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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인자 반란’이 두렵다 느긋하지만은 않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대세론 굳히기’에 맞서는 2인자들이 변수
은근히 사조직 정비하는 이 총재
이 총재는 이런 판단에 근거해 여야간 정쟁에서 한발 떨어진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국민우선 정치’(people first)를 펴고 있다. 연출 논란에다 승객으로부터 수모까지 겪은 지하철 출근을 매달 한 차례씩 계속하고, 환경미화원과의 조찬회동을 하면서 여론을 수렴하는 것 등도 모두 이런 대선전략의 결과물이다. 이 총재쪽은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차기경쟁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 현장을 발로 뛰는 이런 전략이 국민들 사이에 “이 총재야말로 민생을 걱정하는 진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높여 오랫동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이 총재가 아무리 서민을 위한다고 외쳐도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편협한 인물 정도로 비쳐졌다. 국민은 알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수모를 당하더라도 삶의 현장에서 서민들과 직접 몸을 부닥치며 고개를 숙이는 이 총재의 모습에 국민들은 움직일 것이다.”(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 이 총재는 대국민 이미지 구축 작업과 함께 당내 인사들을 상대로 한 ‘대세론 굳히기’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총재는 반대파들을 당의 공조직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지난 3월7일께 손학규 의원을 불러 당직을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등 이 총재의 최측근 인사들은 “당직개편 때 개혁모임 소속 초·재선 의원과 수도권 의원들을 당직에 기용해 기회를 주고, 정국쇄신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국 변화에 따라 당 안팎의 불만 세력과 결합하거나 독자세력화를 시도해 이 총재의 대선가도에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포용해 불안의 싹을 미리 없애겠다는 것이다. 기존 당직자들이 이 총재에게 자신들의 유임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면서 당직개편 시기가 늦춰지고 있으나, 이 총재의 한 측근 인사는 “늦어도 4월 말에는 당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쪽이 단지 장기적인 포석만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전인 대선전에 대비해 은밀히 사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 총재 핵심 측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총재 개인후원회를 확대·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등은 학자들과 활발히 접촉하며 이 총재의 인재풀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한나라당 통일정책에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백아무개 교수와 주미대사 출신인 ㅎ씨, 대학 교수인 유아무개씨 등에게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특히 주미대사 출신의 ㅎ씨의 경우 이 총재가 외교안보 특보로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지난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과 2000년 5월 한나라당 총재경선 등 주요한 고비마다 이 총재의 핵심 사조직 역할을 해온 부국팀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조만간 중량감있는 인물로 부국팀 책임자가 교체될 것”이라며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홍주 특보가 책임을 맡아 단순 후원회 사무실로 운영해온 부국팀을 윤여준 의원 등 핵심 측근에게 맡겨 본격적인 대선채비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쪽은 대국민 이미지제고와 사조직 정비, 인재풀 완비 등의 전략을 차분히 진행하며 대선전까지 순항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부영·손학규, 심상치 않네
그 선봉에 선 인물을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손학규 의원. “이 총재가 지하철을 타는 등 별일을 다 해도 당 지지율보다 낮은 지지율이 나온다. 이는 국민이 이 총재를 대안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이 총재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대세론’에 정면 도전하고 나선 것이다. 손 의원은 특히 “당에 뿌리내린 보수중심의 철옹성이 지금처럼 당의 중심을 장악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된다면 이를 타파하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밝혀 개혁성향의 의원들과 함께 연대해 이 총재 체제에 맞서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손 의원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조빌딩 3층에 50평 규모의 ‘개인연구소’도 냈다. 앞으로 실물경제학자, 시민운동가 등을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손 의원은 “연구소는 향후 5∼10년 앞을 내다보고 민족의 생존이 걸린 남북문제 등 새로운 담론과 정책비전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선을 향한 포석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손 의원의 측근은 “의원 개인의 정치적 비전과 연관이 있다는 것까지 부인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부영 부총재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이 부총재는 손 의원보다 앞선 지난 2월10일 이 총재를 향해 “개혁세력이 뒤로 물러서도록 강요하면 결단해야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등 공세를 계속해왔다. 이 부총재는 최근에는 “이 총재는 국민이 정말 아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공이나 차고 지하철 이벤트나 하고 있다”면서 “공적자금 부실투입 문제에 대한 대안제시 등 야당으로 할 일을 먼저 하고 남은 시간에 그런 것 하는 게 ‘국민우선 정치’지 공만 찬다고 뭐가 되냐”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김덕룡도 가세하나
지난해 이미 “이회창 총재는 대안이 아니다”면서 “정·부통령제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을 주창해온 김덕룡 부총재도 “총재가 정책대안 제시보다는 인기관리에만 몰입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공격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부총재는 조만간 이 총재 중심의 일인 지도체제에 대해 본격적인 공격에 나서는 등 다시 한번 개헌론에 불을 지필 예정이다. 김 부총재의 측근 인사는 “아직은 당내 대권경쟁에 불을 붙일 때는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멋진 그림을 그릴 것”이라면서 “처음 하는 일도 아니고 우리는 버튼만 누르면 된다. 모든 게 준비됐다”고 밝혔다. 이 총재에 대한 공격의 최종 목표가 대권을 향한 새 판짜기라는 것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 총재쪽은 이런 공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목청만 높지 누구 하나 변변한 지역기반이나 지지세력이 없다. 결국 서울 시장이나 이 총재 이후 한나라당 당권 등 ‘소권’에 관심을 두고 제 밥그릇 찾겠다고 나선 것일 뿐이다. 박근혜 부총재라면 모를까 어디로 튀지도 못할 것이다.”(이 총재의 다른 측근) 그러나 이 총재로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로서는 대권 논쟁이 일찍 불붙는 게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이들이 떠들면 우리도 대권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총재를 대신할 대권후보로 서지는 못하더라도 여권이 정계개편에 나서도록 빌미를 줄 수는 있다. 또 이 총재의 국민우선 정치를 인기관리책이라고 계속 깎아내리면 이 총재의 대권행보에도 상당한 장애가 된다.”(당 기획위원회 한 핵심 관계자) 당장 이 총재의 지지율 제고 노력이 발목을 잡힐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대선 본선에서 표를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총재는 일단 당직개편을 통해 손 의원 등 몇몇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 또한 분명하다. 이 총재가 대권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더욱 거세질 2인자들의 도전을 극복하고 대세론을 굳힐지, 아니면 이들의 공격에 발목이 잡혀 상처입은 누더기 몸으로 본선에 출전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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