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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 밤의 공습이 시작됐다 이상고온 때문에 모기 개체수 지난해의 두배로 증가…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으로 피해 줄여야
교통수단의 발전… 모기의 세계화?
모기 발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5월 이후 국립보건원이 전국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채집한 모기 개체수는 지난 해의 두배에 이른다. 이미 채집을 시작한 5월 첫쨋주부터 25.5마리로 지난해 9.3마리의 세배 가까이 늘어난 밀도는 태풍이 온 6월 말 주춤하는 듯하다가 7월 첫주 5041.3마리가 채집돼 지난해의 2459.9마리의 두배를 넘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작은 빨간집모기의 출현도 지난해보다 2주 정도 빨라 일본뇌염 경보 발동시기를 앞당겼다. 이처럼 모기 수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5월부터 초여름을 방불케 한 이상고온 때문이다. 6월 초에는 이미 내륙지방 대부분의 낮기온이 30℃를 훌쩍 넘어 전국 평년 기온인 22.6∼27.8℃보다 7∼12℃나 높은 고온현상을 보였다. 더운 날씨가 모기들의 발육기간을 줄여 증식 속도를 가속화한 것이다. 국립보건원 의동물과의 이원자 연구원은 “지난해 가뭄 때문에 예년보다 모기 밀도가 상대적으로 평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올해 모기증가의 체감지수는 매우 높게 나타난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올해의 모기 밀도 증가는 호들갑을 떨 만큼 놀라운 현상은 아니다. 국립보건원이 조사한 지난 10년간의 전체 모기 밀도 추이변화로 변다면 채집된 총모기 개체수에서 평년치와 큰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엘니뇨 등에 따른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던 98년에는 전년도보다 모기 발생밀도가 3.8배가량 증가했고, 충남지역의 경우 한해 사이 47배가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해마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여름이 빨리 오고, 가을이 사라지는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는 이상 모기의 증가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밤마다 벽을 쳐대는 조씨의 노고를 무력화하는 모기들의 활약을 단지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이상고온 현상 때문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이상공온 역시 오존층 파괴라는 인재(人災)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람보다 모기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온 것 같다. ‘현대 교통수단의 업적’. 1983년 텍사스 멤피스에서 미국 최초로 흰줄숲모기를 발견한 질병통제센터 연구원 라이터는 아시아에서만 보고되던 이 모기의 북미 등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발견 이유를 일컬어 이렇게 표현했다. 7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 재생해서 되팔았다. 타이어 재생의 중심지인 텍사스주 휴스턴에는 폐타이어들이 화물선에 실려 선박용 운하를 따라 실려왔다. 검은 색 바탕에 늘상 물이 고여 있는 폐타이어는 흰줄숲모기의 유충과 성충들이 타고온 쾌적한 일등석 역할을 한 것이었다. 흰줄숲모기 습격으로 전국 보건센터에 비상이 걸렸을 때는 이미 수많은 모기들이 미국의 남부와 중서부 지역 대부분에 쾌적한 정착지를 마련한 뒤였다. 비행기와 선박의 크기가 커지고, 속도가 빨라지고, 점점 더 교통비가 싸짐에 따라 사람뿐 아니라 모기의 생활권 역시 ‘지구촌화’된 셈이었다.
탁월한 적응력, 박멸은 없다
모기의 적응력은 도심의 주거지역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아파트촌이 형성되면서 여름에만 기승을 부리던 모기와 사계절 함께 피부를 맞대고 살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전에는 모기들이 올라오지 못하던 9,10층의 고층까지 모기 습격의 장외지역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인류 최대의 적, 모기>를 쓴 앤드루 스필먼은 “인간의 거주지는 모기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모기는 진화하고 적응력을 키우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도심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빨간집모기가 고향인 아프리카를 떠난 것은 불과 300년 전.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한 빨간집모기는 창가 우묵한 곳의 고인 물이나 지하실 웅덩이에 알을 낳고 따뜻한 지하실이나 다락에서 겨울을 나며, 인간의 피를 빨면서 도시생활을 영위한다. 또한 가장 민첩한 모기만이 인간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집모기들은 다른 종의 모기들보다 날렵하고 민감하다고 한다. 더구나 일반 가정에서 자주 쓰는 모기약은 모기들이 강한 내성을 갈고 닦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기를 정복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20세기의 과학기술은 전략수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말 들어 미국에서는 모기의 ‘퇴치’나 ‘박멸’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어떻게 정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모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까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성충보다는 유충 잡아야
선진국에서 모기 방역에 주로 사용하는 종합적 방제법은 생물학적 방제(천적을 이용한 유충 구제)와 살충제(성충 구제를 위한 연막소독과 잔류분무)를 함께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모기를 막을 수 있는 생물학적 방제는 국내에서는 일부 지역 외에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실제 모기 개체수 감소에서 미미한 효과를 보이는 연막소독만이 지역적 특성과 무관하게 널리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모기의 내성 강화로 인해 5년마다 살충제를 바꿔야 함에도 이 역시 제대로 감시하고 있지 못하다. 98년부터 연구와 실험을 통해 종합적 모기 방제를 실시하는 안산시 보건소는 성공적인 모기 방역의 대표적인 케이스에 꼽힌다. 도·농복합도시이면서 인근에 공단시설까지 포함하는 안산은 모기 방역이 쉽지 않은 곳에 속한다. 그러나 안산시 보건소는 유충이 발견되는 하천을 일일이 찾아내 모기 유충의 뛰어난 천적으로 알려진 미꾸라지를 방사하고 웅덩이는 메웠다. 모기들이 주로 휴식을 취하는 풀숲에는 잔류분무 방식을 취하고, 주거지 근처에서 모기들이 많이 서식하는 하수관과 아파트 지하 집수정에는 연막소독을 하는 방식으로 방역에 나섰다. 특히 안산시는 겨울철에도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아파트 지하 집수정과 하수도관에 날마다 방역하는 ‘사계절 방역’을 도입해 큰 효과를 봤다. 2000년 지역 내 약국의 모기 관련제품 판매율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기약 사용 현황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사용률이 20% 이상 줄었다.
장기적인 연구개발도 시급
안산시 모기 방역사업의 기술자문을 하고 있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생리활성천연물연구실의 양영철 박사는 모기 방역의 ‘지역 프로그램화’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거지나 축사·돈사 등이 많은 농촌부락, 공단지역 등은 각기 다른 환경조건이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에 맞게 방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모기 연구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연구개발도 시급하다. 국립보건원의 이원자 연구원은 “99년 뉴욕 지역에 재앙을 불러온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를 옮긴 모기는 우리나라에도 흔한 빨간집모기였다. 아직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지 해외에서 발견된 병원 매개 모기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국내에서 나타날지는 아무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모기의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어이없게 들리겠지만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모기향, 뿌리는 모기약, 몸에 바르는 기피제 등 약을 쓰기 전에 방충망이 잘 설치돼 있는지, 망 사이에 틈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수대나 화분 등 집 안팎의 물이 고일 만할 곳의 물기를 제거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인이 막을 수 있는 모기의 위협은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한다. 밤마다 허공에 대고 손뼉을 치는 것보다는 지역 보건소에 전화해 방제작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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