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참을 수 없는 ‘중앙언론’

지역의 대안언론 연대모임 ‘바른지역언론연대’…“언론개혁운동의 중심에 서겠다”

매스미디어 환경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서울 중산층의 표준생활에 맞추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서울 부유층의 패션과 문화생활은 서울-비서울간의 정서적 이질감을 부추기는 단계를 넘어서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외식체인점과 이름난 브랜드의 매장이 있고 없고를 두고 한 지방에서 삶의 질을 논할 만큼 사회 전체가 획일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여론을 이끌어간다고 자부하는 종이매체도 형편이 다르지는 않다. 각 중앙일간지에 지역소식이 실리는 것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눌 수 있다. 엽기적이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을 때, 혹은 ‘맛자랑 멋자랑’류의 서울사람 입맛에 맞게 가공된 소재가 있을 때이다. 한 지역언론사 기자는 이를 놓고 “지방소식은 연극으로 치자면 조연도 아니고 소품이나 배경취급 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전국지를 자처하며 벌이는 중앙일간지의 물량공세는 ‘몸은 지방, 생각은 서울’에 있는 추세를 더욱 가속화했다.

참다못해 각 지방의 대안언론들은 자본과 서울중심주의를 벗어나자는 구호를 내걸고 연대모임을 꾸렸다. 건강한 풀뿌리 지역언론들의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바지연, www.bjynews.com)가 주인공이다. 95년 발족한 이래 현재 36개사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바지연은 서울과 대도시에 공동 상근자를 파견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전국은 물론 전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은 이들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건강한 지역언론이 있다는 것은 공동체 생활에 큰 윤활유가 된다. 충북 옥천에서 안티조선운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곳에 12년 역사를 가진 <옥천신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타의 중앙일간지보다 이 지역에서 훨씬 많이 팔리고, 영향력이 있는 <옥천신문> 덕분에 옥천 사람들은 여론왜곡 없이 조선바보운동을 탄탄하게 벌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경남 남해의 <남해신문>은 지역여론을 이끌어 지자체 정치까지 바꾼 걸로 유명하다. 김두관 남해 군수가 <남해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다. 지역의 대안언론 1호인 <홍성신문>으로 잘 알려진 충남 홍성에서는 얼마 전 청소년 잡지 이 탄생했다. 홍성의 5천여 중고생들이 손수 만들고 보는 은 지역의 청소년 문화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바지연의 김원범 대표(<서귀포신문> 발행인) “지역의 대안매체들이 우리나라 언론개혁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중앙언론을 개혁한다고 해도 서울을 근거로 삼고 있는 언론이 각 지방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거대 중앙일간지들이 사주의 횡포와 경영비리로 눈총받고 있는 요즘, 지역 대안언론들의 행보가 새삼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