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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로 흥한 자 로비로 망하다 곳곳에서 의혹 드러나는 체육투표권 사업…“누가누가 돈 받았나” 로비의 실체에 관심 집중
최규선 게이트의 주역인 김홍걸·김희완씨가 구속되면서 검찰수사의 초점이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의 정·관계 로비에 모아지고 있다. 애초 입법에서부터 사업자 선정과 사업 시행의 전 과정에 걸쳐 끊임없이 의혹들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체육진흥투표권을 둘러싸고 사업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사업권을 따낸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그리고 정치권과 문화관광부 사이에 어떤 거래가 오간 것인지 이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시작부터 더듬어본다.
민간업자에게 유리해진 까닭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에 대한 첫 번째 의혹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제기된다. 1998년 12월 당시 월드컵대회조직위원장이던 박세직 전 의원 등 55명은 월드컵대회 재원 마련이란 명분으로 체육진흥투표권 도입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문화관광위(위원장 이협 의원)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약간의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신기남 의원)로 원안을 넘긴다. 문제는 원안이 1999년 7월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 민간사업자에 유리하게 변색됐다는 점이다. 개정안 원안은 “단체 또는 개인에게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위탁할 수 있다”로 돼 있었으나 법안심사소위 수정안은 “단체 또는 개인에게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을 위탁운영하도록 한다”로 뒤바뀌었다. 별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사행산업의 성격을 감안할 때, 그리고 경마·복권 등 다른 전례를 살펴볼 때 공공기관이 사업을 맡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을 민간에 위탁할 경우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 대상에서 빠진다는 중대한 허점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은 “체육진흥공단이 경기복권에 실패한 전례가 있으며, 공공단체가 사업을 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민간위탁을 밀어붙였다. 수수료율도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 갑자기 민간업자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개정안이 발의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해외 사례를 조사한 뒤 위탁업체에 주는 수수료율 상한을 발행금액의 20%로 하자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법안심사소위의 몇몇 의원들은 “사업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수료율 상한을 20%에서 25%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민간사업자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줄 수는 없다”는 반론이 있었으나 역시 25%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수수료율 25%가 엄청난 특혜라고 지적한다. 체육진흥투표권(토토)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발매될 예정인 온라인연합복권인 ‘로토’의 경우 사업주체인 국민은행과 시스템 사업자 코리아로터리시스템(KLS)의 수수료, 소매상 판매마진을 합쳐 모든 비용이 18%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이처럼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1999년 8월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2000년 7월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사업자 선정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해 9월 체육진흥공단이 개최한 사업설명회에는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에 대한 기대로 48개 업체 150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러나 자본금과 부채비율 등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제시한 엄격한 기준 때문에 10월 말까지 실제 입찰에 응한 업체는 한국전자복권과 타이거풀스 2개 컨소시엄뿐이었다. 물론 결과는 타이거풀스 쪽의 승리였다.
묵살된 실사단 보고서
더 중요한 문제는 실사단의 보고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타이거풀스컨소시엄이 2000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뒤 각계 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을 구성해 사업수행 능력을 정밀하게 실사했으나 수탁사업자로 부적합하다는 판정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공단이 2001년 1월 내놓은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실사결과 종합보고’를 보면, 실사단은 백업시스템을 포함한 35건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실사단은 특히 주요 6개 항목의 문제점을 나열한 뒤 “제안서를 수정 제출하지 않는 한 보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이거풀스가 도입하기로 한 이탈리아 스나이의 시스템이 경마나 자동차경주 등의 스포츠베팅에 적용되는 것으로 체육진흥투표권(토토)과는 운영·처리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실사단은 이에 따라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실사단은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사업중단이나 국가적 신뢰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우려했다. 그러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관련 전문가 1명을 이탈리아로 파견해 현지 실사를 벌인 뒤 큰 문제가 없다며 결과를 뒤집어버렸다. 의혹의 초점은 각계 전문가 22명의 실사보고서를 1명의 실사보고서로 뒤집은 경위다. 검찰은 구속된 이홍석 문화관광부 차관보가 여기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1월 초 35건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실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과 한달 반 뒤인 2월15일 바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 과연 충분한 보완이 이뤄질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타이거풀스의 로비 의혹은 스포츠토토(타이거풀스가 대주주인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된 뒤에도 계속된다. 문화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상대로 한 로비가 사업자 선정 뒤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로비의 실상은 이홍석 문화관광부 차관보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송재빈씨에게서 1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일각을 드러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임원 두명도 500만원씩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화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간부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문화관광부는 스포츠토토의 충실한 대변자 노릇을 해왔다. 건설교통부 등 7개 복권 발행 부처가 지난해 난립한 복권시장을 정리하기 위해 온라인연합복권 로토를 추진하자 문화관광부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스포츠토토가 이미 체육투표권 시스템을 설치했기 때문에 로토사업도 스포츠토토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미 2000년 1월 실사단 보고서에서 스포츠토토 시스템으로는 로토 기능의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문화관광부의 스포츠토토 감싸기는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이 터져나온 뒤에도 계속된다. 예상외의 매출 부진과 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면서 스포츠토토가 극도의 경영난을 보이자 문화관광부가 아예 발벗고 스포츠토토 편들기에 나선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열린 복권발행조정위원 실무협의회에서도 담당 국장이 스포츠토토가 로토 사업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스포츠토토 감싸는 문광부
이러한 의혹들은 결국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씨의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의 실상이 완전히 드러나야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로비의 실체는 어느 정도 확인된 상태다. 이미 김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를 비롯해 최규선·김희완씨 등이 이미 송씨에게서 돈과 주식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수사 결과 송씨는 2000년 8월 김희완씨의 소개로 최규선씨를 만나 사업자 선정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에게 상당량의 주식을 주기로 약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사업자 선정 뒤인 2001년 4월 김홍걸씨는 타이거풀스 주식 6만6천주와 계열사 주식 4만8천주를 받았다. 최씨와 김씨 역시 각각 타이거풀스 주식 2만6천주와 2만3천주씩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또한 타이거풀스가 포스코에 주식 20만주를 매각한 대금 70억원 가운데 29억원을 주식거래 중개료 등 각종 명목으로 건네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 과정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루트를 통해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끼쳤는지 로비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정·관계 인사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타이거풀스의 로비가 최규선씨 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타이거풀스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사용해 로비를 펼쳤다. 그리고 주요한 수단은 현금과 주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송씨가 유상증자 대금에서 빼돌린 16억원과 지난해 4월 포스코에 타이거풀스 주식 70만주를 매각하고 최씨 등에게 건넨 29억원을 제외한 41억원 등 57억원의 행방에서 로비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송씨가 타이거풀스 주식 가운데 20만주가량을 임원 명의로 보유하면서 정·관계 로비용으로 쓴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타이거풀스의 주식 로비 소문은 이미 사업자 선정 전부터 정치권에 파다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타이거풀스 주식을 5천주 이상 보유한 사람은 모두 98명이다.
뒷돈, 주식 로비의 실체를 밝혀라
정부 관계자 가운데 로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아직 이홍석 문화관광부 차관보뿐이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다른 고위 관료들과 체육진흥공단 관계자들이 로비 대상이 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업자가 결정됐다고는 하지만 문화관광부와 체육진흥공단은 마음만 먹으면 감독·승인권을 가지고 타이거풀스의 목줄을 충분히 죌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차관보에게 고스톱 판돈 명목으로 7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관계자들에게 온갖 형태의 다양한 로비가 행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치권 로비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넉달 전인 1999년 4월부터 송재빈씨가 많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뿌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주로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이었다. 물론 후원금은 500만∼1천만원의 소규모인데다 합법적으로 영수증 처리가 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훨씬 큰 규모의 뒷돈이나 주식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당시 문화관광위 위원장이던 이협 의원은 2000년 3월 타이거풀스의 관계사 임팩 프로모션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이던 신기남 의원은 타이거풀스에게서 받은 후원금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당시 송씨와 가깝던 한 의원 보좌관은 “송씨가 당시 유력 정치인인 김윤환 전 의원의 측근이던 ㅇ 전 의원이 송씨를 적극 도왔다”며 “ㅇ의원은 송씨의 국회 로비 창구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박세직 전 의원의 측근도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난 뒤 송씨가 1∼2차례 다녀갔다”며 “그 뒤로 ㅇ의원실에서 송씨를 도와달라고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당시 문화관광위 소속이던 이경재 전 의원(한나라당)은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송씨가 사업설명을 한다며 찾아왔다”며 “주로 의원 보좌관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고 말했다. 송씨가 법 개정 단계에서부터 사업권 획득 이후까지 정·관계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 로비를 벌였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남기 기자jnamki@hani.co.kr·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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