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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차세대 리더, 노무현 2연패 <한겨레21> 정치인 호감도 국민 여론조사… 이인제, 정동영, 이회창 뒤이어
‘노무현 카드’ 낙선했지만 여전히…
그로부터 1년 뒤. 판단의 기본 틀은 동일하다. 그러나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이른바 차세대 리더의 문제가 차기 대권과 좀더 가깝게 연결되는 시점상의 이동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8월30일 전당대회는 “당권·대권과 무관하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2002년 대선으로 가는 당내 전초전의 성격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이미 다음 대선에 행보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조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노무현(민주)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해 조사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노 장관은 호감도에서 42.0%로 20∼30% 수준에 머문 다른 상위권 경쟁자를 단연 앞섰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묻는 자질평가 항목에서는 32.4%로 이인제 의원(34.0%), 이회창 총재(34.3%)에게 근소하게 뒤졌으나 호감도와 자질평가를 합쳐서 낸 평균에서 37.2%를 기록했다. 2위인 이인제 의원은 종합평균이 29.5%였다. 노 장관은 잘 알다시피 지난 4월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해 낙선했다. 여론조사에서 개인적인 인기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영남권 65석 모두를 한나라당이 석권하는 강한 지역주의적 투표행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킨 것이다. 그의 부산 출마와 낙선은 두 가지 정치적 의미를 남겼다. 서울 종로라는 상대적으로 쉬운 선거구를 버리고 민주당으로서는 ‘적지’라 할 만한 지역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은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영남의 유권자들에 의해 그는 선택받지 못함으로써 민주당의 재집권과 관련해 ‘영남 카드’가 과연 유효한지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인제 의원, 영남권 거부정서 과제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그는 다시 1위를 차지해 ‘노무현 카드’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지역별 호감도 분석에서 그는 부산·경남 37.9%, 대구·경북 45.6%, 광주·전라 51.2%, 대전·충청 30.4%의 ‘호감을 갖고 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평균에 육박하는 영남권의 호감이 종합평균 1위의 견인차가 된 것이다. 이인제 의원(민주)은 호감도 25.0%, 자질평가 34.0%, 평균 29.5%로 종합 2위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이회창 총재에 이어 3위였는데 이번에는 한 등 올라갔다. 이로써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군 가운데 노무현·이인제 두 사람이 강력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이 의원은 지역별 호감도 지수에선 광주·전라가 42.6%, 대전·충청이 26.0%, 서울 25.6% 등으로 높고, 대구·경북 17.3%, 부산·경남 19.3% 등으로 다소 낮은 양상을 드러냈다. 자질평가에서도 광주·전라 54.9%, 대전·충청 40.6% 등으로 높은 반면에 대구·경북 25.9%, 부산·경남 26.0% 등으로 굴곡이 있었다. 97년 대선을 거치면서 생겨난 영남권의 거부정서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의미심장한 정동영 의원의 약진 정동영 의원(민주)은 지난해 조사의 5위에서 이번에 이회창 총재를 제치고 3위로 뛰어올라 최근의 상승세를 반영했다. 정 의원은 8·30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40대 기수론’으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최고위원 대열에 들어섰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다시 만만치 않은 대중적 경쟁력이 확인된 것이다. 정 의원의 경우는 지역별 호감도 지수에서도 광주·전라 52.5%, 대구·경북 39.5%, 서울 36.0% 등 그런 대로 고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부산·경남은 26.0%로 조금 처짐). 문화방송 앵커 출신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지닌데다, 대변인 생활을 오래 하면서 꾸준히 언론매체 노출도를 높여나간 것이 대중정치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가능성을 만들어준 것이다. 1위인 노 장관과 3위인 정 의원은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호감도와 자질평가 두 지수의 격차가 무려 10%로, 호감도는 높은데 자질평가는 그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아직 대선을 비롯한 큰 선거에 나서거나 조직을 이끄는 따위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이미지가 그런 대로 괜찮으며 거부하는(혐오하는) 사람이 적지만 반대로, 대통령과 같은 큰 일을 하기에는 아직 중량감이 없다, 또는 ‘감’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해 2위에서 이번에 4위로 내려앉았다. 호감도는 23.9%, 자질평가는 34.3%로 나타났다.
이회창 총재, 한나라당 안에선 독보적
이 총재의 지지율 하락은 1차적으로 올해 들어서도 여야관계가 정쟁의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깊어지는 데 따른 피해가 그에게 돌아간 결과로 보인다. 정쟁 위주의 정치 자체는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겠지만, 여당이 상대적으로 여러 차세대 주자들의 경쟁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분산되는 데 비해 야당의 경우는 총재 한 사람에게 화살이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경선 국면을 치르면서 경쟁자들 모두가 인기가 상승한 반면에, 야당의 고정 후보인 김대중 총재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던 예와 비슷하다(당시 여야의 지지율은 97년 8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여당의 일방적 우세였음). 이 총재의 경우는 그러나 당내 역학관계 측면에서 볼 때는 도전자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99년 조사에서 4위였던 홍사덕 의원은 8위로 떨어졌으며 당시 10위였던 박근혜 의원이 이번에 7위로 올라섰지만 역시 이 총재와는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10위권 안에서는 고건 서울시장(민주)이 5위를 차지해 여전히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석 의원(민주)도 최근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실패했지만 국민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6위로 지난해의 7위에 이어 장래성 있는 유망주로 꼽혔다. 홍사덕 의원의 추락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조사 당시 무소속으로 유지하던 독립적인 이미지가 한나라당 입당으로 사라진데다, 입당 이후 별다른 독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결과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명암 엇갈린 추미애 의원과 한화갑 의원
11∼20위권에선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 득표를 한 한화갑 의원이 14등에 머문 점이 눈에 띈다. 한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DJ의 뜻을 가장 확실히 받들 사람”임을 주장해 자타가 공인하는 동교동계 실력자임을 과시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당내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김근태 의원(민주)은 지난해 29위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18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해 그런 대로 당선권에 들어간 사실 따위가 플러스 효과를 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김근태를 들어봐서 안다”는 사람(인지도)이 불과 43.9%에 호감도 14.1%, 자질평가 9.7%로 아직 대중적 경쟁력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용들은 어디로 갔는가
한나라당 안에선 손학규·이부영·김덕룡 의원, 최병렬 전 의원 등 네 사람이 11∼20위권에 들었다. 이들 가운데 손학규(99년 17등에서 2000년 13등으로), 이부영(18등→14등), 김덕룡(22등→16등) 의원은 약간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 전 의원은 16등에서 17등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별다른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본적으로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이들은 한나라당 안에서 당권에 도전했거나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인데, 이들의 대중적 경쟁력이 낮은 것은 이회창 총재 체제가 별다른 도전을 받지 않고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창식 기자cspcsp@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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