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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8%로 그룹 지배하기 적은 지분으로 재벌 좌지우지하는 총수… 현대차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장악하는 순환출자 비법
기아자동차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34.5%)이고,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11.5%)이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답은 기아자동차(16.4%)이다. 단순논리로 보면 “기아자동차의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라는 우스꽝스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이 일정 규모를 넘는 재벌에 대해서는 계열사들이 서로 지분을 사주는 이른바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에 다른 계열사를 하나 끼워넣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하는 순환출자는 허용하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아주 적은 지분으로 자산규모 수십조원의 재벌그룹을 지배하는 비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총수들은 순환출자로 계열사들을 거미줄처럼 엮어놓고 가장 적은 돈으로 나머지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회사의 지분을 적당히 보유하면 되는 것이다. 몽구 회장이 정의선씨에게 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갖게 해주려는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분율에 불안감 느끼자 기아차 끌어들여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이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몽구 회장의 보유지분은 8%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으로는 최대주주이고 실질적 지배주주이다. 기아자동차가 16.44%를 갖고 있고, INI스틸이 8.04%를 갖고 있다. 이 회사들은 모두 순환출자에 얽혀 몽구 회장의 지배권 아래 놓여 있다. 몽구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주식평가액은 1500억원가량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지분 4%(3600억원) 등 몽구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은 580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자산총액 41조원 현대차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현대모비스만 확실히 장악해도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본텍(옛 기아전자)을 흡수합병하면 의선씨는 모비스의 2대 주주가 될 뿐 아니라, 정씨 일가의 그룹 지배도 더욱 확고해진다. 먼저 본텍의 주주인 한국로지텍에 몽구 회장이 투자한 지분 40%가 모비스 주식으로 바뀐다. 기아자동차가 갖고 있는 본텍 지분 39%도 정 회장 일가의 의결권을 늘려준다. 몽구 회장은 이미 3∼4년 전부터 현대차 그룹의 지분구조를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개편해왔다. 과정을 보면 한국 재벌체제에서 총수들이 벌이는 재벌 장악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배는 1단계로 자신의 모비스 지분을 늘리면서, 동시에 모비스로 하여금 현대차의 지분을 확보하게 하고, 이어 모비스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아차를 모비스의 최대주주로 끌어들이는 단계로 이뤄졌다. 공시자료를 통해 몽구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변동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몽구 회장은 97년 1∼3월 중 장내에서 모비스 지분 177만주가량을 사들였다. 이어 98년 12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141만주를 추가로 사들여 98년 말 지분율을 8.08%로 높였다. 모비스는 99년 7월31일 차량 및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떼어내 현대자동차에 넘긴다. 당시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모비스 주식 10주 중 4주는 그대로 갖고, 나머지 6주는 현대자동차 주식 2.44주로 바꿔 받았다. 분할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99년 말 6.3%까지 떨어지자 정 회장은 2000년 6월 장내에서 다시 모비스 주식 180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8.6%로 늘렸다. 문제는 현대자동차였다. 몽구 회장의 개인지분만으로는 현대차를 지배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몽구 회장은 자신이 확고한 경영권을 가진 현대모비스를 끌어들였다. 현대차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현대모비스는 99년 중 현대차 주식 1528만주(2970억원어치, 지분율 7.33%)를 사들인다. 이어 2000년에도 988만주(414억원어치)를 더 사들여 지분율을 10.99%로 늘렸고, 2001년 중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11.49%로 늘어나 모비스는 현재 현대차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하지만 몽구 회장으로서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율에 불안감을 느낀 듯하다. 99년까지만 해도 자신이 최대주주인 인천제철이 모비스 지분 16.47%를 갖고 있었지만 인천제철은 재무사정이 나빴다. 몽구 회장은 이번에는 기아차를 끌여들였다. 2000년 중 인천제철은 모비스 지분 9.26%를 매각하고, 대신 기아차가 20%를 사들였다.
눈부신 모비스의 성장
이후 현대모비스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모비스의 매출액은 99년 1조6333억원에서 2000년 1조9761억원, 지난해 2조6947억원으로 2년 만에 65%가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 99년 217억원에서 2000년 1131억원, 지난해 2744억원에 이르렀다. 정몽구 회장의 상장사 보유주식 가치도 폭발적으로 늘어 99년 6월말 2412억원에서 꼭 3년 뒤인 지금은 5800억원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모비스의 경영권을 의선씨에게 넘겨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속세율이 최고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고는 상속이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본텍의 합병준비 과정,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발휘한 수완을 보면, 의선씨의 현대차그룹 경영권 확보가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법이, 그리고 관계회사의 다른 주주들이 침묵하기만 해준다면.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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