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5월22일 제410호 

수도권 혈투, 종잇장 승부

지방선거 최대 접전지 예측불허의 판세… 20, 30대 투표율이 승부 가른다




‘예측 불허의 혼전 속 박빙승부’ 6·13 지방선거 최대 접전지인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판세는 그야말로 대혈투의 양상이다. 어느 한쪽의 우위를 점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인천에선 한나라당의 우세가 뚜렷하게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수도권 판세의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판세는 비슷해도 양쪽의 심리적 체감 분위기는 확연히 엇갈린다. ‘노풍’의 기세에 긴장을 푼 민주당은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사건 이후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지자 조바심을 내고 있다. 민주당 선거전략 담당부서의 관계자는 “지난해 10·25 재·보궐선거 참패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한숨지었다. 다만 김홍걸씨 구속으로 악재의 바닥을 쳤다고 보고 인물론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나라당 최소 2곳… 민주당 ‘1+3전략’


사진/ 성공한 기업가인가. 패가의 정치인인가. 이명박(왼쪽) 후보와 김민석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패정국이 지지층을 단단히 결속시켜주는 상황을 느긋이 즐기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선거운동원들의 기가 살아 있다. 큰 실수만 없으면 반드시 이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한 측근은 “3곳 석권을 기대하지만 서울과 경기 중 1곳을 내주더라도 최소한 2곳은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도 ‘부패정권 심판론’이 핵심 구호다. 지난해 10·25 재·보선 때 효험을 본 ‘DJ정권 심판론’과 같은 맥락이다. 요즘의 정국이 지난해 진승현·정현준·이용호 게이트가 연이어 터지던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수도권 전략은 이른바 ‘1+3전략’이다. 노무현 대선후보와 3명의 수도권 후보를 패키지로 연결지어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4명이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공동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패문제에 대해선 깨끗이 잘못을 사과하되 차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청렴하고 도덕적인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는 전략이다.

수도권 선거의 승패는 20대와 30대가 얼마나 투표장에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하면서도 전통적으로 낮은 투표참여율을 보여왔다. 지난 98년 지방선거의 경우 서울은 20대(31.6%)와 30대(39.6%)의 투표율이 40대 이상(62.0%)의 그것보다 매우 낮았다. 인천은 그 경향이 더욱 심해 20대와 30대 투표율이 각각 26.2%와 36.5%에 그쳤다. 후보들이 너나 할것없이 인터넷 홍보에 부쩍 공을 들이는 까닭도 인터넷과 친숙한 20대와 30대층을 겨냥해서다.

[서울] 연륜과 개혁의 대선구도 복사판


사진/ 지방선거는 골리앗들의 대결장이 아니다. 맨 위부터 사회당 원용수 후보, 녹색평화당 임삼진 후보, 민노당 김준기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시정의 합리화’를 핵심구호로 내세운다. 성공한 기업경영, 경제개발 공헌, 경륜 따위도 그가 강조하는 것들이다. 경영능력을 시정에 접목해 효율적인 시정을 일궈내겠다는 메시지다. 공격이 최상의 수비임은 축구판이나 선거판이나 마찬가지. 젊음과 개혁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한 민주당 김민석 후보를 개혁성향의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떼어내기 위한 전략도 준비했다. 김영춘·오세훈·이성헌·원희룡 의원 등 김 후보와 이미지가 겹치는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을 내세워 서울 전역을 저인망식으로 훑기로 한 것이다. 김 후보를 ‘불안한 후보’로 낙인찍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김 후보가 젊기는 하지만 서울시를 맡기기엔 뭔가 불안하다는 논리를 펴겠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론 네거티브 전술을 지양한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론 김 후보와 아나운서 출신 부인 김자영씨에 대한 공격거리도 열심히 탐색 중이다.

민주당 김 후보 쪽은 ‘이명박-이회창 대 김민석-노무현’ 대결구도로 이끈다는 전략이다. 노무현 대선후보와 이미지를 연결지어 세대교체론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또한 “여론조사를 해보니 서울시민이 시장에게 바라는 최고의 조건은 도덕성과 청렴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엔 상대 이명박 후보의 선거법 위반 전력을 약한 고리로 삼아 도덕성과 신뢰가 부족한 인물로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후보는 청계천 복원 따위의 대형 개발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는 대신, 피부에 닿는 생활 프로젝트 위주로 가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서울은 이미 개발이나 경제 위주 행정의 단계는 지났다”며 “다음 시장은 좀더 적극적인 조정능력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비교우위를 설명했다. 김 후보는 지지기반인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을 올리고 40대를 끌어들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사무직 노동자들과 함께 연 ‘타운미팅’도 그 일환이다.

민주노동당 이문옥 후보는 ‘부패한 세상에 반부패 상품 이문옥을 선택해 서울시민의 자존심 지키자’는 게 핵심 구호다. 젊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옥풍’ 일으키기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경기] 개인기 바탕 정책대결 뜨겁다


사진/ 경기지사 선거는 개혁과 안정이 맞붙은 양상이다. 정책대결을 벌이고 있는 손학규(위 왼쪽) 후보와 진념(아래 오른쪽) 후보.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와 민주당 진념 후보는 여러 모로 대조적이다. 손 후보의 개혁적인 이미지와 진 후보의 안정 이미지가 그렇고, 손 후보의 ‘민생도지사론’과 진 후보의 ‘경제도지사론’이 그렇다. 이 때문인지 양쪽의 선거전략도 대조적이다. 손 후보는 자신의 민주화운동 경력을 내세우며 한나라당의 보수적인 기조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기본 지지표를 흡수하되 개인기를 통해 20∼30대 민주당 지지표 일부를 떼어오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진 후보는 행정능력을 강조하며 한나라당 지지층인 저소득·고령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20·30대는 민주당 간판으로 붙잡고, 고령층과 저소득층은 자신의 경륜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문제와 수도권정비법을 둘러싼 정책대결도 치열하다. 손 후보는 하이닉스 반도체가 매각으로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경제부총리 시절 이에 관여한 진 후보에게 창 끝을 겨눴다. 이에 대해 진 후보는 독자생존이 최선이지만 시장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방패를 쳤다. 수도권의 개발을 규제하는 내용의 수도권정비법 개정안에 대해 손 후보는 철폐를 주장했으나 진 후보는 보완을 약속했다.

손 후보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새도시 거주 고학력, 화이트칼라층의 표심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와의 연합전선 구축도 꾀하고 있다. 손 후보의 한 참모는 “전략의 포인트는 20∼30대와 개혁이라는 구호가 먹히는 분당·일산·과천·부천 쪽 화이트칼라층을 공략하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파고들기 위한 굵직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후보는 당의 총력적인 지원을 얻고 있다는 게 큰 힘이다. 정치신인으로서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구성 비율이 높은 충청권 유권자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민련과의 내용적 연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충청권에 영향력이 큰 이인제 의원을 고문으로 영입해 고무돼 있다. 방대한 규모의 경기도정은 정치인보다는 경제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자질론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인천] 도덕성 문제가 핵심 이슈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는 지역구 의원을 지낸데다 인천시장에 두 번째 도전하는 재수생이어서 인지도가 높다. 반면에 민주당 박상은 후보는 정치 초년생이다. 안 후보가 여론지지에서 월등히 앞서자 박 후보 쪽에서 네거티브 전술로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여기에 민주당 중앙당까지 가세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안 후보의 병역기피와 룸살롱 경영, 빠찡꼬 지분참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쪽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펄쩍 뛰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안 후보 쪽은 중앙당 차원의 선거구호인 ‘부패정권 심판론’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10년 동안 재임한 최기선 인천시장이 최근 비리혐의로 구속돼 유권자들에게 이 구호가 어떤 말보다 약발이 먹힌다는 판단에서다. 또 인지도에서 월등히 앞선 만큼 상대 박 후보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토론회는 가급적 피한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일단 인지도만 웬만큼 오르면 추격이 가능하다고 보고 민주당 공조직을 동원하면서 여론 지지층을 거점으로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최기선 시장의 구속으로 쟁점이 된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상대 안 후보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인물로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글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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