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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특집 등록 2002.03.06(수) 제399호

[특집] ‘여성 표’가 여기 있다

출산파업과 그 후유증을 막을 대선주자들의 비책을 묻다

“Kinder, Geld!”(아이, 돈!)

유럽연합이 지원하는 여성사이트(www.ceiberweiber.at)에서 3월8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한창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이다. 육아수당의 지불액수와 적용조건을 좀더 현실적으로 바꾸라는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다.

“다시 아빠가 되면 육아휴직”

유럽 각국의 출산·육아 정책은 어느날 거저 얻어진 ‘선물’이 아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회 전 분야에 확대되고, 무엇보다 급락하는 출산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발한 출산장려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경우 “당신이 낳으면 모두가 길러준다, 망설이지 말라”는 캠페인을 펼치며 병원비, 우유값, 기저귀값을 포함한 지원수당을 대폭 늘렸다. 복지천국 스웨덴은 96년부터 출생한 모든 아이들에 대해 나이에 상관없이 국가가 ‘무상교육’을 책임지도록 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집권 이듬해인 98년부터 만4살까지로 무상교육 대상을 확대하고 99년부터는 만3살로 낮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유럽 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족(특히 엄마)의 몫으로만 돌려졌던 출산·육아에 대한 공적 부담이 점점 상향조정됐다. 여기에는 여성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눈치’와 ‘의지’가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민심잡기에 전력질주하는 대선 주자들의 행보도 분주하다. 선거철은 피곤하면서도 한편으론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각종 정책과 공약들이 선심성이나마 업그레이드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준 파업단계’로 비유되는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와 육아 문제에 관해 대선 주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국민경선제 레이스에 돌입한 민주당 대선주자 7명은 모두 재빠르게 답변을 보내왔다.(답변은 가나다순, 표 참조) 반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쪽은 “당내 대선 후보가 결정나지 않은 데다가, 여러명의 대선주자를 비교하는 인터뷰에는 응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 의원은 “탈당 여파로 경황이 없다”며 완곡한 거절의 뜻을 밝혔다.

경선주자들은 모두 현행 육아휴직수당 20만원으론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현행 석달인 출산휴가 기간에 대해서는 “적정하다”(노무현 이인제 정동영 한화갑)와 “100일∼4달 정도가 좋다”(김근태 김중권 유종근)로 의견이 갈렸다. 적정출산율로는 2명을 가장 많이 꼽았으나 3명(김중권), 당사자의 자유(이인제)라는 답변이 눈에 띄었다. “아이를 낳은 아빠로 돌아간다면 육아휴직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하겠다”고 답했고, 휴직기간으로는 1달(김중권), 3달(노무현)을 제외하고는 주로 1년을 꼽았다. 정동영 의원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강조하며 “최대한 쓰겠다”고 답했고, 최근 아이를 낳은 유종근 전북도지사는 “제반 여건이 허락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여성도 평생직업을 가져야 한다”

육아휴직의 정착을 위해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로는 경선주자 모두 “기업 행정감독 강화”를 꼽았고 “대체인력 개발, 재훈련프로그램 강화”(김근태, 한화갑)와 “수당 현실화”(김근태, 김중권, 이인제)를 내놓기도 했다. “자격기준을 완화해 적용대상을 넓힌다”(한화갑)는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출산율의 급락과 고령사회 진입에 대한 대책으로는 대부분이 “영유아·노인 복지는 국가 책임”, “여성의 고용·사회진출 강화”라는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김근태 의원의 경우 예산투입으로 공보육시스템 확립, 나이차별 철폐, 고용구조의 변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여성계는 출산율 급락을 막을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를 이슈파이팅할 예정이다. 출산·육아에 대한 ‘모성 권리 증진’과 ‘정부 책임 강화’로 모아진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사무총장은 “정부는 뒷짐진 채 출산·육아 문제를 자꾸 노사간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인식의 패러다임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전제한 뒤 “대선주자라면 마땅히 국가가 출산·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필요한 재정을 확충할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기초로 여성계에서 제기할 구체적인 정책이슈는 세 가지 정도로 예상된다. 고용보험 6개월 이상 가입자로 제한하고 있는 산·전후 휴가 조건을 완화해 대상자를 늘리는 것,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주는 분만수당을 출산수당(20만원)으로 바꿔 전 여성에게 확대하는 것, 현재 27.6%에 머물고 있는 정부의 보육재정 분담률을 대폭 늘리는 것 등이다.

우리나라의 공교육 대상은 만6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중에서도 한참 차이가 나는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밑에서 2등이었던 일본은 지난 96년부터 만3살 아동 보육을 교육에 통합시켜 국가 부담으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보육개념을 교육개념에 통합해 대상 아동의 연령을 점차 낮추고, 여성 노동의 유연성·안정성을 강화하는 정책과 출산·육아 정책을 통합적으로 집행하는 것이다. 이는 인구조절 정책의 큰 줄기에서 출산율 급락 속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여성부가 전국의 20살∼60살 남녀 15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여성의 삶과 일에 대한 국민체감 의식조사’에 따르면 여성 삶의 걸림돌로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이중부담’(40%)과 ‘육아 및 자녀교육’(3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남녀를 불문하고 조사 대상자의 절반은 ‘여성도 평생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고, 네명 중 세명은 ‘맞벌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출산과 육아는 사회경제적 과제

삶의 걸림돌은 아무도 치워주지 않는 가운데, 일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불행의 체감지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하든 원치 않든 아이를 적게 낳는 방법밖에는 없다.

정치의 계절. “여성이 행복하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행복한 사회”라는 것을 정치인과 유권자가 잊지 않을 때 ‘예고된 출산파업’과 ‘파업에 따른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산과 육아가 비단 여성 개개인의 권리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의 출산·육아 마인드 김근태 김중권 노무현
적정 출산휴가는? 국제노동기구가 권장하는 100일 모성보호를 위한 최소 100일 현행대로 90일
만약 아이 낳은 아빠로 돌아간다면 육아휴직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가? 몇달을 휴직하겠는가?  1년 휴직 아내가 몸을 추스를 수 있도록 한달 아내 출산휴가 뒤 이어서 3달 정도
적정 육아휴직수당은?

통상임금의 50% 최저임금

(47만4600원)

노동부 고시 

최저임금 수준

육아휴직 정착을 위해 정부에서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휴직급여 현실화, 대체인력 확보로 동료·상사의 부담 줄이기, 재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해 원직복직과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염려를 덜어주기 육아휴직수당 현실화, 고용주에 대한 철저한 행정감독과 위법사항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강력한 법적용, 모범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자녀가 아이를 낳는다면 몇명이 좋겠는가? 2명(아내와 내가 제일 잘 한 건 둘째를 낳은 것이다) 3명 정도 2명
출산율 급감과 고령사회 진입에 대한 정책대안을 구체적으로 세 가지씩 꼽는다면? ①예산투입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공보육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②연령차별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해 아이를 키운 기혼여성의 재취업 장벽을 해소하고, 고령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③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해 고용구조를 수정하고 해외·북한동포 등 외부 노동력 유입의 기반을 갖춘다. 

국가 부담을 늘려 공보육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①사회활동과 출산·양육이 상충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출산·양육 비용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②다양한 시설(유치원·방과후 활동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이에 대한 국가지원을 의무화한다. 

③출산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유종근 이인제 정동영 한화갑
선진국(6개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4개월은 돼야 한다 3개월 현행대로 90일 90일
제반 여건이 허락된다면 1년 정도 신청할 생각 법정기한(1년)내 형편에 따라 결정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쓰겠다 1년 정도 할 것
최소 30만원선 유지 워낙 실감이 나지 않아 적정액이 잘 안 떠오른다 현 수당은 충분치 않다 통상임금의 25%선인 29만5000원으로 상향조정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나 기업주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여성부 시정권고권을 시정명령권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근로감독, 홍보, 사회적 분위기 조성, 지원 강화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노사합의에 따라 적극 활용되도록 돕는 것 육아휴직급여 현실화, 재훈련프로그램 강화, 대체인력 마련, 기업에 대한 행정감독 강화, 부당행위 엄벌
2명 당사자의 자유에 맡긴다 2명 정도 1∼2명
①출산여성 사회복귀, 기혼여성 취업 기회를 보장할 경제적 지원대책을 마련한다. 

②시설과 재정을 확충해 농어촌·저소득층 밀집지역에 국공립 보육시설을 세운다. 

③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고위직·전문직 진출이 늘어나도록 지원한다.


①여성과 초기고령자(55∼64살)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②출생률을 안정시키고 육아정책을 강화한다. 

③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의 대응책을 강구한다.

노인전문병원·실버타운 건설, 노인전문복지사 자격증 확대 등을 활성화시켜 노인보호의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 

②일본의 개호보험, 서구의 노인 요양보험·간병보험 등 노인대상 사회보험제도를 미리 연구하고 도입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③가가호호 노인들을 직접 방문하는 재가 복지사업, 주간 보호사업이 잘 돼야 한다. 

모성보호법을 보완·강화해 여성이 출산·육아에서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다 

②보육의 공공성을 높이고 다양한 보육형태를 개발한다. 

③여성들의 가족보호노동을 분담하기 위해 노인복지시설을 확대하고 가족간병을 지원하는 등 가족지원정책을 적극 개발한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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