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금리 29%를 아시나요저금리 시대의 사각지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의 이상한 고금리
지표금리가 유례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저금리 혜택을 전혀 못 받는 사각지대가 있다. 사회초년생,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직원, 가정주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중에 자금은 풍부해도 이들에게는 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색현상이 여전해 은행금리에 비해 턱없이 높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사채 등 고금리 대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난 97년에 폐지된 이자제한법을 부활시켜서라도 고리대출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대출금리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떨어진 반면에, 카드사 금리는 외환위기 전과 비교할 때 오히려 크게 올라 있다. 시장점유율 상위권 업체인 LG캐피탈, 삼성카드, 국민카드의 경우 금리가 최고 4%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LG캐피탈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1월 현금서비스 금리를 연 24.3%에서 29.9%로 올렸다가 99년 4월 29.0%로 낮춘 뒤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98년 2월 29.2%로 4.8%포인트 올린 다음 지난해 1월 28.5%로 낮춘 뒤 제자리상태다. 국민카드는 그나마 나은 편으로 외환위기 직전과 같은 23.1%로 낮췄지만 이 또한 은행금리에 비춰볼 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카드금리가 높으면 은행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 법한데,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보통 회사원들이 신용대출로 은행에서 급전을 꾸려면 고작 5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사회초년생이나 중소기업 직원 등에게는 그나마 꽉 막혀 있다. 관혼상제같이 큰돈 드는 일을 갑작스럽게 당한 서민들로선 고금리인 걸 뻔히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넓지 않다. 지난해 1∼9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99년 한해에 비해 각각 6조7천억원, 1조6천억원씩 늘어나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신용카드대출 점유율이 99년 말 5.4%에서 지난해 9월 9.3%로 늘어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기침체기와 맞물려 사금융업체들의 초고금리 급전대출도 성행하고 있어 저금리 시대를 무색게 한다. 일본 자금을 들여와 설립한 A&O크레디트 등 이들 사금융업체는 통상 월 5∼6%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주로 100만∼1천만원의 급전을 대출해주고 있다. 월 6%를 연이율로 따지면 무려 72%에 달하는 수준이다. 선이자를 떼는데다 수수료까지 물리는 사정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대출금리는 10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터무니없는 금리를 물고 누가 이용하겠는가 싶겠지만, 대출실적 300억∼1천억원에 이르는 사금융업체만도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저런 급한 사정에 몰린 직장인, 가정주부, 자영업자 등 상당수가 사금융업체를 이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실태를 반영, 최고 이자를 일정 수준(연 20%)으로 묶는 내용의 이자제한법안을 다시 도입하도록 국회에 요청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위원장은 “이달 안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광범위하게 연대해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공청회를 거쳐 이자제한법 부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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