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2년01월02일 제391호 

미국, 호랑이새끼를 키운다

긴밀한 미-일 안보동맹 과시했지만 일본은 미국 우산 벗어난 자체 핵무장 원해


사진/ 미국이 언제까지 일본을 새끼호랑이로 묶어둘지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GAMMA)


“미국이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일본의 무장화를 부추키고 있는 미국을 빗대 이렇게 말한다. 특히 강경보수주의로 덧칠한 조지 부시 행정부가 생겨나면서 일본 재무장은 더욱 종종걸음으로 내달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일본 중시의 아시아정책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무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통하는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은 지난해 5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만나 “현재 일본의 헌법해석은 미-일간 협력관계에 장애가 된다”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고쳐줄 것을 넌지시 요구했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일본의 개헌 논의를 환영한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런 목소리는 비단 행정부쪽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의 하나인 랜드연구소도 지난해 5월15일 낸 미국과 아시아 보고서에서 “미국은 일본의 헌법개정과 군사활동 범위의 확대 노력을 지지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해안경비대의 괴선박을 추적하고 격추하는 과정에서도 미-일간의 긴밀한 군사협력은 유감없이 드러났다. 미군은 괴선박을 처음부터 정찰위성으로 계속 감시했고 18일에는 오키나와의 가테나기지에서 전자정찰기 EP3E를 출동시켜 탐색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확보한 고급 정보들을 일본 정부에 수시로 제공해줌으로써 괴선박 추적 및 격침이 효과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팽창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미-일 동맹체제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안보전략의 핵심 축이다. 1951년 패전국인 일본과 맺은 강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함께 체결된 미-일안보조약이 법적 토대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 조약에 근거해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킬 권리를 확보했다. 일본으로서는 이 조약이 종속적인 관계를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의 안보우산 제공으로 경제성장에만 매달릴 수 있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는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두 나라의 안보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구상은 이른바 ‘나이 이니셔티브’에 잘 드러나 있다. 1994년 말 일본을 방문했던 당시 미 국방차관보 조셉 나이는 “클린턴 행정부가 통상외교에 치중하면서 미-일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다”며 안보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그는 또 “일본과의 안보동맹은 미국의 아시아 안보정책의 요체”라면서 미-일 동맹체제가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이익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미국이 미-일 동맹체제를 지역안보는 물론 세계안보를 위해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를 중심으로 타이완-한반도-오키나와-괌-필리핀-인도네시아-싱가포르-알래스카-미 서부 연안지역을 부챗살 모양으로 잇는 거대한 군사전략망을 펼쳐놓았다. 그야말로 태평양 전체를 미국의 호수로 만들어 독점적으로 지배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여기에서 미-일 안보동맹과 4만여명에 이르는 주일미군이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또다른 속셈은 중국 팽창저지에 있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중국을 가상 적으로 설정하고,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9·11 테러 이후 주춤거리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부시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바뀌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자국의 패권적 질서를 계속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는 중국의 팽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느냐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과의 안보 동맹체제를 지렛대로, 인도차이나반도-대만-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이 세 지역을 잇는 차단막을 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동관심지역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확정하고, 극동지역의 유사시 공동협력 내용을 담고 있는 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무한정 내버려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미국의 군사력 강화는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위대의 군비확충은 재래식 전력을 키우는 선에서 이뤄져왔다. 일본이 핵탄두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개발 직전에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사실 일본은 이미 1961년에 정부 차원에서 핵 무장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1971년부터 핵무기 생산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릿교대학의 원자핵 연구소장이었던 핫도리 교수는 1992년에 일본의 기술력이라면 한달 안에 신뢰성이 높은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고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일본에 좋은 빌미


사진/ 사열하는 중국군. 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또다른 속셈은 중국 때리기에 있다.(GAMMA)


미국은 일본이 자기들의 핵 안보우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군사노선을 걷는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기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일본 정부가 겉으로는 미국의 하위동맹국 지위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호시탐탐 자체 핵미사일 무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핵 무장의 좋은 빌미로 삼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위협 제거에 사력을 다하는 것도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비쳐진다. 미국으로서는 우리가 다 알아서 당신들이 우려하는 위협요인들을 제거할 테니 일본이 덩달아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일본이 핵이나 미사일 군비경쟁에 뛰어든다면 단순한 군비경쟁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언젠가 일본이 북한의 군사위협을 빌미로 독자적으로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한다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국력이 커짐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국제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일본 역할론’을 부르짖고 있다. 또 21세기에는 아시아아·태평양지역을 축으로 한 지역맹주 자리에 대한 야망과 미국과 더불어 세계질서를 함께 구축해나가겠다는 공동패권의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조바심은 98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 행정부가 만든 이른바 ‘페리보고서’에도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제2의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이 자기의 안보정책을 광범위하게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다스려야만 일본을 어미호랑이가 되지 못하도록 억누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국이 일본을 새끼호랑이로 묶어둘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본 군사력의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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