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북한 군부는 당의 결정을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군 수뇌부가 대집단체조를 관람하고 있다.

북한 ‘경제관리 개선’에 관한 군부의 반응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경제관리 개선’은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원칙을 지키면서 상품·화폐 경제를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기능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재래식 사고에서 벗어난 대담하고 혁신적인 것’(일본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7월26일치)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우리는 왜 ‘대담한 혁신’에 대한 군부 반응을 궁금해하는 걸까. 무엇보다 이런 경제적 변화가 군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사회정치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정말 그럴까. 북한 군부는 본래 보수 강경파라서, ‘시장’에 저항하거나 쿠데타를 해서라도 시장과 변화를 공격하려고 할까. 이런 의구심의 배경에는 먼저 군부가 경제개혁으로 이익을 볼 것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북한 군부는 무력 집단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경제 단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선인민군 산하에는 수 많은 무역회사가 있고, 무기수출로 적지 않은 외화벌이를 한다. 전체 북한 수출의 30%가 무기수출이며 민간부문의 경제와 달리, 제2경제라는 군수산업 부문이 따로 있고 이를 전담하는 제2경제위원회라는 기구도 있다. 이런 현실은 북한이 낡은 경제관리체제로 인해 고통을 받으면 군부도 고통을 받으며 혁신으로 북한 경제에 활력이 생기면, 군부 역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등 군부 이해와 사회정치 변화의 흐름이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 군부도 1985년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경제우선의 원칙에 따라 병력감축을 단행해야 했지만, 개혁·개방이 본궤도에 오른 90년대 들어서는 군 자체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수입 증대 및 숙원인 ‘군 현대화’라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 중국 군대가 개혁·개방의 확고한 지지자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북한 군부도 체제 변화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북한군은 경제 사정이 나쁠 때조차 최고대우를 받아왔다. 민간 경제부문의 공장 가동률이 10∼20%에 지나지 않을 때 원자재를 최우선 공급해주고 생산라인을 잘 갖춘 군수공장의 가동률은 60∼70%에 달했다. 이번 임금 인상에서도 노동자·농민·사무원이 10배 오른 데 비해 군인은 관료와 함께 14∼17배나 올랐다.

막연한 선입관과 달리, 그동안 김정일체제가 추구한 대외관계 개선을 군부가 저지하거나 막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2000년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미, 박재경 인민군 총정치 부총국장의 서울 방문 등 군 지도자가 오히려 북한 변화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경의선 연결,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 더 진전되면, 군 기지가 있는 지역이 남쪽에 열리게 되지만, 아직까지 군부가 반대한다는 소식은 없다.

이렇게 북한 군부가 변화에 적응하고 일부 앞서는 인상까지 주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 일반의 당-군 관계, 북한 유일지도체제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당 헤게모니를 전제로 하는 사회주의 군대는 일반적으로 당의 결정에 도전하지 않는다. 물론 드물지만, 군부가 쿠데타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의 이름으로 당의 재건을 위해 개입하거나(81년 폴란드), 옛 체제 붕괴에 군부가 앞장서거나(89년 루마니아), 군부 내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91년 소련)로, 비사회주의 국가의 쿠데타와는 성격이 다르다. 89년 동유럽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전환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 때도 군대는 중립을 지키거나 민주적 개혁을 지지했다.

더구나 북한은 유일지도체제라는 오랜 이념적·조직적 통제장치가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철저하고 완벽하다. 군부가 당과 김정일의 결정과 지시를 벗어난다는 것은 현재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무리 ‘선군정치’라고 해도 군대가 “당이 내린 명령집행에 대한 무조건성의 정신”(<노동신문> 1997년 5월 19일치)을 잘 따르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북한 군부가 보수 집단인 것은 사실이다. 어떤 정책에 대해 강경파의 입장을 대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과 김정일 위원장이 내린 주요 결정을 반대하거나 뒤집을 권리·능력·의사가 그들에게는 없다. 군부는 개혁·개방의 선구자는 아니더라도 방해자는 아니다.

이대근 / 경향신문 논설위원·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