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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10% ‘업무 우울증’ 신자유주의가 선물하는 우울증, 오는 2020년엔 3대질병으로 부상
세상이 우울하면 우울증도 잘 걸릴까. 거꾸로 우울증 걸린 사람이 많으면 세상도 덩달아 우울해질까. 지난해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외신들은 미국인이 극심한 노이로제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테러 발생 한달 뒤에도 미국인 71%가 우울증에 빠져 있고, 절반 이상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현상을 보였으며, 3분의 1은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시 미국인이 겪은 질환을 이른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라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규정했다.
IMF 때 환자 급증하기도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구조조정증후군’이 화제가 됐다. 기억력과 집중력, 성욕이 떨어지는 1단계 ‘정신적 혼돈기’를 거쳐 휴가를 반납하거나 야근을 자청하는 등 일에 몰두해 심리적 갈등을 억압하고 적응하려는 2단계 ‘정신적 억압기’를 지난 뒤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증가하면서 실직의 공포도 사라지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정신적 황폐화기’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 연구에서는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의 사무직 노동자 10명 가운데 8명이 이런 증상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00년에 국제노동기구(ILO)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가 근로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며 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이 업무로 인한 우울증 증세에 시달려 연간 수백억달러의 비용이 든다는 지구적 차원의 노동자 우울증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집단적 우울증후군이 장기적인 우울증 유병률을 높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 남윤영 과장은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뒤로 한동안 환자들이 많아졌으나 전체 평균에서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울증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확인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하버드대는 5년간 ‘세계 질병부담’이라는 초대형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해 지난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전까지 사망률을 기준으로 질병순위를 매기던 것을 치료비 등 직접비용은 물론 병에 따른 노동력 손실 등 간접비용과 기회비용 따위를 포함한 사회적 비용으로 새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보고서는 1990년에는 폐렴, 설사, 출산 관련 질병이 3대 질병이었으나, 오는 2020년이면 허혈성 심장질환, 우울증, 교통사고가 3대 질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상이 밝아야 없어진다”는 상식
그러나 이런 연구들이 우울증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용인정신병원 하지현 과장은 “우울증에 대한 자가설문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은 우울증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은데 자신의 인생을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둘 사이의 간극은 의학적 측면에서의 우울증과는 별도로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세상이 밝아야 사람들의 삶도 행복해지다는 아주 평범한 상식이 우울증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줄지 모른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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