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플래시 명작, 감동의 순례

마진가 Z를 아십니까? 카드캡터 체리는요?

예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인터넷이 대중의 창작욕구를 자극해서 만들어진 문화적 산물은 많다. 요즘 웹에서 인기있는 동영상은 <마진가Z>다. 머리가 큰 마징가와 쇠돌이가 출동에 번번이 실패하는 과정을 담은 짧은 작품으로, <마징가 Z>를 보던 세대들의 마우스를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았다. 이 동영상에는 후원자로 옥수수영상사업단이라는 단체가 명기되어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어떤 거창한 조직이 있는 게 아닌가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김득헌(28)이라는 한 개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든 작품이다. 옥수수영상사업단이란 그저 지어붙인 가상의 단체. 크레디트에는 감독 김득헌, 매커닉디자인 김득헌, 성우 김득헌, 대본 김득헌, 효과 김득헌과 같이 줄줄이 김득헌이라는 이름이 나와 감독의 재능을 한껏 뽐내고 있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유머를 만화영화화한 이 작품은 네티즌들의 성원에 힘입어 리메이크 버전까지 나오게 되었다.

인터넷 사용자들을 요절복통하게 했던 작품들 중에서 캠코더로 찍은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사용자들의 폭소를 불러일으킨 작품은 <카드캡터 체리>의 남성판이었다. <카드캡터 체리>는 원래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나오는 순정만화다. 체리라는 예쁜 소녀가 마법지팡이를 써서 마법의 카드를 모은다는 요술공주 세리 유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을 다 큰 남자들이 소녀로 분장하고 연기한 것이다. 이것이 엽기적인 작품으로 웹에 올라온 것이다. 디지털 캠코더와 인터넷이 만나서 숨은 걸물들에 관객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패러디 음악도 인터넷상에서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장르다. GOD의 노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패러디해서 만든 <먹었어 그리고 뱉었어>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노래는 “방바닥에 좀약을 주워먹어야만 했던, 모든 사람에게 바칩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자다 일어나니 배가 고파서 좀약을 박하사탕인 줄 알고 주워먹었다는 내용이다. 가사를 절묘하게 바꾼 위트뿐 아니라 그럴 듯한 노래실력 때문에 웹상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http://myhome.naver.com/olanz/yobggi.html에 가면 얻을 수 있다.

또한 근래에 한 인기가수 그룹의 멤버가 욕한 것을 녹음했다는 음해성 음성파일이 나돈 적이 있었다. 이 음성파일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가수의 지명도가 높은 탓에 인터넷 이용자들이 내려받은 횟수 역시 높았다. 그런데 이를 발빠르게 테크노음악으로 바꾸어 인터넷상에 띄운 작곡가 아닌 작곡가가 있었다. “누구야, 죽을래? 누구야 누구야 죽을래?” 하는 식으로 음성을 반복시킨 뒤 멜로디를 덧입힌 것이다. 디지털화한 음악파일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때에는 이렇게 일반인이 음악을 샘플링하고 그것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상에서 소스를 받아 샘플링해서 다시 인터넷에 띄우는 과정은 컴퓨터 세대에 아주 익숙한 자기표현 방식이다. 샘플링을 이용해 음악을 스스로 패러디해보라고 권장하는 사이트도 있다.

더욱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고자 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욕망이 바로 그들 자신을 문화상품의 창조자로 만든다. 오늘 재미로 자기 창작물을 웹에 올린 당신이 내일 아침 인터넷 스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