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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이번엔 정말 바뀌나 검찰수사로 비리 커넥션 뿌리 뽑힐까… 구악 여전하지만 시민단체의 힘 무시 못할 듯
의외로 차분한 문화방송 예능국
칼을 빼든 검찰은 매섭다. 방송사와 스포츠지에서 ‘큰손’으로 불리던 PD와 기자들에게 잇따라 구속영장이 날아들고 수배령이 떨어졌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 김규헌)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한테서 가수들의 방송출연 등을 대가로 돈을 받은 단서를 잡은 PD와 스포츠신문 기자 수가 10여명이나 된다. 개인적인 비리를 넘어 연예기획사와 대주주들의 경영비리, 정·관·방송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주식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가수와 작곡가까지 긴급 체포하며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들이 일제히 달려든데다 특수부 검사까지 합류한 수사 규모는 전례가 없다. 검찰은 과거처럼 ‘극소수 사법 처리→혐의자들의 원직 복귀→비리 커넥션의 재생산’이라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 법조 기자는 검찰 내부의 기류를 이렇게 전한다. “검사들은 연예계 사람들을 손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 악의 뿌리를 뽑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일과성이나 (국면전환용) 물타기 수사가 아닌 건 분명하다. 돈 쓰고도 못 뜬 가수들이 제법 제보를 많이 했다.” 검찰의 기세가 이러함에도 정작 ‘악의 뿌리’로 지목된 쪽은 차분하다. 집중포화를 맞은 문화방송 예능국은 참담한 분위기라지만 그 이유가 다소 엉뚱하다.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지만 놀라거나 당황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예능국의 두 거대 프로그램인 <목표달성 토요일>과 <일요일 일요일밤에>가 노쇠하고 시청률도 떨어지는 참에 일이 터져 이제 시청률이 바닥을 칠 거라는 생각에 참담한 분위기다. 잠적한 은경표 PD가 부정한 짓을 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논스톱> <목표달성…> 등 죽어가던 프로그램을 살려놓는 그의 탁월한 능력 때문에 내쫓지 못하고 데리고 있었다. 매니저와 스타급 연예인에 대한 놀라운 관리능력에서 나오는 섭외력 덕택이다. 그래서 설사 구속이 되더라도 나중에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대세를 이룬다. 지금 은경표는 부장이지만, 국장도 터치 못하는 예능국의 실세다.”(문화방송 관계자)
“발본색원은 힘들 것”
대형기획사와 인디 레이블의 양쪽 일을 동시에 하는 한 매니저의 시선은 몹시 회의적이다. “수사 강도가 높은 건 알겠으나 발본색원은 힘들 거다. 보기보다 견고하고 소수라고 할 수도 없다. 뿌리를 뽑는다면 다 거덜난다는 이야기인데…. 주요 인물들은 이미 증발된 상태가 아닌가. GM기획의 김광수나 은경표 PD는 과거에도 검찰에 들어갔다 나왔으나 승승장구했다. 월드컵 이후에 음반이 쏟아질 기세였는데 뒤숭숭하니까 모두 중단된 상태다. 빨리 정리되면 좋겠다.” 이쯤 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결국 현재의 시스템이 그대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앞으로의 국면을 가늠하기 위해 미국 ‘페이올라’(Payola) 관행의 과거와 현재를 참고해볼 만하다. 페이올라는 돈을 지불한다는 ‘페이’(Pay)와 LP 레코드 플레이어인 ‘빅트롤라’(Victrola)의 합성어다. 돈을 넣은 만큼 방송이 나온다는 ‘자판기’의 미국식 표현인 셈이다. 1960년 페이올라 관행이 처음으로 법정에 올랐다. 당대 최고의 DJ로 꼽히던 앨런 프리드와 딕 클라크를 시작으로 많은 DJ들이 줄줄이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때까지 불법이 아니던 페이올라 관행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졌고, 유죄 판결을 받은 앨런 프리드는 방송에서 쫓겨난 지 5년 만에 쓸쓸히 세상을 떴다. 그러나 페이올라는 사라지지 않고 진화했다. 페이올라 금지법이 만들어지자 미국 각지에는 ‘독립 프로모터’들이 생겨났다. 음반사들은 ‘네트워크’로 불리는 이들 그룹을 그때그때 고용하는 방식으로 신종 페이올라를 만들었다. 프로모터들이 음반사를 대리해 자동차, 현금 등을 방송 관계자들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버클리 음대의 수업에 이용된 한 자료에 따르면, 1960년 앨런 프리드가 2500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980년대 CBS레코드는 800∼1천만달러(음반당 30만달러가량)를 독립 프로모터들에게 지불했고, 음반산업 전체로는 4천만달러로 추정되는 돈을 신종 페이올라에 썼다.
댄스장르가 주류 자리 내줄 수도
그것 봐라 우리도 달라질 게 없는 것 아니냐고? 꼭 그렇지는 않다. 60년 페이올라 사건이 터진 데는 흑막이 있다. 흑인음악을 본류로 삼는 로큰롤이 50년대 중반부터 인디 레이블과 각 지역의 방송사를 통해 인기를 얻어가자, 대형음반사의 굳건한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 로큰롤을 향해 “위험한 음악”이라거나 “무신론적 공산주의의 도구”라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그래서 이를 두고 음악판 매카시즘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페이올라를 ‘빌미’로 로큰롤을 적극적으로 틀어대던 앨런 프리드를 법정에 세운 것도 ASCAP라는 음반·출판계의 기득권단체였다. 덕분에 로큰롤 장르는 비틀스의 아메리카 침공으로 되살아날 때까지 가라앉아야 했다. 이걸 거칠게 현재의 상황에 대입해보자. 검찰이 가요 커넥션의 핵을 제대로 공격해 무력화한다면, 댄스 장르는 그때의 로큰롤처럼 주류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성급히’ 예측해볼 수 있다. 또 미국에서 백인 기득권 단체가 음험한 이유로 해냈던 구실을 이곳에선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문화연대, 태지리포트, 조용필팬클럽팬페이지운영자협의회, 이승환팬페이지 ‘우리가지키자’, 블랙홀팬클럽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대중음악개혁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치르고 있다는 점도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이들은 올 초 금품수수 등 비리 혐의가 짙은 방송3사 PD 2명씩 6명과 스포츠신문 기자 2명의 명단과 그 내역을 검찰에 제보해 이번 수사의 단초를 낳았다. 연대모임은 가요계 비리와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와 ‘끈’을 가지고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며 정책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다. 곧 방송사 내부 개혁을 위해 방송3사 사장단에 대한 직간접의 압력을 행사할 태세에 들어갔고, 예전처럼 비리 연루자가 다시 현업에 복귀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지난 95년, 검찰이 17명의 비리 혐의를 잡고 연예계 수사를 벌였으나 흐지부지 끝났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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