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4월17일 제405호 

젊은 피 구함? 고소당할라!

외국의 연령차별 금지법… 나이차별적 농담마저 반인권 행위로 규정

“젊은 피를 구합니다!” 정치권에 80년대 운동권 출신자들이 대거 진출하며 ‘젊은 피’는 일약 유행어가 됐다. 정치조직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의 구인란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이 슬로건이 만약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에서 내걸렸다면? 고용주는 당장에 고소당한다. 그리고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국의 정부기구인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는 “몇살 이상(이하)의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는 물론 “젊은 사고방식을 가진 인재를 구합니다”는 표현도 차별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금지한다.

196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연령차별금지법은 채용공고에 나이제한을 두는 것은 물론, 이력서에 나이를 쓰도록 하거나 면접 때 나이를 물어보는 것도 불법행위로 본다. 캐나다의 인권위원회법(1985)은 직접적인 차별과 함께 차별을 암시하는 말·글·상징 등의 게시나 발언,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호주의 인권과 고용기회위원회법(1986)은 나이차별적 농담마저 반인권적인 행위로 규정한다. 한발 늦었지만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2000년 유럽경제사회정책협의회는 종교·장애·성별·나이에 따른 작업장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모든 소속국이 2006년까지 만들도록 정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정책을 펴는 미국은, 이와 동시에 노동시장의 나이차별에 대해서도 가장 엄격하게 금지하는 나라로 꼽힌다. 채용·직업훈련·승진·노동조건·해고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나이차별에 대해 20인 이상 사업장, 노조 등 노동기구, 연방정부 등 거의 모든 고용기관에 책임을 묻고 있다. 나이·성·인종·종교·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에 대해 EEOC는 피해자 상담과 소송대행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 그 중 나이에 의한 차별은 1995년의 경우 EEOC 모든 소송의 20%에 이를 정도다. 호주는 고용관계법과 나이차별금지법을 개정하기 위해 국가가 광범위한 사례 수집과 홍보에 나섰다.

지난 2월 제주도에서 열린 인권학술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나이차별”을 주제발제한 정금나·정경아(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씨는 앞서의 외국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에게 나이차별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나이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러한 분쟁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며 따라서 나이차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금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3월20일부터 나이차별 뿌리뽑기 시민캠페인을 벌이며 나이차별 사례를 신고·접수 받고 있다praxis@ccej.or.kr, 02-757-7382). 4월 말까지 사례를 수집한 다음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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