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고급백화점의 명품관. 같은 서울시에 속하면서도 강남은 강북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삶의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집값 폭등의 진원지는 늘 ‘강남권’이다. 강남의 집값 상승은 또한 곧바로 전세가 앙등을 불러왔다. 강남 아파트에서 빌라나 외곽의 아파트로, 다시 다세대 주택으로 옮아가는 연쇄 주거이동의 시발점은 지난 수십년 동안 변함없이 강남이었다. 그 결과 강남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이 됐다. 개발 초기 이주민과 원주민이 뒤섞였던 강남은 한국 최대의 고급 주택가로 탈바꿈했다. 강남의 현격한 집값 상승은 여타 지역과의 계층적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이제 강남은 서울특별시 안의 특별구로 불린다. 같은 서울시에 속하면서도 강남은 강북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삶의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고소득 가구는 대치동·압구정동순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원은 지난 7월31일 ‘강남지역 주택시장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강남구와 서초구 거주자들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여러 통계자료를 담고 있다. 통계는 지난 4월8일부터 2주일간 강남·서초구 거주자 3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비교를 위해 양천구 목동과 용산구 이촌동 거주자 201가구도 함께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권 거주가구의 월평균 수입은 강남구(31.5%)와 서초구(32.8%) 모두 301만∼400만원이 가장 많았다. 서초구는 201만∼300만원대가 24.4%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강남구는 501만원 이상(26.5%)과 401만∼500만원(25.4%)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 계층이 더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 강남구에서도 특히 고소득 가구가 많은 곳은 대치동으로, 조사 가구의 40.7%가 501만원 이상이었다. 다음으로 압구정동(28.8%)에 고소득 가구가 많았다. 최근 강남지역 집값 서열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목동은 201만∼300만원대, 이촌동은 301만∼400만원대가 가장 많았다.

주거비는 월평균 56만3천원(강남구)과 55만5천원(서초구)으로 목동(38만4천원)과 이촌동(47만8천원)보다 많았다. 사교육비도 강남구가 월평균 9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도 76만6천원에 이르렀다. 이촌동은 80만1천원, 목동은 68만9천원이었다.

강남으로 이주하게 된 이유로는 교육환경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강남구의 36.1%, 서초구의 35.3%가 이를 이유로 들었다. 특히 개포동(75%)과 도곡동(65.7%), 대치동(57.4%) 주민 가운데 “학군 등 자녀의 교육환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척 높았다. 목동(25%)과 이촌동(9%)은 그에 못 미쳤다. 이 밖에도 강남 주민들은 교통편리와 주거환경 등을 주요 이주 이유로 들었다. 재산증식을 택한 비율은 강남 5.8%, 서초 2%로 높지 않았다.

강남 대체할 주택지를 찾아라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은 차가 비율에서도 반영돼 나타났다. 강남지역 전·월세 거주자의 3분의 1 이상(강남 34.5%, 서초 36%)이 다른 지역에 자기 집을 지닌 채 강남지역에 옮겨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자녀들의 교육환경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보고서는 △교육환경에 대한 중시 △현 거주지에 계속 거주하려는 거주관성이 높다는 점 △더 넓은 주택에 살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점 △가격 상승의 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는 점을 강남지역 주택시장의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또 강남권의 집값 폭등은 이러한 시장 특성에 기인한 만성적인 수요초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강남권을 대체할 수 있는 고급 주택지 개발 등을 통한 수요분산과 대체공급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건축 제한 등 단기적인 투기 억제책과 더불어 교육제도의 개선 등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