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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실험 ‘먹을거리 혁명’ 유전자조작 식품의 뿌리깊은 안전성 논란… 과학적 검증 위한 ‘유통 유예’ 주장도
몬산토사 등 유전자조작 농산물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기업은 유전자조작 식품이 인류에게 ‘식량, 건강, 희망’을 약속한다고 주장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조작 식품은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식약청 식품미생물과의 박선희 연구관은 “GMO 농산물이 유통되기 전에 미국, 캐나다 등 개발국들이 안전성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인체에 해를 끼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당장의 피해 없어도 잠재적 위험 가능성
식약청은 지난해 6월 몬산토사가 출원한 유전자조작 콩인 ‘라운드업 레디’에 대한 안전성 심사결과 “기존의 콩과 안전성과 영양성면에서 동일하므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림부도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기존 농산물과 비교해본 결과 성장과정이나 영양가 등에서 똑같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그렇지 않은 전통적인 작물을 비교할 때 맛과 성분, 영양면에서 같다면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당국은 소비자단체가 제기하는 ‘잠재적 위험성’은 막연한 공포일 뿐 유전자조작 식품이 결코 프랑켄슈타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생명윤리·안전 연대모임 등 유전자조작 식품을 반대해온 소비자·환경단체는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수십년 뒤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충분한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인체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될 때까지 상업적 유통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유전자조작이 아닌 자연식품은 인간이 오랫동안 먹어온 것이어서 인체에 완벽하게 적응된 상태이지만 유전자조작 식품은 전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먹고 있는 된장 등은 수천년의 시간을 견디면서 많은 변수를 이겨낸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실험실에서 일부 요인만 고려해 개발했을 뿐 현실세계에는 예측할 수 없는 무한대의 요인들이 널려 있다. 소비자·환경단체가 제기하는 위험성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박병상 사무국장은 “현재는 복합오염시대이기 때문에 유해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당국은 이런 부분은 제쳐둔 채 알권리 차원에서 표시제를 도입했으므로 안심하고 먹으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병충해 저항성 유전자조작 옥수수는 그 옥수수 잎을 갉아먹은 벌레가 곧바로 죽을 정도인데 그런 옥수수를 먹은 사람에게 탈이 안 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유전자조작 작물 속에 만들어진 제초제 내성 효소나 살충독소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먹어온 단백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당국은 그러나 소비자단체가 부정확한 정보로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안에 떨게 만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농림부 GMO대책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무조건 혐오식품이라고 보고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게 아니라 있는 것을 제대로 봐야 한다”며 “소비자단체가 유전자조작 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를 주장하는데 개인별 체질에 따라 얼마든지 알레르기는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물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옹호론자나 반대론자나 모두 상대편을 반박할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9년 영국 로웨트연구소의 푸스타이 박사는 “유전자조작 토마토로 기른 쥐의 장기가 손상되고 면역체계가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유럽 13개국 22명의 과학자들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판매를 중지하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박병상 사무국장은 “겸손하고 솔직하자”고 주장한다.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안전에 대한 믿음도 없는 상태에서 인류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 사람의 몸에 해로운 것으로 입증된다면 리콜할 수도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이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시판되는 유전자조작 식품에서 인간에게 해롭다는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논란은 끝없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생태계 전체에 영향 미칠 수도
안전성 논란은 환경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소비자·환경단체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수천년에 걸쳐 진행되는 진화과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조작된 유전자가 주변 작물과 잡초에 어수선하게 퍼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조작 유전자가 확산되면 생태계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혼란에 빠질 게 뻔하다는 얘기다. 이 근거로 유전자조작 작물의 꿀을 빨아들인 꿀벌의 수명이 짧아졌다거나 꽃의 냄새를 식별할 힘이 약해졌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농업문제연구자인 허남혁(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연구원)씨는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조작 작물이 생태계에 퍼져 다른 작물에 옮겨갈 경우 어떤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잡초가 탄생할 것”이라며 “해충 저항성 유전자조작 농산물 역시 해충의 독성이 더 강해져 더욱 강력한 농약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조작 식품은 생명공학의 ‘장밋빛 꿈’과 ‘위험한 미래’라는 건널 수 없는 강물을 사이에 둔 채 논란만 되풀이되고 있다. 아직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안전하다’는 쪽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유해하다’는 쪽 사이에서 진실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줄 수 있는 건 어쩌면 미래의 시간뿐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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