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학생들을 방치하지 말라

여학생들에 비해 성교육 소홀, 원치않는 성폭력 가해자·피해자로 만들어

청소년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들의 80% 이상은 남학생들이다. 상담원들은 그 이유를 가정이나 학교가 여학생들에게 ‘성단속’을 시키는 데 비해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방치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 인권부국장 로리주희씨는 11월29일 열린 ‘남학생 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중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의 성문화에서 남자아이들은 비공식 통로로 성을 배운다”며 “그 결과 10대 남자아이들이 원치 않은 성폭력의 가해자,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YMCA청소년성문제상담실의 심층면접에서 나온 이야기 역시 이런 현실의 일단을 보여준다.

“콘돔 써야죠. 흥분하면 이렇게 잡고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해서 끼우는 거요. 근데 해본 적 없어요. 느낌이 달라요. 아니 형들이 다르대요.”

“본능적으로 하죠. 어느 순간에 손이 허리로 쑤욱 갔다가… 하는 거죠. (상대방 동의는 구했나요?) 아뇨. 여자를 흥분시켜서 하게 만들어요.”

“남자가 여자랑 하고 나면 일단 여자에 대해서 알게 되니까, 여자를 비웃고 별거 아니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처음엔 ‘와, 여자다’ 그러는데 하고 나면 별거 없어요. 허망해요. 여자가 우습게 보일 때가 많아요. 남자들도 여러 번 해보면 여자애들이 처음인지, 아니면 여러 번 했는지 만져만 봐도 알거든요.”

“임신은 여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원하면 피임할 수도 있는데 안 하면 자기 책임이죠.”

요즘 청소년 성교육관련단체와 여성단체의 뜨거운 이슈는 남학생 성교육 문제이다. 낙태시술을 한 미혼 여성 네명 중 한명이 10대 소녀들이고 미혼모 보호시설 입소자의 연령대도 15∼16살로 점점 낮아지는 현실에서 미혼모 예방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을 모은 덕분이다. YMCA는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해 각급 학교를 방문해서 미혼부 예방 모의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전국 6개 지역에서 각 학교 학생들을 그룹상담 형식으로 성교육하고 있다.

12월1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범죄실태를 보면 지난해 청소년(10∼19살) 10만명당 성범죄율은 19.9명으로 일본의 6.2명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치다. 김성언 선임연구원은 그 이유를 “성개방 풍조를 남녀평등 가치관이 뒤따르지 못한 탓”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근까지 학년별 지도 규정이나 지침이 없었고 전통적으로 여학생 위주의 순결교육이 대세였다. 그러다 80년대 중반 보건교육이 강화되면서 성교육에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인권으로의 성, 과학으로의 성을 표방하는 민간단체와 일선 교사들이 손을 잡았고, 사회적으로 범죄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짐에 따라 점차 보수적인 가치관을 벗어나 현실적인 성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아이들의 성지식 수준과 흥미에 입각한 현실적인 성교육 △성교육을 장기적으로 정규교육화하는 것 △부모에 대한 성교육 △학교와 전문기관, 민간단체와의 공조체계 구축 등을 남학생 성교육의 정책과제로 꼽았다.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 오전에 부모 성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나라별 성교육 흥미로운 차이

청소년 성교육은 나라별로 금욕적인 성교육과 종합적인 성교육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흥미로운 차이를 보인다. 양성평등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종합 성교육을 지향하며 가능한 한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시킨다. 덴마크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섹스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청소년 성 안내 비디오를 만들어 성교육 교재로 보급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비디오는 한 소녀와 한 소년이 만나서 성관계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이성에 대한 이해, 상대방 의견 존중, 안전한 피임법, 성관계시의 에티켓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반면 연방정부가 금욕지향적인 성교육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성교육 방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학교에서는 안전한 성이나 피임 등을 교육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일부 주에서는 종합적 성교육 지침에 따라 청소년 또한 성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책임있는 행동과 의사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교육한다. 영국의 성교육은 ‘관계 교육’의 성격을 띠며 실용적인 정보교류와 토론학습을 중시한다. 중등과정의 경우 응급 피임법과 효과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피임방법이 교육내용에 들어 있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