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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돌팔이 처방 ‘민간독점’ 시장경쟁원리 통하지 않는 공기업 민영화… 인력 줄이기식 경영으로 고용불안 가중
9년 연속 흑자기업이 죽쑤는 까닭은
그런데 민간에 넘어간다고 해서 시장경쟁의 원리가 적용될까? 만약 아니라면 민영화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민영화를 하더라도 경쟁체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단지 국가가 소유한 기업을 민간기업 소유로 넘기는데 불과하다. 또 민간독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공독점보다 못하다. 정부가 일정기간 독점이윤에 대한 감시를 하겠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또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한다. 민영화된 기업이 정부의 감시눈초리 때문에 독점이윤을 챙기기가 곤란하면 우선 비용 줄이기, 즉 인력감축을 통해서 경영효율화를 추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의 옛 이름은 한국중공업이다. 발전설비와 담수설비 제조를 도맡아 하고 있고 원자력발전소 시공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기간산업체였다. 지난해 12월12일 산업은행과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두산그룹에 3057억원에 낙찰돼 넘어가고 외환은행도 보유지분 15.7%의 의결권을 위임해 두산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51.7%가 되면서 지배주주의 지위와 안정적인 경영권을 동시에 확보했다. 두산은 한중을 인수함과 동시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보직해임과 대기발령, 대리급 이하 사원들에게는 전환배치 등 여러 가지 압박을 가해 올 들어 3월 말 현재까지 명예퇴직 형식으로 1124명을 내보냈다. 두산 인수 전 한중직원 7800명 가운데 14.4%가 정리됐다. 4급 이하 여사원들의 지난 3개월 동안 퇴직률은 무려 83.2%이다. 이런 대대적인 인원정리의 명분은 경영상황 악화이다. 그런데 내리 9년 동안 흑자를 내던 알짜 공기업 한중이 두산으로 넘어가자마자 졸지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윤영석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9월 말 현재 417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지난 3월23일 주주총회에서 윤 사장은 지난해 결산실적 보고서를 통해 “2조4천억원 매출에 2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이익은 냈으나 지난 98년에 윤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친정집인 대우그룹에 지원해준 2천억원의 기업어음 잔여분을 손실처리하고 재고자산처분손실 등 부실요인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바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두산그룹쪽은 “부실요인을 완전히 털어 경영혁신을 추진하자는 의도”라고 했으나 직원들은 ‘인원정리 명분 쌓기용 분식회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태 관리직 노조위원장은 “적자 원인제공자였던 윤영석 사장은 그대로 자리에 남아 있고, 민영화 이후에도 독립경영을 한다고 약속을 해놓고서 이번 주총에서 두산그룹 임원들이 대거 입성해 1명이던 대표이사를 5명으로 늘렸다”며 “이런 무책임 경영과 재벌식 지배구조를 갖추면서 어떻게 직원들에게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중은 주총을 통해 회사 이름을 두산중공업으로 바꾸면서 박용성 OB맥주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고, 민경훈 두산건설 부회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박용만 두산 전략기획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노동자 외면하고 대기업에 이득 안겨
경남대 정용택 교수(경제학)는 “돌발적 요인으로 잠깐 적자가 났다고 해서 인건비 삭감으로 결손을 메우는 것은 근시안적 경영방식”이라며 “공기업 민영화가 중요한 정책과제일지 모르지만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과 재벌지배체제에서 탈피하는 경제민주화는 더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산자위 안영근 의원은 “한중의 민영화 사례에서 드러났듯 98년 이후 공기업 민영화 과정은 노동자와 공공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에게는 피해를 주고 국내외 대기업에만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하도록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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