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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나라에 재앙을 판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꿈의 작물’로 포장해 잇속 챙기는 다국적 곡물기업
개도국은 GMO를, 선진국은 유기농산물을
그러나 다국적 곡물메이저들은 유전자조작 작물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빈곤국과 농민들에게 복음이라고 전파한다. 병충해 때문에 수확량이 떨어지던 것을 극복해주는 ‘꿈의 작물’이란 것이다. 과연 그런가. 허남혁 전 농어촌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다국적 곡물기업은 엄청난 돈을 벌게 되고 개도국이 주요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국이 될 것”이라며 “돈있는 선진국은 유기농산물을 먹고 돈없는 개도국이나 빈민층은 값싼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게 될 것”고 잘라 말한다. 다국적 곡물기업의 이익을 위해 빈곤국과 농민, 그리고 소비자 등 사회 전체가 생태적, 건강상의 위험을 떠안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거대 다국적 곡물자본은 유전자조작 기술 개발에서 유럽과 아시아국가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온 것이다. 특히 몬산토 등은 특허권을 쥐고 유전자조작 종자를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놓고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의 종자를 싹쓸이할 것이라는 유럽 농민들의 우려가 깔려 있다. 다국적 곡물기업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21세기 식량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인구 80억명을 넘어설 21세기에 인류를 먹여살릴 ‘마법의 탄환’이라 부른다. 한방에 끝내는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소비자·환경단체는 그러나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굶어죽는 반면 미국인들은 다이어트 열풍에 휩싸여 있는 건 식량부족 때문인가”라고 되묻는다. 허남혁 전 연구원은 “문제는 식량에 대한 접근성과 형평성의 문제”라며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들의 농업과 식량에 대한 독점이 사라지지 않는 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식량문제와 영양문제의 본질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빈곤의 문제이지 기술의 문제가 아닌 만큼 유전자조작 농산물로는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종자독점을 통한 세계 농업과 식량지배문제를 낳기도 한다. 생명윤리·안전 연대모임 박병상 사무국장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중 일단 한번 싹을 틔우면 다시는 발아하지 않는 것도 나오고 있다”며 “농민들은 씨를 뿌릴 때마다 그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새로운 종자를 다시 사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몬산토는 한번 사용한 종자를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터미네이터 기술을 개발해 세계 종자시장을 지배하려고 시도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상업화를 포기하기도 했다. 특히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콩인 ‘라운드업레디’ 재배농가는 몬산토가 개발한 독성 제초제인 ‘라운드업’을 세트로 사야 한다. 이 종자에 맞는 제초제가 라운드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몬산토는 그동안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인류 식량문제라기보다 정확하게 보면 ‘돈’의 문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심현정 정책실장은 “유전자조작 식품은 워낙 큰 이권이 걸린 것이라 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 식품을 반대하는 과학자도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자라면 너나할 것 없이 돈이 되는 유전자조작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보니 반대하는 과학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소비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닥치자 이제 소비자들의 저항이 적은, 맛과 영양, 특정 약용성분을 향상시키는 기능성 유전자조작 작물을 개발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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