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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봄, 쭉쭉 펴자! 대한민국 바른생활 사나이 한체조씨의 스트레칭으로 시작하는 하루
“조금만, 조금만 더….” “윽, 도저히 더는 못하겠어.” “아이 참, 벌써 그만 하면 어떻게 해.” 대한민국 ‘보통 사나이’ 한체조씨의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바야흐로 한체조씨와 아내 이봄에씨가 ‘뭔가’를 하고 있다. 허걱. 한체조씨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역시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필름’이 끊긴 뒤 중대결심을 하다
부부는 유연성 측정중이다. 일주일 전, 오랜만에 술을 마신 날 결국 ‘필름’이 끊겨 동료의 등에 떠엎혀 집으로 돌아온 한체조씨에게 다음날 아침 이봄에씨가 50㎝ 자를 내밀었다. 아내는 연령별 건강체력 수치를 장농 앞에 붙여놓고 그에게 윗몸 앞으로 굽히기, 윗몸 뒤로 젖히기를 시켰다. 30대 후반인 한씨의 경우 다리를 모으고 윗몸을 굽히며 손끝을 발끝으로 향하게 했을 때 최소한 10㎝는 넘어가야 보통 수준이다. 일주일간 연습했으나 손끝은 바들바들 떨리며 5㎝를 넘지 못했다. 여전히 50대의 그것이다(그림1·표1). 이번에는 윗몸 뒤로 젖히기를 해봤다. 발을 고정시키고 윗몸을 젖혔을 때 바닥에서 턱까지의 거리가 정상이라면 40㎝ 안팎. 우리의 한씨, 가까스로 30㎝가 나왔다. 이 수치는 60대의 것이다(그림2·표2). 유연성이 이 정도라면, 근력과 지구력은? 내친 김에 심폐지구력을 재봤다. 400m 트랙을 세 바퀴 뛴 다음 그때 기록된 시간을 재보려 했으나, 한씨는 두 바퀴를 돈 다음 주저앉고 말았다.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틈틈이 달리기를 해온 아내 앞에서 그야말로 ‘쪽 팔았다.’ 아내는 440초가 걸렸다. 20대 후반 수준이다(표3). 주말에 결국 한씨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서울 태릉에 있는 국민건강체력센터(02-970-9595)로 갔다. 15만원을 내고 체력상태를 골고루 재봤다. 상담원은 혹시 장기에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 건강검진도 아울러 받을 것을 권했다. 이곳에서는 30만원가량 내면 체력과 건강상태를 꼼꼼하게 측정한 다음 맞춤 운동지도를 받을 수 있다. 한씨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문제는 그가 지독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식욕은 떨어지고, 술 몇잔에 맛이 가고, 날마다 졸립기만 하다면? 대한민국 ‘보통 사나이들’에게 그리 낯선 증상이 아니다. 봄이 되면 증상은 더욱 가혹하다. 만날 아이들에게 가훈인 ‘바른생활’을 강조한 게 부끄러워졌다. 한체조씨와 이봄에씨는 결국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한씨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다시 태어날 결심을 했고, 이씨는 그런 그를 고무·찬양, 보호·관찰하기로 한 것이다.
몸을 사정없이 찢어라
가장 먼저 다짐한 일은 ‘술시’(저녁 7∼9시) 이후에는 술을 안 마시는 것!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다. 일찍 일어나 다시마 우려낸 찬물을 한컵 마시며 위와 장운동부터 시작한다. 다시마는 소금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은 다음 병이나 컵에 담아 밤새 우려내면 된다. 변비증상이 있는 아내에게 가장 좋은 아침인사도 다시마 우려낸 물을 가득 따라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마다 6시 한국방송 1TV에서 방영하는 ‘새천년건강체조’를 따라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는 단체나 기관에서 요청하면 비디오 등이 포함된 보급세트를 공짜로 주고, 50명이 모여 배운다면 전국 어디에서든 출장강습도 해준다. 내친 김에 한씨는 이웃에 사는 전농초등학교 체조부 강병의 교사를 졸라 목·어깨, 허리·옆구리, 다리·골반 스트레칭도 배우기 시작했다. 대충 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강 교사는 사흘간 가혹하게 그의 몸을 찢어놓았다. 스트레칭을 할 때 가슴을 쭉 펴고 정면을 응시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동작을 할 때 숨을 내쉬고 동작을 풀 때 들이마셔야 한다. 멈춘 상태로 10∼20초를 견디는 것은 기본. 온몸이 후끈거렸지만 기분은 아주 상쾌했다. 강 교사는 특히 ‘거북이 목’이라고 하는 한씨의 자세를 지적했다.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고개를 빼물고 있으니, 그의 목은 똑바로 섰을 때 귀가 어깨 중심선으로 이어지게끔 놓이지 않고 늘 앞으로 치우쳐 있다. 1인치가 넘으면 진행중이고, 2인치가 넘으면 이미 ‘거북이 목’이 된 상태다. 한씨의 주변에도 첨단을 달리는 일을 하면서 정작 목은 이렇게 퇴화한 사람들이 많다. 목·어깨결림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나이 들었을 때 ‘오십견(五十肩)’이라는 치명적인 증상을 동무 삼아 지내야 한다. 중년이 지나면서 특별한 외상도 없이 어깨가 아프고 통증이 팔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운동부족, 스트레스, 불안정한 자세 때문에 20∼30대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심하면 열중쉬어를 못하거나 머리 빗을 때조차 통증을 느낀다. 증상이 나타나면 어깨를 사용하지 않게 돼 더욱 어깨관절의 운동을 줄인다. 아프더라도 팔과 목을 돌리고 늘여주는 운동을 하루 2∼3회씩 해주는 게 좋고, 어깨가 얼얼할 정도의 강도이면 더 좋다. 한체조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운전할 때 지나치게 어깨와 팔을 긴장시키고, 면도할 때 고개를 너무 뒤로 젖히는 버릇이 있다. 잠잘 때 베개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원인인 듯했다. 높은 베개는 코골이와 어깨·허리 통증을 일으킬 수 있고, 낮은 베개는 얕은 잠과 얼굴이 부석해지는 증상의 원인이 된다. 적당한 베개 높이는 반듯이 선 것처럼, 누웠을 때 목뼈를 알맞게 받쳐주고 머리 위쪽은 조금 높은 정도다.
<목·어깨 스트레칭>
①최대한 가슴을 펴며 깍지낀 팔을 뒤로 보낸 다음 10초간 멈춘다.
<허리·옆구리 스트레칭>
①다리는 가로로 1자가 되게 한 뒤 가볍게 반동을 준다.
<다리·골반 스트레칭>
①한쪽 발을 다른 쪽 허벅지 안쪽에 붙인 뒤편 다리를 따라서 몸을 굽히거나 앞으로 굽힌다. 좌우 번갈아 한다.
위풍당당하게 걸어보자
한씨는 잠이 많은 편이다. 아내는 평균 7시간을 규칙적으로 자지만, 한씨는 주말에 왕창 몰아 자거나 일찍 퇴근한 날에는 9시간 가까이 자기도 한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8시간이 가장 적당한 수면시간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에서 미국사람 110만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하루 7시간 자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산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8시간 자는 사람보다 7시간 자는 사람이, 9시간 자는 사람보다 8시간 자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자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특히 봄이 되면 사무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 바짝 긴장할 만하다. 춘곤증은 자연의 섭리에 따른 일시적인 환경 부적응 현상이기도 하다. 밤이 짧아지고 피부 온도가 높아지고 근육이 이완되면서 중추신경에 미치는 자극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을 제대로 꾸려가지 못할 정도로 잠꾸러기가 된다면? 체력상태를 한번 의심해보아야 한다. 봄이면 잠만 느는 게 아니다. 소화불량과 현기증은 물론 가슴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등의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야근과 불규칙한 식사로 변비와 소화불량에 시달리던 아내 이봄에씨는 최근 등을 쭉 펴는 요가요법에 맛을 들였다. 주로 손을 많이 쓰게 되니 등이 굽어지고 어깨가 구부러지면서 소화력이 약해졌던 것이다(상자 기사 1). 출근길, 한체조씨는 집앞에 서는 버스를 타지 않고 20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일단 시작단계인 만큼 조금 돌아가더라도 경사면보다는 평지를 택했다. 평범한 직장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루 평균 5천보를 걷는다. 8시간 근무하는 영업사원은 8천5백보, 자가용 출퇴근에 비서를 둔 ‘사장님’은 500보 전후를 걷는다. 그나마도 이 걸음 수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정도의 걸음 수라고 한다. 사장님도 아니면서 지독하게 안 걷던 한체조씨, 걸음걸이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얼굴은 정면을 향하고 등을 곧추세운 다음 배를 끌어당긴 자세로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걷는 것이다. 보폭은 키에서 1m 정도 뺀 값이 적당하고, 발은 뒤꿈치부터 땅에 닿는 게 좋다. 발이 조이는 구두는 금물. 한씨는 뉴요커처럼 운동화를 신고, 광고에 나오는 정우성처럼 양복 위에 ‘배낭’을 매고 위풍당당하게 걷기 시작했다. 주변의 눈길은 ‘진정한 바른생활 사나이’답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사람이 기본체력을 유지하려면 일주일에 2천cal 이상은 운동으로 소비해야 한다는데 남 눈치볼 게 뭐 있을까. 출퇴근 시간에 15분씩 하루 30분을 걸으면 일주일에 500㎈가 소비된다. 계단을 이용하거나 점심식사 뒤에 산책을 하면 또 500㎈. 적성과 체력에 맞는 종목의 운동을 선택해 일주일에 3번가량 해주면 나머지 1천㎈를 소비할 수 있다. 한씨는 일단 많이 걷는 방법을 택했다.
원직복직? 몸부터 원상복구!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에는 어깨 돌리기, 발목 돌리기를 해준다. 이렇게 출근을 하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지난해 영국 스포츠 의학지는 “운동을 하고 나면 뇌속의 화학물질인 페닐틸라민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화학물질은 흥분제 암페타민과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유산소운동을 하고 나면 쾌감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한체조씨의 사무실 책상 서랍에 있는 빨간 머리띠는 정리해고 문제로 회사와 마찰을 빚던 노조에서 나눠준 것으로 ‘원직복직’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한씨는 이 머리띠를 쓰다듬으며 ‘원상복구’를 몇번이고 다짐했다. 가슴보다 배가 훨씬 튀어나온 몸매와 턱선이 사라져버린 얼굴을 원래대로 아니, 정상적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야무진 생각이다. 팔을 뒤로 뺀 뒤 양손으로 머리띠를 맞잡고 위아래로 흔들어주면 어깨와 등이 쫙 펴진다. 맨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의자 역시 훌륭한 도구다. 반듯이 앉아 목을 어깨 쪽으로 떨궈주는 목운동, 앞쪽에 엉덩이를 걸치듯 앉아서는 다리 스트레칭을, 뒤편에 잡고 서서는 허리 비틀기 운동을 할수 있다. 언뜻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순위가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장질환이라는 기사가 나와 있다. 심장질환은 잘못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운동부족이 큰 원인이다. 허혈성 심질환의 경우 사망률이 15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했고 당뇨병의 경우에는 3배 이상 증가했다. 동료들은 그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주었다. 스트레칭 한. 모든 운동과 건강생활의 기본은 스트레칭. 처음에 그를 신기하게만 쳐다보던 동료들의 눈빛에 차츰 감탄과 존경이 묻어나오고 있다고 한씨는 굳게 믿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운동실천율은 몹시 낮다. 한번에 20분 이상, 일주일에 3번 이상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의 비율은 100명에 9명도 채 되지 않는다. 아예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는 인구는 남자 66.3%, 여자 80.2%이라고 한다.
신나는 음악 속에 ‘부부체조’
퇴근길에는 출근길보다 조금 빠른 보폭으로 걸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고 배가 고픈 탓도 있지만, 아내와 함께 하는 ‘밤일’을 생각하면 콧소리가 절로 난다. 한체조씨와 이봄에씨가 특단의 조처를 내린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달밤의 부부체조(상자 기사 2).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하면 더욱 효과가 크다. 부부는 어깨결림을 막아주는 솔잎주 목욕을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 사흘 전에는 피로회복을 도와준다는 청주 목욕을 한 다음 탄력이 생긴 피부에 서로 감격하기도 했다. 내일 아침부터는 11살된 아들과 8살된 딸을 데리고 새벽 운동에 나설 참이다. 사춘기 전 2년 동안의 운동이 평생의 뼈 건강을 좌우한다지 않는가. 몸을 사리던 아이들도 “키가 커진다”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한체조·이봄에 부부, 몸도 마음도 쭉쭉 펴는 생활, 가훈에 맞는 바른생활에 한발짝씩 다가가는 중이다.
<도움말> 국민건강체력센터 운동처방실장 정동춘/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조담당 이수경/ 전농초등학교 교사·사이버체조학교 운영자 강병의 <자료협조> 체육과학연구원(www.sportskorea.net)·한국보건사회연구원(www.kihasa.re.kr)·한국산업안전공단(www.kosha.or.kr)·한국요가협회(www.yogalife.co.kr)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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