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중을 일깨운 저항의 상징선전·선동의 수단으로 활용된 ‘상징정치’… 프랑스혁명 전후부터 정치적 발언
상징은 저항세력에도 효과적인 선전·선동의 수단이다. 프랑스혁명을 전후한 18∼19세기에는 ‘상징정치’가 활발했다. 대중이 정치의 주체로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중의 문자해독률은 낮았던 탓이다. 이 시기 여성이 쓴 ‘빨간 모자’는 모든 이들의 자유로운 공화국을 상징했다. 이 모자는 고대 로마의 일부였던 터키에서 노예를 해방시켜 주면서 빨간 모자를 씌운 데서 유래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상징은 점점 현실의 형상을 본뜨게 된다. 노동을 상징하는 남성의 육체나 낫과 망치가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다. 소련 국기를 비롯해 전세계 좌파정당의 당기에는 낫과 망치가 전통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붉은 장미와 별 또한 좌파의 오랜 상징이었다. 하지만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서구 좌파정당의 당기에서도 낫과 망치가 점차 사라지게 된다. 90년대 초, 서구 최대의 공산당이었던 이탈리아 공산당의 변신은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소련이 멸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공산당은 당명을 좌파민주당으로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당내 급진파들은 재건공산당으로 독립한다. 다수파였던 좌파민주당이 당기에서 낫과 망치를 삭제한 반면, 재건공산당은 당기에 여전히 낫과 망치를 남겨두었다. 좌파정당의 당기에서 낫과 망치가 사라지는 현상은 노동계급 내에서 육체노동의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과 관련있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사회당의 상징인 붉은 토마토에서 보이듯 사회주의와 생태이념을 결합한 상징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 나라에서도 저항의 ‘상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87년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두드러진 상징은 태극기였다. 태극기를 앞세운 시위대나 태극기를 온몸에 두른 전대협 대표는 당시 저항정신이 민족과 애국의 틀에 속해 있었음을 드러낸다. 노동을 상징하는 주먹쥔 손이나 좌파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저항세력은 이름에서부터 국가주의적 냄새를 물씬 풍기는 국민의례를 대신해 민중의례를 치러왔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고,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집회 문화는 한국 민중운동의 독특한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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