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세운다, 그리고 팔아먹는다민주당 심규섭 의원의 화려한 사학비리 의혹… 뇌물 주고 부실한 대학 지어 등록금 횡령에 이중매매까지
지난 5월3일 심규섭(민주당·안성) 의원은 수원지검 평택지청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조사 내용은 평택공과대학(현 경문대학)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때의 비리의혹에 관한 것이었다. 심 의원의 비리혐의는 등록금 12억원 횡령, 1천만원 뇌물공여, 학교 이중매매 의혹 등에 두루 걸쳐 있다. 아직 수사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이런 의혹들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학의 초라한 몰골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동안 알려진 심 의원의 비리의혹을 되짚어보는 건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워야 하는 사학이 어쩌면 한낱 개인의 전유물로 전락한 현실을 확인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재산 양도가 아니라 운영권 양도?
심 의원 집안이 사립학교 재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부터다. 안성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심 의원의 아버지가 안성여자상업고등학교(현 안성종합고등학교)를 설립했다. 경기도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심 의원의 아버지는 안성여상에 이어 97년 평택공과대학을 설립했다. 심규섭 의원은 이 대학 이사장을 맡았다. 설립 인가 당시 교육부 평가자료는 교직원과 교육기본 시설 확보, 재정 요건 등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교육부 평가자료는 얼마나 믿어야 할까. 설립과정의 의혹은 오히려 심 의원 자신의 입을 통해 불거졌다. “3수를 한 거예요. 국회쪽을 뚫어라, 청와대에 로비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 한 5억∼6억원 넘게 들어갔어요.” 99년 7월 방영된 서울방송 <8시뉴스> 인터뷰에 심 의원이 거침없이 털어놓은 로비내용이다. 일단 학교를 설립했지만 운영이 만만치 않았다. 97년 학교 문은 열고 신입생을 받았지만, 학교 건물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경문대의 한 교수는 “98년 당시 부도 위기설이 나돌았다”고 전한다. 결국 평택공과대를 설립한 ‘청송재단’은 재정난에 허덕이다 98년 9월 학교법인 ‘경복대학’에 학교를 넘기게 된다. 공사대금 미지급금 등 부채 100억원, 98년 2학기 교비 충당금 25억원, 현금 30억원을 합쳐 총 155억원에 대학 소유권을 양도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법인의 매매는 사립학교법에 저촉되는 일이다.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을 공익재산으로 간주해 개인간 매매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99년 8월 이용구 교수 등 경문대 교수협의회쪽은 경복대 이사장 전재욱씨를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당연히 학교를 넘긴 심 의원도 관련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심 의원과 전씨 사이에 이뤄진 매매를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매매가 아니라 운영권 양도로 본 것이다. 그러나 심 의원과 전씨가 맺은 ‘양도양수계약서’에는 평택공과대학의 교육용 재산 등 기본재산이 매매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심 의원의 또다른 비리혐의는 99년 전씨의 비리 혐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된다. 등록금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가 바로 그것이다. 전씨의 비리를 추적하던 검찰은 경문대의 98년도 1학기 등록금 38억원과 2학기 등록금 20억원이 학교 회계비에 편성되지 않고, 임의로 지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재단 이사장이던 심 의원이 회계절차를 무시한 채 사용한 것이다. 결국 심 의원은 99년 11월18일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날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심 의원은 횡령 의혹이 있는 등록금 58억원을 공사비와 실습 기자재 구입 등에 썼다고 진술했다. 이중 12억원은 개인채무를 갚기 위해 썼다고 진술했다가 다시 이 돈마저 공사대금으로 들어갔다고 번복했다. 회계장부나 영수증 하나 없었지만 검찰은 횡령혐의에 대해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수사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심 의원은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정부 지원금 12억원을 빨리 받기 위해 98년 부친을 통해 교육부 김 국장에게 1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뇌물공여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미 뇌물을 받은 죄로 직권면직된 김아무개 전 교육부 평생교육국장은 심 의원이 조사를 받기 사흘 전 해외로 도주한 터였다. 결국 뇌물공여 혐의는 수사진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내사중지 처리됐고, 횡령혐의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라져버렸다. 계좌추적만 하면 비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중단된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인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이정회 검사(현 대전지검)는 “당시 심 의원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신분이었다”며 “전재욱 비리 사건만으로도 벅차 수사할 여력이 없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명 간사는 “당시 심 의원은 민주당의 전신인 새 정치국민회의 중앙당 상임위원이었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검찰의 ‘정치인 봐주기’ 아니냐
검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은 더욱 대담한 도박을 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9년 말, 심 의원은 대리인을 내세워 일간신문에 경문대 매매 광고를 냈다. 이미 소유권을 전재욱씨에게 넘긴 상황에서 이중매매를 시도한 것이었다. 마침 미8군 중앙회계처 부처장 김승준씨가 사겠다고 나섰다. 심 의원은 김씨에게 현금 60억원, 부채 67억원을 합쳐 127억원에 학교 소유권을 넘기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총선을 바로 앞둔 3월15일 이뤄진 이중매매였다. 심 의원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2억원을 건네받았다. 이 돈과 2000년 2월 안성종고 교사 50여명을 맞보증 세워 대출받은 10억원은 총선자금으로 유용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김씨가 건넨 22억원도 ‘구린 돈’이었다는 것이다. 김씨가 미 육군성 예산에서 횡령한 돈으로 밝혀졌다. 사학을 개인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이들이 ‘깨끗한 손’을 갖길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인지도 모른다. 심 의원의 이중매매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회의원 당선 직후인 지난해 5월 초 또다시 재미동포 조아무개씨에게 127억원에 학교를 팔려 했다가, 조씨가 계약을 체결하기 전 심 의원에게 소유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계약 자체가 무산됐다. 지난해 8월 조씨는 심 의원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한 상태다. 수배를 피해 도망다니던 김승준씨도 지난해 8월 심 의원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구속되기 넉달 전이었다. 하지만 김씨의 고소건은 고소인이 몇 차례의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검찰의 파일 속에서 잠자던 심 의원의 사학비리 의혹은 지난 3월 <내일신문> 등 언론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시민단체와 한나라당이 의혹 제기에 가세해 파문은 점점 더 확산돼 갔다. 여론에 밀린 검찰은 3월21일 재수사 방침을 밝혔고, 5월3일 심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쳤다. 평택지청 정병욱 지청장은 “계좌추적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는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규섭 의원쪽은 거듭된 취재 요청에 “검찰 수사에서 이미 모든 것을 밝혔다”고 되풀이할 뿐 끝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젠 검찰이 모든 것을 밝힐 차례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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