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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은 아름다운가 젊은 날의 향수 자극하는 성장영화 <키즈 리턴>과 <세친구>
깡패가 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1996)은 <친구>와 비슷한 설정을 가진 성장영화다.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극장 직원을 속여 성인영화를 보러가는 게 낙인 마사루와 신지. 마사루는 고등학교를 때려치우고 권투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연습을 한다. 그러나 그는 ‘시다바리’로 데리고 다닌 신지의 가벼운 펀치 한방에 나가떨어진다. 좌절한 마사루는 야쿠자의 똘마니가 되고 신지는 유망한 권투선수로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이 둘은 어느 순간 미끄러져 원점으로 내려온다. 둘은 까칠한 몰골로 자전거 하나에 몸을 싣고서 대화한다. “우린 끝난 건가?”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 두 사람의 우정은 비장하지 않다.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청춘도 아니다. 10대 후반의 소년들이 세상과 만나는 첫경험은 절망이다. 많은 청춘들이 그렇듯 말이다. 마약에서 떨쳐나온 준석처럼 화려한 재기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키즈 리턴>은 호르몬만큼 불안감도 많던 시절 보았던 희망과 절망을, 찌르르한 통증과 함께 우리의 가슴속에서 호출한다. <키즈 리턴>과 같은 해 나온 임순례 감독의 영화 <세친구>도 잊을 수 없는 성장영화 가운데 하나다. 대학도 포기한 달동네의 19살 동갑내기 세 친구, 무소속, 섬세, 삼겹. 만화가를 꿈꾸는 무소속과 집안에서 결사반대하는 미용사 시험을 준비하는 섬세. 그리고 아무런 꿈이 없는 112kg의 삼겹. 영화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와 가정, 사회, 그리고 군대까지 이들의 주변을 어른거리며 위협하는 각종 폭력에 주목한다. 섬세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미장원을 때려부수고, 무소속은 만화제작소 선배로부터 말 안 듣는다고 폭행당한다. 영화는 군대에서 상사의 폭력으로 귀가 먹은 무소속이 시장통을 걸어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배신과 죽음 등으로 비극의 강도를 매긴다면 <세친구>는 <친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하다. 그러나 <친구>보다 훨씬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성장담이다. 돌아가겠냐면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싶을 정도로. 상택처럼 명문대학도, 준석처럼 싸나이의 길도 가지 못한 세 사람은 매년 대학입시에 실패하는 수십만명의 수험생 가운데 하나다. 한국사회에서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실패와 폭력말고는 거의 없다. <친구>는 너무 사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러운 성장담이다. <세친구>는 흥행에서 참패를 겪었다. 고통이라는 성장의 진실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두 시간 만이라도 파스텔 색조로 염색가공된 추억을 만나는 데 돈 7천원을 투자하는 건 어쩌면 관객으로서 당연한 선택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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