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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김신당이 꿈틀댄다 YS·JP 손잡고 대선정국 끼어들기 시도… ‘제3세력’ 내세워 정치생명 연장할 건가
YS와 JP는 지난 2월 YS의 서도회장에서 만나 밀담을 나눈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는 JP가 DJP 공조를 회복한 직후여서, ‘반DJ’의 대립각을 한창 세우고 있던 YS와는 서로 가는 길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 회동은 ‘DJP 공조 붕괴 이후’의 상황. JP로서는 변화된 정치환경에 따라 새로운 정치적 행로의 모색이 불가피한 처지다. 이 때문에 이들의 만남은 향후 대선국면의 정치지형 변화와 연관지어 해석되고 있다.
‘반DJ, 비창’ 슬로건으로 보수층 결집
이들은 9월24일 회동에서 △미국 테러사건에 대한 총력대응 △퍼주기·끌려다니기식 대북정책 반대 △권력형 부패 척결 △언론탄압 반대 △불의한 정치풍토 쇄신 등 5개항에 합의하는 등 강력한 연대관계를 과시했다. 또 회동 뒤 “다 발표할 수 없는 얘기가 많다”(JP), “여러 가지 깊은 얘기를 나눴다”(YS)고 여운을 남기는 등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한 광범한 의견교환이 있었음도 내비쳤다. 게다가 10월7일 회동의 경우 비밀리 심야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9월24일 회동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권 개편, 대선후보문제 등과 관련한 좀더 진전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우리 정치권에서 신당설 또는 정계개편설은 꺼지지 않는 불씨였다. 그동안 야당은 여당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하려 한다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아왔다. 이부영, 김원웅 등 한나라당 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진보 성향의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모임인 화해와 전진 포럼을 중심으로 개혁신당 창당을 모색해왔고, 김윤환 민국당 대표 등은 ‘반이회창’ 진영의 결속이라는 밑그림을 바탕으로 영남권후보론을 설파해왔다. 또 잠재적 대선주자로 인정받는 정몽준 의원은 지난 5월 “새 정당이 출현해 모범을 보인다면 기존 정당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발전을 위해 신당 창당에 적극 참여할 뜻을 갖고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신당창당의 필요성을 역설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YS와 JP의 움직임을 이전과 조금 다른 무게로 받아들이고 있다. YS와 JP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두 사람은 비록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부산·경남과 대전·충청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지역구도는 여전히 한국 정치권의 최대변수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보는 대선국면을 앞두고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JP, 고사 위기 탈출… YS, 영향력 확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발언권 확대를 모색해온 YS로서도 JP와의 연대가 힘이 된다. YS는 그동안 영남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이회창 총재와 몇 차례 힘겨루기를 했다. 그러나 역부족임을 드러냈을 뿐이다. 2000년 9월 민주산악회를 재건하려 했으나 이 총재의 견제에 밀려 실패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민국당을 지원해 이 총재를 견제하려 했으나 부산·경남지역 민심이 움직이지 않자 포기했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국면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이 총재를 견제할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의 밀착 움직임이 실제 신당창당으로 나아가느냐 여부. JP는 YS와의 회동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정치변동’을 언급하며 신당 추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자민련이 지금은 봉급도 제대로 못 줄 정도로 어렵지만 내년엔 올라가기 시작해 선거에선 허리도 펴고 주먹도 쥘 날이 있을 것”(9월21일), “연말 정치권에 큰 변동이 올 것이다. 내년 봄쯤 가면 판단할 수 있는 징후가 나올 것이므로 우리 당도 정신차려야 한다”(10월7일), “연말이든 언제든 (정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YS를) 만나뵐 것이다”(10월8일), “내일 이 나라가 어찌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YS와) 거의 합치된 생각이 있다”(10월10일). 실제 자민련은 정호용 전 의원 등 대구·경북 출신 5·6공 세력, 옛 공화당 출신 보수 인사들을 대상으로 세규합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당 창당을 위해 대선주자급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정몽준 의원 등을 눈독 들이고 있다. YS도 10월4일 민주계 의원 17명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하는 등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서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민련 관계자는 “JP가 내년 지방선거에 정치생명을 걸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내년 대선에서 몫을 챙길 수 있게 되고, 그래야만 자민련의 생존이 모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충청권 민심으로는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충청권을 잃으면 JP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따라서 충청권을 끌어당길 대책이 필요하다. YS와의 신당창당은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95년 YS에 ‘팽’당한 JP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지방선거였다. JP는 이 해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휩쓸게 됨으로써 96년 총선에서 자신감을 얻어 9석의 의석을 50석으로 불렸고, 97년 대선에서는 DJP 공조를 통해 집권까지 했다. 최근 JP가 구상하는 시나리오는 이 당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신당은 영남권 의원 참여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신당 창당까지는 현실적 걸림돌이 만만찮다. 우선 YS-JP 신당의 성패는 영남권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자민련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다 하더라도 한나라당 민주계 의원들의 합류 없이는 정치적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남권 의원들의 경우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한나라당의 한 민주계 의원은 “의원들은 배지를 달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나가겠느냐. YS가 직접 대선에 출마한다며 ‘나오라’고 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닌 이상 나갈 명분도 없다. 현재로서는 나부터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들의 곱지 않은 인식도 문제. YS와 JP의 지역기반인 부산과 충청지역부터 반응이 시큰둥하다. 자민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3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도 문제인데다 5·6공 인사들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이 ‘구시대 인물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우려가 많다. 신당 창당을 한다면 새 출발의 이미지를 줘야 하는데 이 문제가 끝까지 고민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쪽도 적지 않다. JP와 YS는 ‘정치적 생존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서로 필요하다’는 원론에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적지 않다. JP는 DJP 공조 붕괴 이후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자민련이 안에서 무너져내릴 우려마저 있는 다급한 상황이다.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YS로서는 당장의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것도 아닌데다 창당작업과 당운영 등 현실정치에 직접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많다. YS나 JP가 실제 신당 창당 등을 겨냥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다만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는 ‘이벤트’를 통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민주계 의원은 “지금 정치상황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것만큼 폭발력을 갖는 정치 이벤트가 있느냐.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이 만날 이유는 충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압박 위한 ‘외곽때리기’인가
한국 정치는 대선국면을 앞두고 늘 양자구도에 포섭되지 않는 제3세력의 등장을 경험해왔다. YS-JP의 보수신당설도 이런 역사적 경험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들의 결합은 지역구도를 볼모로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지극히 퇴행적 기도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이유로 이들의 움직임도 지금까지 성공한 적이 없는 제3세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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