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광고모델 ‘무명의 반란’

리얼리티 광고모델 다양화 추세… 개성적 인물들 발군의 활약

광고계 3B법칙이라는 게 있다. 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를 모델로 쓰면 광고가 성공하기 쉽다는 법칙이다. 우리나라 광고계는 이 법칙의 충실한 수행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쁜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모델로 쓰면 광고효과가 크다는 건 당연한 전제처럼 여겨졌다. 그렇기 때문에 수억원에 이르는 모델료를 지불하면서도 ‘빅모델 전략’을 수십년 동안 관행처럼 이어온 것이다. 여태까지는 무명모델을 쓰는 경우도 대부분 광고비가 모자란 중소기업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리얼리티 광고가 뜨면서 모델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좀더 현실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익히 알려진 유명모델보다는 무명모델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무명모델이 ‘개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한국통신프리텔NA’ 런칭광고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껄렁껄렁한 뒷골목 청년으로 나온 박용진(19)씨는 불량기 넘치는 외모를 살려 아들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아버지 역은 엑스트라 출연경험이 있는 장위동 과일가게 주인이 맡았다. 이 두 모델의 리얼리티가 광고의 리얼리티를 살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광고주의 요청으로 두 번째 편에서는 인기댄스 그룹 ‘G.O.D’로 교체됐다.

지난 5월부터 지하철만 타면 눈에 확 띄는 닷컴광고가 있었다. 얼굴 생김새도 뚱뚱한 몸매도 꼭 닮은 세명이 나오는 셀피아(인터넷 경매사이트)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실제 가족이다. 엄마 박영혜(48)씨와 아들 정승원(19), 딸 정승희(15). 이들은 비만가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작은 키에 뚱뚱한 체격이다. 물론 뚱뚱한 모델이 나왔던 광고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뚱뚱한 사람들을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인쇄광고를 통해 검증된 셀피아의 모델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이 뚱뚱한 가족은 최근 TV광고까지 촬영을 마쳤다. “너흰 강아지도 못 파니? 우린 돼지도 판다”고 하며 돼지새끼를 안고 골목길을 뛰어가는 광고의 모델이 그들이다. 이외에도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여고생이 등장하는 ‘700-5435’ 광고도 주목받고 있다.

기껏해야 수백만원에 지나지 않는 ‘파격적인’ 모델비로 수억원짜리 모델 못지 않은 광고 효과를 얻은 광고들. 앞으로도 당분간 개성파 무명 모델들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