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0년11월29일 제336호 

[특집] 예술적 실험, 아직은 초보

네트워크에 흐르는 애니메이션의 가능성… 인터넷의 본질에 근거한 새로운 시도 필요


(사진/전승일 독립애니메이션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 연구교수)


사진기가 발명된 이래 19세기 후반 에디슨과 뤼미에르에 의해 고안된 활동사진은 20세기 들어서 영화라는 위력적이고 대중적인 예술로 자리잡았다. 처음에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일이 실제로 비약적인 속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대표할 예술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은 지금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

인터넷은 60년대 후반 미국에서 군사과학기술의 정보교환을 위한 네트워크에서 시작되었는데, 현재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인터넷 즉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은 9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문자정보 이외에 그래픽이나 동영상을 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 전의 일이고,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또다시 상업주의의 포로가 될 건가

그런데 커뮤니티 서비스를 주로 하고 있는 국내 한 업체에 속한 커뮤니티 수만 해도 16만개가 넘고, 디지털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신생 영화사이트는 한 작품에만 30만건의 조회 수를 보이는가 하면, 인터넷방송국의 숫자도 벌써 4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사진/'엽기토끼'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마시마로 숲 이야기>(www.n4.co.kr).)

스타크래프트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가고, 심지어 PC방에서 게이머가 ‘과로’로 사망하기까지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금 애니메이션은 극장, TV, 비디오에 이어 인터넷이라는 새롭고도 상이한 환경을 맞아 안팎으로 일대 혁명을 겪고 있다. 웹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웹디자인의 확대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식의 시작인가? 웹애니메이션의 운명은 온라인상에서 종료되는 것인가, 아니면 오프라인으로 나와서 2차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변화들이 단순히 배급과 소통형식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중요한 문제까지도 제기하고 있는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몇 가지 지점은 이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므로 우리는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극장, TV, 비디오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은 ‘상업주의’와 ‘일방향성’ 채널이라는 제한적 조건 속에서 성장해왔는데, 인터넷은 여기에 ‘상호대화성’ 혹은 ‘쌍방향성’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네트워킹’이라는 새롭고 확장된 개념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한층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을 인터넷은 이미 내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어려운 문제는 상업주의의 포로가 되는가, 아니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아무튼 이러한 가능성이 인터넷을 이용하려는 상업주의의 산물이건, 표현의 자유를 향한 인간 본연의 어떤 산물이건 이미 ‘혁명’은 진행중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스트리밍 방식의 동영상 클립은 인터넷의 영상미디어로서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영상미디어의 유력한 형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인터넷이 애니메이션과 만나면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좀더 살펴보자. 용량의 문제가 한계이자 동시에 특성인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특히 최근 들어 수요와 공급에서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수많은 ‘관객’과 애니메이터들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왜냐하면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제작기법, 표현방식, 그리고 소재나 주제에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너무나 다르고, 또한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년 전과는 다르게 애니메이션 관련대학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과목이 되었고, 기존 애니메이터들은 플래시를 포함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테크닉 전반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완결성 갖춘 독립적인 인터넷 콘텐츠


(사진/엉덩이를 캐릭터화한 김정현의 <궁디보이>. 인터넷의 애니메이션은 기존 매체를 통한 애니메이션보다 상대적으로 표현이 자유롭다>


스트리밍 방식의 애니메이션은 필름이나 비디오로 제작된 기존의 애니메이션을 인터넷 포맷으로 컨버팅한 것이지만,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인터넷을 위해 개발되었기 때문에 화질이나 콘텐츠의 복합적인 구성에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또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닷컴 회사부터 개인 독립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창작단위를 형성하고 있으며, 마치 TV시리즈처럼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온라인에서 상영하는 사이트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 상영을 먼저한 다음 이를 비디오로 전환하여 오프라인 상영이나 배급을 하는 경우도 있고, 디지털 방식 그 자체로 상영하는 시스템도 제출되고 있다.

스트리밍 방식은 주로 실사영화를 인터넷에서 상영하기 위한 포맷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송속도의 개선과 동영상 압축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스트리밍 영화도 이제는 제법 괜찮은 화질로 실시간 감상이 가능하게 되었다. 실사로 제작된 독립영화의 경우 여전히 국내에서 극장이나 TV에 편성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스트리밍 방식의 온라인 상영은 독립영화진영에서 최근 들어 부쩍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고, 독립단편영화 전문 인터넷방송국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러하듯이 1차 개봉을 인터넷 웹사이트상에서 하는 ‘인터넷영화’들이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1차 무대로 하는 ‘온라인 디지털영화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인터넷 콘텐츠로서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독립적인 단편물이거나 단편 시리즈라는 점이다. TV나 비디오는 1∼2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메인 콘텐츠로 삼은 경우가 극히 드문 반면, 인터넷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이 그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터넷의 애니메이션은 극장, TV, 비디오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표현이 자유롭다. 그래서인지 웹애니메이션에는 과격하고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분위기의 ‘엽기’ 애니메이션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극장, TV, 비디오와 달리 인터넷의 애니메이션은 ‘접속자의 주관성’을 필요로 한다. 사이트를 찾아내고 클릭을 해야만 콘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인데, 그 단계들은 접속자로 하여금 항상 일정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독립단편애니메이션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배급과 소통은 주요한 활동방법이다. 이는 대체로 두 가지 방식, 즉 기존의 애니메이션 관련 인터넷방송사에 작품을 콘텐츠로 제공하거나, 스스로 독립적인 방송사이트를 만들어 대안적인 상영방식을 구축하는 형태로 모색되어지고 있는데, 대체로 양쪽 모두 비디오 포맷의 애니메이션을 스트리밍 파일로 전환하여 온라인상에서 상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독립애니메이션의 출발이 상업주의에 대한 반발과 대안 찾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인터넷은 기존의 영상미디어와는 차별화된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진지하게 그 방법론이 연구 검토되고 여러 가지 형태로 시도되어져야 할 것이다.

기존 영상미디어와의 차별성에 달렸다

그런데 결국 우리의 문제는 인터넷 속에서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어떠한 수준과 폭으로 찾아내는가에 있다고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청생산’이라고 불리는 OEM 방식이 애니메이션 산업의 주된 방식이었고,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을 상업주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문화와 예술로 접근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장과 TV에서는 여전히 특정 국가나 경향의 애니메이션만을 볼 수 있고, 독립단편애니메이션은 여기에 안정적으로 ‘고정편성’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의 경쟁력은 결국 다양성과 실험성에 기반한 자유로운 표현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도 단지 ‘팔릴 것인가’의 문제에서 벗어나 좀더 많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인터넷에 내재되어 있는 기존 영상미디어와는 차별화된 어떤 본질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이를 애니메이션의 예술적 가능성과 결합시켜나가는 새로운 시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 지점이다.

전승일/ 독립애니메이션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 연구교수 www.mimesistv.co.kr,ani99@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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