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6월19일 제414호 

‘사’자들의 프리미엄 깨지는가

능력 따라 소득 차이 커질 미래 직업지도… 지식융합 필요한 분야 높은 보수 받을 것


사진/ 영업직은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된다는 위험이 따르지만, 그에 맞춰 고소득의 기회도 열려 있다. 보험회사에서 교육을 받는 보험설계사들. (한겨레21)


우리나라의 직업지도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사회 변화는 비교적 느리게 일어나고,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켜내는 정치적 힘이 막강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사’자 직업의 화려한 시대는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사법시험 합격자 증가, 최대의 위협

직업분류상 가장 수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변호사에게는 사법시험 합격자 수의 큰 폭 증가가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95년까지만 해도 한해 300명이었으나, 지금은 한해 1천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물론 개업변호사 수는 올해 초 5천명으로 아직은 인구 1만명당 1명꼴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다. 변호사 수가 많기로 유명한 미국은 인구 250명당 1명꼴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연간 500명씩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한 변호사는 “법조경력이 없는 변호사들 가운데는 사무실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변호사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며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특정 분야만을 다루는 식의 전문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절세와 탈세의 전문가들로 알려진 변호사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거둬들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변호사들에게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회계사도 합격자가 연간 600명에서 지난해 1천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회계사 시험 합격자 중 상당수가 연수처를 찾지 못하면서 합격자 수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정부는 올해도 회계사를 1천명 배출할 예정이다. 공무원 출신의 한 변리사는 “앞으로 변리사도 일정 점수를 넘으면 모두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시험제도가 바뀌게 돼 진입장벽이 무너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회적 수요에 비해 합격자 수가 제한돼 있어 일단 합격만 하면 누구나 누릴 수 있던 보수상의 프리미엄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외국처럼 여전히 전문직으로서 상대적인 고소득은 유지될 것이다.

의사의 소득은 의료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체계의 변화는 의사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지난해 의약분업 시행에도 의사들의 소득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의료수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진료횟수에 맞춰 기본 진료비를 받는 현재의 의료비 지불체계 아래서 의사는 환자들을 더 자주 병원에 오게 함으로써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의사들의 강력한 방어로 의과대학 학생 정원도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

보험설계사 소득의 두 가지 얼굴

그렇다 할지라도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의사가 되기까지 들여야 할 기회비용과 의사가 되고 난 뒤의 노동강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의사들의 학력지수는 17.6년으로 일반대학으로 치면 석사과정을 마친 정도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추가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사들의 노동시간은 주당 64.3시간으로 전문직 가운데 가장 길다. 의사들의 높은 보수에는 전문지식과 기술, 그리고 중노동에 따른 보상도 포함된 셈이다.

연세대 취업담당관 김농주씨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커다른 흐름은 어떤 직종에서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사’자 직업에도 진입장벽으로 인한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대신 경쟁을 통한 수입 차별화가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한때 사람들이 기피하던 영업직에서 어지간한 관리자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생명이 지난 5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연도상을 받은 보험설계사 1천명의 평균소득은 1억1천만원이었다. 한 제약회사는 400여명의 본사 영업사원 중 40% 이상이 5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고, 연봉 1억원 이상자도 10여명이나 된다. 중앙고용정보원의 직업지도를 보면, 자동차 영업직원들의 월평균소득은 188만원으로 일반 회사원(167만원)보다 높은 편이다.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직업은 수입의 불안정성이라는 위험도 따르지만, 그에 맞춰 고소득의 기회도 열려 있는 것이다.


사진/ 정보기술 분야는 젊은 나이에 비해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편이다. (박승화 기자)


정보기술 분야는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종사자의 평균연령이 32.1살이고, 월평균소득은 211만원이다. 컴퓨터시스템 설계·분석가(30.8살, 226만원), 웹 개발자(31.1살, 166만원) 등도 비슷한 경우다. 나이에 비하면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편이다.

공무원과 교사는 당사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보수나 고용의 안정성 면에서 여전히 관심을 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직업지도를 보면, 일반공무원의 월평균소득은 179만원, 경찰관 194만원, 소방관 179만원, 교도관 및 소년보호관 198만원이다. 또 중등학교 교사는 204만원, 초등학교 교사는 194만원이다. 장기근속자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고위직을 모두 포함한 평균이므로 특별히 많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다른 직업의 평균소득에 비해 결코 적지도 않다. 특히 공무원 보수는 현실화 계획에 따라 당분간 다른 직업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매우 높은 것은 취업난과 함께 이런 매력이 작용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키 어려운 또다른 보수

물론 사회 변화와 함께 새롭게 각광받는 직업들도 나타날 것이다.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증권시장이 급격히 팽창한 최근 몇년 사이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각광받는 직업으로 떠올랐다. 김농주씨는 앞으로는 이들과 함께 금융위험 분석 전문가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사회의 발달과 함께 비영리단체의 회계 및 모금 전문가,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엔터테인먼트산업 투자 전문가와 호텔 마케팅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세계화의 진척으로 다국적 노사문제 전문가도 고소득 직종으로 부각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공학 분야에서는 생명공학 연구자, 의료기기 개발 전문가를 유망분야로 꼽았다. 그는 “이제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로는 부족하고 지식의 융합이 필요한 분야가 높은 보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직업 선택에서 보수가 유일한 잣대는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취업정보 사이트 잡라인이 최근 직장인 7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 4명 가운데 3명은 학창시절에 자신이 꿈꾸던 직업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꿈을 실현하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만은 아니다. 직장인의 51%는 “연봉이 동결되거나 줄어들더라도 내가 희망하는 직종이라면 직장을 옮길 뜻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이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또 다른 보수라는 얘기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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