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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단순한 여성캐릭터 무조건 외모 중시하는 풍토 여전… 여배우의 생동하는 연기를 보고 싶다
배우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인형 같은 외모의 연예인으로 출발했던 많은 여배우들이 어엿한 연기자로 성장했음을 관객은 스크린에서 확인한다. 그러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와 <내 마음의 풍금>의 전도연을 ‘발견’할 때 느꼈던 아찔한 경험을 제공하는 배우들을 만나기는 여전히 힘든 게 사실이다. 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최민식이나 여자 송강호를 만날 수 없는 것일까? 여자배우들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영화에서 <파이란>의 강재나 <반칙왕>의 임대호나 <박하사탕>의 김영호처럼 입체적인 한 ‘인간’이자 여성을 그린 캐릭터가 얼마나 있었을까? 남성캐릭터의 비약적인 발전에 비한다면 여성캐릭터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80년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영화임을 표방하는 극소수의 영화를 제외한다면 사실 아직도 충무로에서 굴곡 깊은 여성캐릭터는 금기나 마찬가지다. 여성이 남성 분량만큼의 장면에 나올 수 있는 영화의 대부분은 멜로영화다. 그러나 <미술관 옆 동물원>이나 <해피엔드> 정도를 빼놓는다면 우리는 멜로영화에서 판타지영화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여성캐릭터를 만난다. 한국의 주연급 배우라고 할 만한 여자배우들 가운데서 최민식이나 송강호, 설경구처럼 평범한 외모의 배우는 없다. 물론 예쁘다고 연기 못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런 비교는 여자배우를 캐스팅할 때 연기보다 외모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얼굴도 되고 연기도 되면 금상첨화’지만 ‘연기가 되는 것’만으로 충무로는 여성에게 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은 때로 ‘한 3년 기다리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하며 화려한 외모의 여배우가 국어책 낭독하는 풍경을 참아내야 한다. 그러나 관객은 온전히 피해자이기만 할까? 상업영화가 대중의 표를 먹고 산다는 점을 염두하면 여성배우의 기근에 남성중심의 영화판에 못지않게 그들로 하여금 여성캐릭터 개발에 무심하게끔 만드는 관객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여성배우들에게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등짝 한번 보이는 데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대역을 쓰는 배우들에게 깊은 연기를 기대한다는 건 왠지 미덥지 않다. 언젠가 한 영화주간지에서 “이미지 망가지면 CF 안 들어온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이젠 배우로 불리고 싶다’고 말한 한 여배우의 욕망은 모순이 아닐까. 할리우드가 부러운 건 글렌 클로스 같은 여성 성격배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기꺼이 전신노출을 한 기네스 팰트로와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산발을 한 가난한 아줌마가 되기 위해 서슴없이 머리를 산발한 모델 출신 배우 카메론 디아즈가 있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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