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과 자금력의 열세, 언론의 외면과 낮은 인지도….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의 주장을 내걸고 수도권 광역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이 있다.

원용수 사회당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마포구 공덕동에 상근자 20명 규모의 캠프도 차렸다. 그러나 원 후보 진영은 “당선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한계를 숨기며 당선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것 자체가 보수정당의 잘못된 관성이라는 것이다. 5천만원의 기탁금을 내가며 시장에 출마하려는 까닭은 뭘까. 김덕수 대변인은 “득표율을 다투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 한국 좌파정당이 서울 문제에 대해 어떤 근본적 해법을 갖고 있는지 알리겠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지세조세제도 도입을 통한 주택난 및 부동산 투기 근절 △모든 버스회사의 시영화로 대중교통 문제 근본 해결 △청와대·정부청사·국회를 충청 이남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을 전면에 내걸었다. 지세조세제도는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과 처분권은 인정하되 현재 땅값을 50년 단위로 나눈 뒤 해마다 지세로 내도록 하는 것. 몰수없이 토지를 장기임대하는 토지공영제도다.

지난 5월8일 창당한 녹색평화당 임삼진 후보도 16일 “녹색혁신”을 외치며 출사표를 던졌다. 환경부시장제를 신설해 교통·도로·건설·도시계획 업무를 관장토록 하고,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 등 도시 핵심공간을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전환한다는 등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인천시장 선거에도 이색 후보들이 도발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역노동운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창한 후보(민노당)는 노동자와 시민이 직접 시정에 참여해 사회적 약자가 대접받는 인천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시민참여예산제 실시 △인천시 고용안정위원회 설치가 그 핵심. 인천시, 시의회, 노조, 기업, 시민단체가 참여한 고용안정위원회는 일자리 정보를 총괄하고 실업·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정책 개발을 전담한다.

인하대 교수 출신인 김영규 후보(사회당)는 아래로부터 시민자치권력을 구성하는 선거전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시 동서남북 4개 권역에 노동자·빈민·노점상·학생 등을 중심으로 동별 조직을 만들고 사이버 실천단과 후원회 조직을 구성해 밑에서부터 ‘영규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신맹순(녹색평화당) 후보는 △청원권 확대 △민원사전심사제 △신문고 제도 등을 도입해 참여와 열린 자치를 실현하겠다며 주민들을 파고든다.

경기지사 선거전에는 민노당 김준기 후보가 뛰어들었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1967년 상계동 난민촌에서 농사를 시작한 그는 카톨릭농민회 창립을 주도하는 등 주로 농민운동에 투신해왔다. “미군기지 없는 경기도”가 최우선 공약. 전체 93개 주한미군 기지 가운데 53개가 집중된 경기도 내 미군기지를 통일광장이나 통일밸리로 전환하겠다고 주장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