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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결국은 ‘신당’인가 개혁모임, 노선·이념 중심의 정치개편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도
이회창의 ‘민주당 음모론’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런 의혹과 함께 민주당의 음모론을 공공연히 표출한다. “이 총재는 개혁모임이 현실 정치의 답답함을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모임에 민주당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다수 참여했고, 국가보안법 개정 등 한나라당에 불리한 문제를 주로 제기하고 있는 점 등 정황을 볼 때 별도의 정치세력화로 나아가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이 총재의 측근 인사) 개혁모임에는 이 총재로부터 개혁·소장파 의원들을 분리해내려는 민주당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개혁모임 결성 과정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소속 소장파 의원들을 다각도로 압박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 2월10일 당내 비주류 수장격인 이부영 부총재가 “개혁세력이 뒤로 물러서도록 내부가 강요한다면 결단을 해야겠다”고 발언하면서 주류쪽의 긴장감은 배가되고 있다. 이 총재의 한 측근 의원은 “이부영 부총재가 젊은 의원들과 뭔가 심상찮은 일을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점차 연대수준을 높여가면서 일은 하겠지만, 당을 만드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돈과 조직이 있어야 당을 할 수 있는데 그들 중에 그런 역량을 갖춘 사람이 있느냐.”(한화갑 의원의 한 측근 인사) 민주당이라는 기성 정당의 틀을 박차는 별도의 세력까지 진전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다는 것이다. 개혁모임 참여 의원들도 이런 평가와 의혹을 의식한 듯 일단 잔뜩 몸을 낮춘다. “신당 이야기 쓰지 마라. 각당 지도부로부터 괜한 오해와 외압만 자초할 뿐 우리 일에 도움이 안 된다.”(서상섭 한나라당 의원) “어림없는 억측이다. 이건 당 지도부를 치받는 모임이 아니다. 각당에 소속감을 가지며 공통의 개혁입법과 민생입법을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하자는 것일 뿐이다.”(천정배 민주당 의원) 그러나 이들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개혁모임이 이념과 정치철학을 함께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의 기폭제가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일단 2002년 대선에 대비해 통일·지역통합·심화된 민주주의 등을 기치로 한 새로운 개혁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386 중심의 연대틀인 ‘제3의 힘 창립 추진모임’쪽이 개혁모임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2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2002년 대선에 임박한 상황까지 새로운 개혁정당을 창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을 모은 상태다. 제3의 힘의 한 관계자는 “다음 대선은 이념과 정치철학을 달리하는 세력간의 대결구도가 돼야 한다”면서 “개혁모임이 그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일부에서도 개혁모임을 매개로 제3의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모임에 참여한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개혁모임 결성을 전후로 시민단체 일부와 제3의 힘쪽에서 ‘제3의 세력화’를 시도하자는 의사타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개혁모임을 우리 정치의 오랜 과제였던 이념과 철학에 따른 정당창당의 맹아로 주목하는 세력들이 움트고 있는 셈이다.
“모든 길은 다 열려있다”
“현재 모임이 직접 신당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노선·이념 중심의 정치개편이 이뤄질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는 있다고 본다.”(한나라당 한 의원) “당장은 아니지만 국민들 가운데 ‘차라리 너희들끼리 따로 하라’는 여론이 분명히 존재한다. 내년에는 정치권도 요동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모임이 의외로 잘해간다면 자연히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신당까지는 아니라도, 제3 세력화 가능성은 있다.”(한나라당 다른 한 의원) “국민을 위해 활발하게 일을 하다보면 시대정신에 맞는 정치적 연합이 공고화되고 단결체로 발전·승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 길게 볼 때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다.”(민주당 한 의원) “모든 것이 다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요리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민주당 다른 한 의원)…. 개혁적 정치철학과 이념에 동의하는 별도의 정치세력의 등장. 비록 현재형은 아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하다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개혁모임이 순탄하게 성과를 축적하고 국민적 지지를 모아낼 때 가능한 한 가지 기대에 불과하다. 2002년 대선전이 임박할수록 “줄을 서라”는 기성 정당의 압력은 더 절박해질 것이다. 개혁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기득권을 완전히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개혁모임에 참여한 한 한나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 사이에 새 개념의 신당에 대한 기대가 있고, 나도 그런 생각이 있다. 그러나 정치는 당위성만으로 안 된다. 힘이 우선한다. 결국 기성정치의 장벽을 넘어 국민적 축복 속에 새로운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성실하고 정직한 노력밖에는 길이 없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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