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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파벌보스 정치가 남긴 유물 일본 계파정치의 흥정과 담합에 기반… 정치판 주무른 다나카가 효시로 꼽혀
‘킹메이커’의 원조는 아무래도 일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킹메이커’라는 말도 일본에서 수입된 용어로 보는 게 옳다. 일본이 킹메이커의 본국 구실을 하게 된 것은 정치구조가 의원내각제인데다 집권당 내부의 계파간 밀실흥정과 담합에 의해 킹(총리)이 결정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파벌보스는 재계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자파 소속의원들의 뒤를 봐주고, 자파 의원들은 총리결정 투표에서 파벌보스의 이해관계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 게 일본 계파정치의 구조인 것이다. 일본정치에서 킹메이커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사람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이다. 그는 72년부터 74년 12월 퇴진할 때까지 2년여 동안밖에 총리를 지내지 못했지만, 퇴진 뒤 막강한 자금과 조직력을 무기로 일본정치를 떡 주무르듯 하며 10여년간의 ‘다나카 지배’ 시대를 열었다. 그가 만들어낸 총리만 해도 오히라 마사요시, 스즈키 젠코,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 3명이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87년 7월 자파의 ‘프린스’로 불리던 다케시타 노보루의 친위쿠데타로 종막을 고했다. 그해 11월 스스로 총리직에 오른 다케시타 역시 89년 리쿠르트사건으로 강판했으나 2000년 6월 숨질 때까지 자민당 총재 또는 총리 인선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 동시대의 정치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가네마루 신 전 부총리이다. 가네마루는 한번도 총리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다케시타가 리쿠르트사건으로 퇴진한 뒤 우노 소스케, 가이후 도시키,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를 탄생시키는 막후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도 92년 택배회사인 사가와규빈으로부터 5억엔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93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의 부패연루사건은 그해 오자와 이치로 등 자민당 주류인 다케시타파 일부가 탈당하고 이어 55년체제가 붕괴되는 대사건으로 이어졌다. 현재 일본정치에 이들 3인에 필적할 만한 힘을 가진 실력자는 없지만 굳이 꼽자면 노나카 히로무 전 관방장관을 들 수 있다. 그는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숨진 뒤 아오키 미키오 참의원 간사장, 가메이 시즈카 당 정조회장, 모리 요시로 현 총리, 무라카미 마사쿠니 전 의원(KSD사건으로 구속) 등과 함께 모리 총리를 밀실에서 만들어낸 5인방 중 한명이다. 다나카 이후 일본 정치의 킹메이커 노릇을 하는 사람을 보면 모두 다나카파를 모체로 하는 다케시타파(다케시타, 가네마루)→하시모토파(노나카)의 정치인들이다. 금권정치로 상징되는 다나카식 정치가 아직도 일본정치에서 불식되지 않았다는 증거인 셈이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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