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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이 굴러오잖아? 사행심 부추기는 정부부처·공공기관들… 정부는 대책없이 수수방관
물론 사행산업에 대한 통제장치가 아주 없지는 않다.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라 별도의 법적 근거없이 돈을 걸고 이뤄지는 도박은 모두 불법으로 여겨져 금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업 ‘의욕’을 꺾기에는 무력하다. ‘공익’이란 명분만 내걸면 누구라도 뛰어들 수 있다. 물론 ‘공익’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정해주는 곳은 정부부처다. 따라서 최근 사행산업의 무분별한 팽창은 결국 정부에 그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박사는 “경마만 하더라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외사업소를 유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으며 복권을 추가로 발행하겠다는 지자체가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민 박사는 “결국 공공기관이 나서서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행산업 무분별한 팽창은 누구 책임
이런 현실임에도 정부는 사행산업을 필요악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사행산업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하수구의 논리’로 대응했다. “하수구가 더럽다고 만들지 않으면 세상이 다 더러워진다”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과열이라는 비판에는 정부도 동의하지만 사행산업은 역사적으로 볼 때 필요악”이라며 “무조건 막기만 하면 법을 어겨가며 밤늦게 으슥한 데서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개싸움 도박판이라도 벌이고 싶은 게 사람들의 심리”라고 말했다. 사행산업을 둘러싼 하수구론, 필요악의 논리가 전혀 터무니없다고 할 수는 없다. 도박에 열중하고 요행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합법적인 공간에서 충족시켜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박성은 모든 인간에 내재돼 있는 심리 중 하나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를 무조건 억제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허용하면서 사행심을 조절, 관리하고 있다. 또 사행산업을 합법화함으로써 레저상품으로서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여기에 세수 확보, 공익적 기금 조성이란 명분이 덧붙여져 사행산업의 정당성을 옹호해주는 논리로 이어진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현실을 인정하자는 ‘필요악’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행산업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적절하게 허용해주고 이를 또 건전하게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소관 부서도 없다. 경마는 농림부가, 카지노와 경륜, 경정은 문화관광부가 관장한다. 복권은 아예 소관 부서가 없다. 어떤 법이든지 근거 조항만 삽입하면 복권을 찍어낼 수 있다. 나아가 마구잡이로 허용한 사행산업이 국민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꾸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가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사회적 폐해 줄여야
복권판매업의 예를 보자. 정부는 지난 99년 규제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없앴다. 대신 복권발행기관들이 자율적으로 복권발행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플러스 플러스복권을 발행하고 있는 보훈복지공단이나 복권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여기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또 건설교통부, 과학기술부, 근로복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제주도, 임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갖가지 기관들이 복권판매업에 뛰어들어 시장에 난립하고 있다. 복권판매업뿐 아니다. 경마, 경륜 등에서도 세수 확보를 노리고 장외사업소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사행산업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사행산업규제위원회’(가칭)를 만드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라며 “민간전문가 및 학계와 정부관계자 등이 참여해 사회적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사행산업에 대한 정책방향과 감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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