적기록표에 이름과 가족관계, 학력 등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확인도장을 찍은 최초 작성자인 전 종로구청 병사계 직원 박아무개씨가 “내 글씨체가 아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에 주목해, 지금 남아 있는 병적기록표가 애초에 작성된 원본이 아닐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기 과정에도 의혹… 단서 엮어 실체 규명
특히 검찰은 면제판정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것과는 별도로 정연씨가 면제판정을 받기 전 병역 연기 과정에서의 문제를 보여주는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병적기록표로 보면 정연씨는 미국 유학 기간에 모두 네 차례 병역 연기 신청을 냈다. 83년 한국에서 대학을 중퇴한 정연씨는 뉴욕주립대 학사 과정에 입학해 87년 졸업했고, 이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검찰은 병적기록표에 나타난 네 차례의 연기 시점과 기간을 정연씨의 단계별 학위 시기와 면밀히 비교·검토해 연기 과정의 불법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5년 전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성토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제 와서 정반대로 말을 바꾸는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인들이란 상황에 따라 관점과 주장을 바꿀 수 있는 직업군이다. 그러나 지금 분명한 것은 병역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단서들이 5년 전보다 훨씬 많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개별적인 단서들이 서로 교차하며 엮여가고 있다”며 “쉽지만은 않겠지만 진실은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글>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