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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유령필자에 의한 ‘대필자서전’ 전문작가가 집필하는 유명인들의 자서전… 진솔한 고백보다는 구미에 맞는 재구성만
자서전(自書傳)이라는 단어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는 ‘자’(自)이다. 작가 이남희씨는 “스스로 쓰지 않는 자서전은 이미 자서전이 아니다”라고 못박는다. 그러나 우리가 서점에서 사서 읽고 때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자서전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자서전이 얼마나 될까? 한 출판기획자는 “우리나라에는 자서전은 없고 타서전만 있다”고 말한다. 국내 유명인들의 자서전 가운데는 그만큼 스스로 고뇌하며 진솔하게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는 자서전이 없다는 이야기다. 고스트라이터. 유명인들의 자서전 뒤에는 반드시 자신의 이름을 내놓지 않고 남의 글을 대신 써주는 유령필자가 있다는 것은 출판가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유령필자군단은 이른바 A급 작가로 꼽히는 잘 알려진 작가들 거의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재벌이나 정계의 거물처럼 잘 알려진 인물일수록 실력을 이미 인정받은 기성작가들을 선호한다. 한 예로 92년 대선 즈음에 나왔던 한 재벌총수의 잘 알려진 자서전이 유명작가인 김아무개씨의 작품이라는 것도 출판가 사람들은 다 아는 비밀이다. 보통 대필자가 한권의 자서전을 쓰는 데 받는 돈은 2천만∼3천만원 정도지만 작가의 지명도에 따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따지고 보면 대필문화는 우리 자서전계만의 특징은 아니다. 자서전이 독립된 문학장르로 인정받을 만큼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서구에서도 대필은 활발하다. 그러나 해외자서전의 경우 대필자가 공동저자로 등장하거나 적어도 누가 구술정리했는지는 서문에 밝힌다. 따라서 대필자 역시 작가로 인정받고 인기 대필자까지 등장한다. 대필자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들어가니 작품의 완성도도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의 대필문화는 보편적 경향과는 반대로 철저히 음성적이다. 한 유명 기업인의 자서전을 쓴 대필자는 “대필 계약에는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암묵적인 계약까지 들어 있다”고 말한다. 유명작가가 대필한 경우 지은이가 밝혀지는 것은 주문자뿐 아니라 실제 지은이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작가들이 창작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울 때 일할 뿐 자서전 대필은 자신의 문학적 경력에 오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백보다는 치장으로 일관하는 국내 자서전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과 관계가 있다. 한 기성작가는 “자신의 치부나 약점은 드러내려 하지 않고 업적만을 극대화시키기 원하는 주문에 응하기 위해서는 문학적 완성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자서전을 출간하는 유명인 가운데 인간적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최근 잔잔한 화제가 됐던 현각 스님의 자서전 <만행>은 서문에 구술정리한 필자를 밝히고 있다. 업적이나 결과가 아닌 자신의 삶의 구석구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깊숙하게 성찰하면서 대필자와 긴 시간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 책은 국내 대필자서전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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