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느림은 깨달음의 바탕”

불교계의 위파사나 수행법

아주 느린 걸음으로 수련장 좌우를 오가는 수행자들의 모습은 마치 슬로 비디오를 더욱 느리게 재생한 것처럼 더디다. 몇초면 걸을 수 있는 불과 4∼5m 거리의 수련장을 왕복하는 데 걸리는 무려 몇분씩. 그렇게 느릿느릿 걸으며 수행은 계속된다.

요즘 불교계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위파사나’ 수행을 하는 모습이다. 위파사나 수행은 느린 행선과 앉은 좌선을 통해 깨우침을 구한다. 수행의 핵심은 이른바 ‘사념처 수행’이다. 몸·마음·감각·법(진리)의 네가지, 곧 사람의 안과 밖의 모든 것을 통찰하는 것이다. 느릿느릿 걷는 순간에도 모든 감각은 세상의 삼라만상을 현미경으로 보듯 열려있어야 한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며 바깥의 소리, 몸동작까지 모든 것을 알아차려 주시하며 자아를 탐구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이란 점을, 또한 마음 역시 그치지 않고 흘러가는 현상이란 것을 체득하는 것이 목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위치는 정작 모르면서도 빠르게 뛰어 세상을 좇지만, 위파사나는 서서히 가면서 빨리 뛰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살피는 것이다. 그래서 느리지만 치열한 수행이다.

이 위파사나 수행은 바로 석가모니가 득도했던 수행법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이다. 위파사나란 말은 ‘통찰’이란 뜻으로, 사마타(정신통일) 수행을 모두 거치고서도 완전한 깨달음에 이루지 못했던 석가모니가 직접 이 위파사나를 발견해 깨달음을 이뤘다고 한다. 초기 불교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동남아쪽의 남방불교에서는 이 위파사나 수행법을 유지해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화두에 집중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는 간화선(看話禪)이 주류를 이뤄왔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 위파사나 수행으로 수련하는 수행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불교계에서는 간화선을 고수할 것과 석가 본연의 수행법이었던 위파사나로 돌아가자는 논의가 맞서면서 수행법 논쟁이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