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korea’ 멤버들의 ‘상상’은 계속된다
사진/ 'de-sign korea'의 큐레이터 이유섭, 권혁수씨, 기획자 엄혁씨(왼쪽부터).
“지금의 한국 디자이너 개인은 국가, 사회, 자본의 심부름꾼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의 머슴, 자본의 시녀란 말이죠.” ‘de-sign korea’ 기획자 엄혁(시각문화평론가·얼트 씨 대표)씨는 한국의 디자이너를 향해 포문을 열면서 지난해 초 이 전시를 기획했다. 그의 독한 문제제기는 반감을 사기보다 중량감 있는 디자이너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의식있는 디자이너들 자신의 자각과 반성이 깊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디자인을 배울 때는 늘 공공성, 공익성을 앞세웠고, 인간을 위한 디자인,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봉사해야 하는 지식인으로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강조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늘 이상과 현실의 공백이 존재해왔죠.” 권혁수씨와 함께 이번 전시의 공동큐레이터를 맡은 이유섭(코다스디자인 대표)씨는 “이번 전시는 이 공백에 대한 디자이너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밝히는 기회”라고 덧붙인다. 이씨는 1999년과 2000년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의 톱10 디자이너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IDAS KOREA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한, 주목받는 중진 디자이너다. 기업체, 디자인전문회사를 거쳐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대학강단에 서고 있는 권혁수(디자인사회연구소장)씨는 “디자이너들은 한 시대의 문화를 생산하는 디자인 행동에 대한 자기지침과 자기검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면서 “공공영역의 디자인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디자인, 디자이너 주체를 발견하고 그 주체의 인식적 관점과 실천적 행동을 모색하는 자리”로 전시의 의미를 찾았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 분야(권혁수)와 환경디자인 분야(이유섭)로 나누어 진행한 이 전시의 가장 큰 의미는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또는 공공의 상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9개 디자인 회사나 모임, 그리고 작가들은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들로 이 선언이 자칫 메아리로 그치는 ‘마이너들의 반란’에 머물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권씨는 “정책적으로 공공디자인의 과정과 절차가 있지만 디자이너들이 도저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환경의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안 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디자이너 스스로가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실천을 강조했다. 이씨 역시 “막상 작업을 해보니 전보다 관의 태도도 바뀌었고 공공디자인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는 상당부분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기획자인 엄씨는 “문화의 세기라고 해서 삶의 질이니 시민문화 향수권이니 하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공연보러 가고, 전시 보면 삶의 질이 높아지는가”라고 반문한다.
‘de-sign korea’의 멤버들은 전시 뒤에도 모임을 정례화해 ‘상상’을 계속한다. 동료 디자이너들에게도 이 모임의 문을 열어놓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