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1월02일 제391호 

괴선박, 추측만 무성할 뿐…

마약밀수선? 군사정보 수집? 일본언론의 다양한 보도들

일본 순찰선의 괴선박 격침 사건을 둘러싼 궁금증은 금방 풀릴 것 같지 않다. 일본 정부는 여러 정황으로 미뤄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인 것으로 심증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괴선박 승무원들이 로켓포까지 동원해 격렬히 대항했으며 숨진 괴선박의 탑승자 구명조끼에 한글이 쓰여 있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의 서해안 항구에서 출항한 이 배를 처음부터 주시하고 있었고, 또 괴선박이 북한 노동당 주파수로 북한 군당국과 무선교신한 내용을 확보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괴선박의 침투목적 등 구체적인 실체는 여전히 의혹에 쌓여 있다. 괴선박이 완전히 침몰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으며, 탑승객 15명 가운데 세명은 유해로 발견되고 나머지는 실종상태여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가를 알려줄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괴선박의 정체와 침투목적 등을 밝히기 위해 괴선박을 인양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괴선박의 침몰지점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어서 중국과의 협상이 필요하고 또 겨울부터 봄까지 바람이 거센 지역이어서 당장 인양작업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괴선박의 임무에 대한 갖가지 추론만 무성하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마약 밀수선일 가능성이다. 이런 추정은 과거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북한은 98년 8월 동중국해의 공해상에서 일본 밀수조직과 마약거래를 한 것이 드러난 적이 있다. 당시 이 사건으로 200kg 상당의 마약이 압수됐으며 일본인 6명이 기소됐다. 기소된 일본인은 “북한 공작선과 합류했다”고 진술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해 12월24일 이와 관련해 “괴선박이 98년 8월 마약 밀수사건에 사용됐던 북한선적 ‘제12송신호’와 선체가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 공작원들은 매년 연말 북한 노동당에 월동자금을 상납하는 관습이 있다”며 “괴선박이 해상에서 일본 폭력단 등과 각성제, 마약 등을 거래하고 돌아가는 중이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런 추정의 배경에는 괴선박이 발견된 해역이 중국·대만·한반도와 가까운 해상범죄 다발지역이라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군사정보 수집이나 테러 등 조직범죄 이상의 특수임무를 띤 공작선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26일 군사평론가의 분석을 빌려 “침몰 선박의 침입목적은 마약거래 등 단순 범죄가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사명을 지닌 채 상당한 각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산케이신문>은 27일 미군 정찰위성 정보 등을 인용해 “괴선박이 해주에서 출항한 뒤 남포항에서 가까운 군항이 송림에서 제8특수군단 소속 병사를 태우고 동중국해로 들어섰다”며 “괴선박의 주목적은 유조선 등 수송선이 빈번히 항해하는 동중국해의 해상로 상황과 방위 체계 정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방위청의 통신도청 시설이 포착한 괴선박과 북한간 교신내용은 군인들이 파괴공작에 대해 대화를 나눈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공작원 일본침투 및 귀환작업 가능성 등도 제기되고 있으나 배의 속도가 최대 시속 15노트(28km)로 지나치게 느린 점 등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추측만 무성할 뿐 어느 것 하나 괴선박의 임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밝혀주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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