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5월02일 제407호 

꽃산행, 감동이 다르다

주말마다 산과 들로 꽃을 찾아 나서는 현장파들 계속 늘어나


사진/ 애기괭이밥, 뻐꾹채, 피나물, 개불알란(사진 왼쪽부터)


4월이면 서울을 노랗게 물들이는 제비꽃을 보고 그저 민들레라고들 부른다. 어디서도, 누구도 이를 서양에서 들어와 토착화한 귀화식물 서양민들레라고 정확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아니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서양민들레와 민들레가 다름은 호랑이와 표범이 다른 것만큼 분명한 것임에도.

등산, 걸어오름말고 또 하나!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 산과 들에 자라는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고, 산과 들로 그 꽃들을 직접 찾아서 나서는 이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불고 있는 우리나라 꽃과 나무에 대한 관심이 식물학자, 생태학자가 아니라 일반인들의 것이어서 희망이 커보인다. 우리 꽃을 보기 위해 자생지를 찾아가는 현장파들의 조용한 움직임은 10여년 전 ‘꽃산행’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꽃산행은 이제 생태계 관련 인터넷 동호인 모임 어디서나 즐겨 쓰는 새로운 용어로 정착되어, 마니아들에게 친숙한 단어로 자리잡았다.

꽃산행은 말 그대로 ‘꽃을 보기 위해 떠나는 산행’이다. 등산 전문지를 통해 선보이기 시작한 꽃산행은 당시, 산을 찾는 이유로 “‘걸어오름’ 외의 목적이 하나 더 있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라는 소박한 물음에서 출발해, 맹목적이고 물리적인 산행만 할 것이 아니라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자생식물을 관찰하며 산행의 즐거움을 더하자는 목적산행으로 시도되었다.

그러면서 생태계 구성원인 식물들과 친숙해지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도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한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식물 사랑의 구체적인 마음을 기르며, 나아가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생물종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의 취미가 ‘등산’임에도, 산행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많은 식물을 보고 스쳐지나지만 우리 산천의 우리 꽃 이름을 대라면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마는 것이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지식 수준인 시절이었다.

우리 꽃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자생식물 재배, 국립 또는 사설 식물원 탐방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마니아들은 이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고 직접 자생지의 우리 꽃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식물원에서 인위적으로 키워 가꾸는 식물과 자생지에 저절로 자라는 식물에서 느끼는 감흥이 전혀 다르다며 주말마다 산과 들로 꽃을 찾아 나서는 현장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자연에서는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제각각 환경에 적응하여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식물체 크기가 다르고, 어떨 때는 꽃 색깔조차도 다를 때가 있어요.” 주말마다 8년째 우리 꽃 자생지를 찾아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백두대간식물탐사회 회장 조창희(60·천안 조인약국 운영)씨는 “나에게는 이것 자체가 감동으로 느껴지며, 식물원에 심어놓은 식물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넉넉한 마음이 가장 중요


사진/ 꽃산행을 하는 이들은 자연에서 발견한 식물들을 사진으로 찍음으로써 한번 만난 식물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
꽃산행을 하는 이들은 자연에서 발견한 식물들을 사진으로 찍거나 그림으로 그린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번 만난 식물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 요즈음은 촬영이 좀더 쉽고, 인터넷에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가 많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꽃산행을 할 생각이라면 카메라 하나 정도는 장만하기를 권한다. 시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투자하는 사람만이 오래도록 취미활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물을 촬영하는 것만이 만사는 아니다. 발견한 식물을 스케치하는 것도 좋고, 시상을 메모해 두었다가 시작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필자가 아는 어떤 이는 “꿩의바람꽃, 얼레지 가득 핀 봄 산에 하루 종일 앉아 봄꽃들과 대화하였는데, 그렇게 편안한 시간은 난생 처음 가져보았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꽃을 보러 산으로 들로 떠날 때는 넉넉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넉넉함이야말로 찾아가는 식물을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낳게 한다. 꽃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이런 자세를 가져야만 “다음에 촬영 조건이 더 좋은 것을 만나서 찍지”하며 돌아설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았을 때는 광선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식물을 파 옮겨서 찍는 우를 범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점에서 버스에서 잠자며 시간을 아끼는 무박산행으로 꽃산행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꽃을 보러 함께 가는 인원은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한두 사람이 지나가도 식물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인원을 제한해야 하는데, 꽃을 촬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때는 5∼7명 정도, 관찰만 하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20명 이하가 적당하다. 함께 움직이는 사람 수는 대상지가 습지인지 고산환경인지 등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며,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서 같은 코스를 산행하는 게 생태계에 영향을 덜 준다.

전문가 안내 없이 꽃산행을 하려면 어디서 어떤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게 고민스럽다. 따라서 출발하기 전에 대상지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내 것으로 익히는 것이 필수다. 또한 봄철에는 습한 계곡에서 꽃이 피는 식물이 많고, 여름에는 높은 산 능선과 숲 속, 그리고 가을에는 높은 산 능선과 초원, 훼손되지 않은 저지대 들판에 계절을 대표하는 꽃이 많다는 것을 참고하여 대상지를 정하면 도움이 된다. 봄꽃의 경우, 서울 근교에서는 이미 지고 없어졌더라도 강원도 높은 산에 가면 늦게까지 볼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다.

지구의 주인이 인간? 글쎄…

함께 갈 사람들과 전문가의 안내가 있으면 꽃산행의 재미와 효율은 배가되게 마련이다. 먼저 전문가가 안내하는 꽃산행으로는 동북아식물연구소가 한달에 한번씩 일반인과 함께하는 꽃산행 프로그램(http://cafe.daum.net/florakorea)이 있다. 자연보전 시민단체인 우이령보존회(02-762-5211), 내셔널트러스트(http://www.nationaltrust.or.kr) 등에서도 전문가를 초빙해 꽃산행과 비슷한 행사를 여는데, 이들 시민단체는 꽃산행만을 하지 않고 매번 환경 및 생태계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백두대간식물탐사회(http://www.wiflbm.or.kr), 한국식물사진가회(02-2267-0481) 등의 행사에 참가하면 식물과 사진촬영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단체는 정예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어 사전에 양해를 얻어야 동행할 수 있고 외부에서 참여할 수 있는 인원도 고작 2∼3명 정도라는 게 흠이다.

동호인들끼리 떠나는 꽃산행도 있다. 참가비가 저렴하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전문가의 책임 있는 지도는 미흡한 편이다. 자연생태웹진 메가람의 우리꽃탐사회(http://megalam.co.kr), 숲속의사람들(http://cafe.daum.net/sylvan), 자연을사랑하는사람들(http://cafe.daum.net/biocafe), 풀꽃나라(http://cafe.daum.net/wildflowerland) 등의 동호임 모임에서 정기 또는 비정기로 꽃산행을 떠나고 있다. 이들 인터넷 동호회는 현장에서 꽃산행을 함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식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꽃산행 다니는 많은 이들은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데 회의적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이라 꼬집는다. 모든 생물종들은 지구상에서 인간과 똑같이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철학적 무장으로 생태계의 구성원들과 친숙해지려는 노력이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자연보전 의식은 한층 더 진보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불붙은 생태관광에 대한 논의도 생태계 이해에서 이런 선구자적 의식을 접목해야만 성공할 수 있으리라.

글·사진 현진오 ㅣ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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