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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 죽이고 여성성 살려라 충동적 기질로 폭력·자살 등에 노출… 분만의 의료화·여아 살해 감소 등 이뤄져
남성의 요절에는 생물학적 이유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에서 남성들의 사망률이 처음으로 치솟는 시기는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우리나라 총조사인구(2000년)에 따르면 14살까지의 남자아이는 52.7%나 된다. 그런데 15∼19살에는 51.8%로 줄어든다. 이 기간에 남학생들이 무모한 행동이나 폭력 등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탓이다. 다시 24∼29살의 시기에 남성들은 교통사고나 살인·자살 등으로 인해 50.2%로 거의 균형을 이룬다. 술과 담배, 카페인에 훨씬 더 노출된 남성들의 위기는 50대 후반에 찾아온다. 이 시기에 남성의 비율은 48.7%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여성들의 수명이 20세기에 크게 늘어난 데는 의료의 영향도 있다. 대표적으로 분만의 의료화를 꼽을 수 있다. 오랫동안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렸다. 과다출혈, 패혈증, 급성 경련, 불안전한 유산 등의 위험이 따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의 1996년 자료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기니·시에라리온·소말리아 등에 사는 여성들은 아직도 7차례의 임신에서 1번은 위험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페인·스위스·캐나다·노르웨이 등에서는 위험이 따르는 임신이 7300차례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의료기술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산이 의료분야로 자리잡으면서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죽음이 크게 개선됐다. 여성의 권리가 높아지면서 역사적 굴레가 사라지기도 한다. 서남아시아에서는 여자로 태어나는 게 천형이었다. 그래서 많은 여자아이들이 자궁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의료기술이 뒷받침되면 양수검사를 통해 태아의 성별을 파악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음을 강요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여아 살해가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져도 남성들처럼 직장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치닫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심리적인 갈등이나 불만에 노출되는 빈도도 낮은 편이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아무리 심신에 무리가 와도 일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탓에 과로사하는 남성들이 많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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