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0년08월23일 제323호 

[특집] 수질검사, 걸리면 바보다?

수질기준, 채취방법, 관할구청의 위반 수영장 제재 모두 총체적 부실


(사진/수질관리 기준에는 대장균을 제외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들어 있지 않다.저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 병원체들도 많다)


“매주 수(水)요일은 ‘물의 날’ 아닙니까? 구청에서 수질검사 나오는 날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광진구청에서 나왔지만 별 지적사항은 없었습니다.”

지난 8월1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 윤정희 대표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구청에서 수영장 수질검사를 나오는 날은 이미 ‘다아는 비밀’이었다. 이는 종로구청쪽도 마찬가지였다. 종로구청 문화진흥과 관계자는 이날 “우리 구청 관할 수영장 8군데에 오후에 한꺼번에 불시 점검을 나갔다”고 말했다.

‘공개된’ 구청 검사일

하지만 이날 오전에 찾아간 종로구 연지동 대보랜드스포츠클럽 수질관리 책임자는 “오늘 구청에서 검사나오는 날”이라며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종로구청이 최근 3∼4년 동안 수질기준 부적합으로 수영장 영업정지 조처를 내린 것은 단 한건도 없다.

수영장 수질검사는 시군구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그런데 처지가 뒤바뀌었다. 구청이 하는 수질검사에 대해 오히려 수영장쪽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성동구 성수1가 성동구민체육센터 수영장 조영희(39)씨는 “구청은 관할 수영장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물을 떠 샘플을 채취한 뒤 보건소에 한꺼번에 수질검사를 맡긴다. 한참 시간이 지난 물을 갖고 검사하는데 누가 검사결과를 신뢰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종로구청쪽은 아예 검사 무용론을 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수질검사를 나가면 수영장하는 사람들이 잔류염소나 수소이온농도의 기준을 맞추려고 검사 직전 시약을 많이 쳐서 약품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러면 결국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손해다”라고 말했다. 검사를 나가는 것 자체가 이용객들에게 오히려 나쁘다는 것이다. 그는 “물이 나쁘면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을 텐데 우리가 굳이 수질검사를 하면서 규제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말까지 했다.

수영장 수질규제는 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28일 개정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수영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수영장에 대해 내려온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이제는 수사기관에 의한 행정형벌만 가능하다. 구청들은 행정처분이 금지되자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고 나섰다. 1년에 3번 이상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경찰에 고발조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로구청이 올 들어 수질기준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단 한건으로 YMCA 수영장 한곳뿐이다.

전문가들은 수질기준 위반 수영장에 대한 제재도 있으나마나하지만, 무엇보다 수영장 수질기준의 모호한 대목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수질을 포함한 수영장 전체를 지금처럼 체육시설로 볼 것인가 아니면 수질에 관한 측면은 따로 떼 환경차원에서 접근할 것인가 하는 논란과 맞물려 있다.

현재 법적으로 수영장은 체육시설로 분류돼 문화관광부가 주무부처로 돼 있다. 수영장 수질기준은 먹는 물의 수질기준과는 전혀 별개로 5개 항목에 걸쳐 정하고 있다. △유리잔류염소는 0.4∼1.0mg/ℓ(잔류염소일때는 1.0mg/ℓ 이상)을 유지하도록 하고 △수소이온농도(pH)는 5.8∼8.6 유지 △탁도(물의 흐린 정도)는 2.8NTU도 이하 △ 과망간산칼륨 소비량은 12mg/ℓ 이하 △대장균은 10㎖들이 시험대상 샘플 5개 중 대장균 양성 반응이 2개 이하여야 한다 등이다. 다만 수질검사 방법은 먹는 물의 수질검사 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리잔류염소가 뭐냐는 물음에 대한 문화부 관계자의 대답은 수영장 수질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글쎄, 깨지는 유리는 아닌 듯한데…”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이어 “입법예고할 때는 환경부나 복지부로부터 자문도 받고 협의도 하지만, 사실 우리가 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수질기준은 환경부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경부쪽은 “당연히 체육시설이니까 지금처럼 문화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발뺌하고 있다.

수질기준,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사진/드림랜드의 수질기준 게시판.)


수질기준도 ‘기준’자체가 모호하다. 잔류염소 항목에서 ‘잔류염소일 때는 1.0mg/ℓ 이상’이라고 돼 있는 부분에 대해 서울대 윤제용 교수(응용화학부)는 “수영장 수질기준을 만든 사람이 잘 모르고 만든 것 같다. 잔류염소를 1.0mg/ℓ‘이상’으로 정한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잔류염소가 물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만든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계명대 이태관 교수는 수영장 수질관리의 엉망을 부르고 있는 요인으로 수소이온농도의 기준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을 꼽았다. 이 교수는 “수소이온농도 기준범위의 한쪽 끝인 5.8은 산성수준이고 다른쪽 끝인 8.6은 알칼리다. 양쪽을 다 걸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중성이다. 가끔씩 수영장 물을 먹게 되는데 인체의 혈액은 pH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범위에서는 사람의 체질도 변하게 된다”고 위험을 제기했다.

수영장 수질관리업체인 서금아쿠아(주) 한희태 실장도 “모든 물은 중성이다. pH가 7.0∼7.8 정도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래야 화학적 물리적 반응을 이상적으로 할 수 있다. 이것을 넘거나 미달하면 약품을 넣어도 정상적인 반응을 못한다”며 “탁도 역시 현재 정하고 있는 2.8NTU도는 너무 흐리다. 1.5까지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도의 경우 우리나라 먹는 수돗물 기준은 현재 1.0NTU도로 내년 7월부터는 이것도 0.5로 낮춰질 예정이다.

수영장 수질관련 조항을 담고 있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지난 89년 제정됐다. 당시 이 법을 제정한 체육부는 체육과 어울리지 않는(?) 수질기준을 스스로 정하는 데 곤란을 겪다 지난 64년부터 있어온 먹는 물 기준을 대충 따와서 수영장이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단전염 막으려면 바이러스 검사를


(사진/드림랜드의 수질기준 게시판에 적혀있는 수치와는 달리 현장측정 결과 잔류염소가 크게 미달,또는 초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형식적인 수질검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먹는 물 수질기준은 10여 차례 넘게 필요에 따라 개정을 거듭하면서 강화돼 왔다. 현재 먹는 물 수질기준은 47개 항목에 걸쳐 규정하고 있다. 반면 수영장의 수질기준은 5가지에 불과하다. 94년 한 차례 수영장 수질기준이 개정됐지만 잔류염소 기준만 0.6mg/ℓ에서 1.0mg/ℓ로 높아졌을 뿐 크게 바뀐 게 없다. 문화부쪽은 “먹는 물에 대한 환경기준치가 변하는 과정에서 수영장도 보완이 됐어야 하는 건데…”라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전문가들은 먹는 물의 수질검사 항목 중 트리할로메탄(THMs)과 질산성 질소는 수영장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명대 이태관 교수는 “이 두 가지 다 수영장에서 소변을 그대로 보거나 수영장에 섞여 들어온 화장품 같은 유기물질 때문에 검출되는 것이다. 트리할로메탄은 발암물질이다. 먹는 물이 아니라고 보고 수영장 수질항목에서 제외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수영장 오염물질 중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만큼 수질검사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금아쿠아 한희태 실장은 “바이러스의 경우 먹는 물은 끓여라도 먹지만 수영장에서는 그대로 먹게 되는 게 아니냐”며 “따라서 바이러스가 수영장에서 더 빨리 감염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수질기준 강화를 주장했다.

연세대 의대 신동천 교수(예방의학과)는 바이러스의 경우 수영장 소독제인 염소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영장은 바이러스가 문제다. 선진국 수영장은 바이러스도 체크하고 있다. 수인성 바이러스 중 대표적인 엔테릭바이러스의 경우 염소가 제대로 공급돼 물 속에 잔류한다 해도 저항력이 있어 살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먹는 물보다 수영장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수영장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지난 70∼80년대 국내수영장에서 크게 유행한 아폴로눈병이 대표적이다. 이 눈병의 원인은 아데노바이러스로, 이는 엔테로바이러스와 더불어 설사를 동반한 소화기 질환을 가져온다는 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경희대 김형석 교수는 “미생물은 풀장에서 몰래 하는 소변에 의한 오염이 많다. 입과 피부를 통해 전달되기도 한다. 살모넬라와 비브리오 콜레라 병원체 세균과 바이러스는 위장염과 피부병에서부터 설사와 간염, 안질 등을 불러온다. 이들은 물 속에서 오래 살아남는 만큼 반드시 수영장의 검사항목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먹는 물과 동일시하라

경희대 생물학과 정용석 교수는 “몇해전 외국 수돗물에서 검출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크립토스포리디움이나 지아디아라는 병원체는 사람의 몸 속에서 증식한 뒤 오줌 속에 섞여 배출된다. 이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병원성 미생물중 소독 저항성이 가장 강해 염소로 소독처리할 경우 대장균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는다”며 “수영장 속에 버려진 오줌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들을 근거로 지금보다 수영장 잔류염소 기준치를 훨씬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희태씨는 “미국 환경당국 검사결과 잔류염소 1.0mg/ℓ 이하에서는 크립토스포리디움이나 지아디아 병원체가 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도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처럼 1.0∼3.0mg/ℓ로 높여야 한다”고 문화부에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잔류염소가 과다하면 냄새가 심하게 나고 눈이 충혈되는가 하면 머리가 탈색되는 등 부작용이 심한 만큼 지금보다 더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수영장을 관리하는 당국에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논의에 부쳐보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씨는 “문광부와 환경부에 잔류염소 기준치를 바꾸자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문화부와 환경부 사이에 담당자가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는 상황이다”라며 ‘위험한 사각지대’라고 표현했다.

먹는 물 기준을 수영장에도 적용해야 하느냐는 대목과 관련해 서울대 윤제용 교수는 “수영장 물은 수돗물을 쓰기도 하지만 지하수를 쓰는 곳도 많다. 수돗물은 이미 한 차례 검사된 것이긴 하지만 지하수는 수영장에 공급될 때 먹는 물 목적으로 신고된 것도 아니고 음용수 기준 수질검사 항목이 체크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더욱더 먹는 물 차원에서, 즉 보건환경쪽에서 물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화부 관계자는 “먹는 물과 수영장 물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수영장을 많이 지어 수영을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수영장 수질기준은 인체에 ‘치명적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영장 물에 대한 문광부의 접근에는 수영장 물도 사람들이 먹게 된다는 점은 애초부터 빠져 있다. 이는 대장균군에 대한 규정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먹는 물은 50㎖에 한 마리도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수영장에 대해서는 5개 샘플 중 2개 이하만 대장균 반응이 나오면 ‘괜찮은’ 물로 치고 있다.

수영장협회는 나쁜 수질을 물값 탓으로 돌리면서 수돗물 값을 목욕탕 수준으로 대폭 내려줘야 한다고 당국에 줄곧 요구하고 있다. 수영장경영자협회 홍인표 차장은 “가정용 목욕탕용 업무용 영업용 등 4가지로 분류돼 값이 매겨지는 수돗물 값 체계에서 수영장은 목욕탕보다 물값이 4배나 비싸다. 웬만한 수영장도 물을 완전 교체하는 데 수백만원 들어가 1년에 한번 교체하기에도 벅차다”고 주장했다.

신빙성 없는 ‘김빠진’ 검사

외국에서는 수질검사를 할 때 풀장의 대각선 방향 두 군데에서 채수한 뒤 증발하기 전에 즉시 그 자리에서 측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수질항목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수질성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대충 검사항목만 정해놓은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환경과공해연구회 권기태씨는 “우리 법에는 수영장 수질을 검사하는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검사횟수 등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해진 몇개 수질항목들조차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상태인 것이다.

이는 수영장 수질검사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수영장 수질관리 책임자는 “잔류염소 수치는 공기중에 증발성이 강하고 물을 뜨는 위치나 순간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그런데도 검사나온 구청직원들은 샘플을 채취한 뒤 몇 시간이 지나서야 보건소에 측정을 의뢰하고 있다. 누가 그 검사결과를 따르겠는가? (구청쪽이) 영업정지 조처를 내린다는 것이 넌센스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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