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8월01일 제420호 

인민의 돈벌이, 공화국 살릴까

생산주체 자율권 확대로 시장경제 출범… 불안요소 많아 경제회생 여부 불투명


사진/ 북한에도 내수시장이 싹틀 기능성이 엿보인다. 연간 100만벌의 남성복을 생산하는 개성 애국피복공장.


이달부터 북한은 식량배급제를 축소하고 물가와 임금을 대폭 올려 현실화하는 등 경제개혁 조처들을 단행했다고 한다.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생산 주체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사유재산과 시장경제 개념을 접목한 것이다. 놀라운 변화다. 북한은 이제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시급한 식량난 등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계획경제의 틀 안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분명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길로 접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고, 벌지 못하면 쓰지도 말라”는 어느 개혁 운동가의 주장처럼 생산적 노동개념을 도입한 것이나 생산 주체들의 자율권을 확대한 것은 곧 시장경제의 출발로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식 독립채산제 뿌리내리나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북한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먼저 공장·기업소 등 독립채산 단위별로 생산 및 수익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부 협동농장에서는 3∼4가구를 한 분조로 묶어 농사를 짓게 하고, 목표초과 생산량을 자체 분배하는 ‘가족 분조제(分組制)’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장과 기업소, 주민들은 돈벌이에 눈을 뜨면서 크고 작은 시장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독립채산제를 넓혀, 기업이나 공장이 임금뿐만 아니라 퇴직자의 생활까지 책임지는 중국식 독립채산제와 비슷하게 발전할 수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몇 차례 연합기업소 등 산업조직을 개편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 ‘시장’과 ‘경제’ 개념이 주민들 속으로 더욱 깊이 확산될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가 이들의 생활을 책임졌지만 이제는 개개인 스스로 챙겨야 할 몫이 커졌다. 이것은 제한적이나마 북한에도 내수시장이 싹틀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매우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셋째, 대외무역이 확대될 것이다. 개별 공장·기업소 등의 재량권이 확대되면 독립채산 단위별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앞다퉈 수출 등 외국과의 무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우선적으로 변경무역 등 중국과의 교역확대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남한과는 농림수산물·철강·광산물 등의 수출이나 임가공, 계약재배와 같은 다양한 사업들이 새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분야도 다변화되어 식품 등 먹을거리와 의류·속옷·신발 등의 생활용품 분야 협력도 활성화될 것이다.

하지만 불안요인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만성적인 공급부족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해소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의해서 임금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국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지하시장 혹은 암시장을 더욱 살찌게 만들 수 있는 요인들이다. 국영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에서 생산한 물건들이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고 부패와 뇌물, 외부로부터의 밀무역이 극성을 부리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생산 증대, 효율성 제고가 과제

따라서 북한은 식량·생필품 등의 공급능력을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를 위해 외자유치 등 외국과의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해 주민들의 생산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남포·청진 등에 수출가공구나 보세가공무역 지역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도로와 항만, 전력 등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산 및 기술관리, 대외무역 등에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이것은 남북 간 경협사업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최근 잇따라 선보이는 변화의 조처들이 북한 경제회생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혼란을 불러오게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식량배급제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제도의 폐지는 자칫하면 체제 불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또 식량·생필품 등의 절대적 공급부족으로 암시장이 활성화되고 공장·기업소 등 국영부문의 생산품이 이쪽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국영 유통망이 유명무실해지고 현재의 경제관리 체계가 급속히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영화/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팀 과장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