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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수질관리 '익사'하다 서울의 수영장 수질관리 실태 추적 보고… 주먹구구식 염소농도 관리 “시민이 이 물을 먹다니”
깔판 아래 썩는 냄새 진동
하지만 수영장 물에 대한 과학적인 수질검사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한번도 없다. <한겨레21>은 지난 8월9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환경단체인 ‘환경과공해연구회’와 공동으로 서울시내 주요 수영장에 대한 수질 및 관리실태에 대한 종합점검을 벌였다. 조사대상은 실·내외 수영장을 가리지않고 모두 14곳이다. 지난 8월9일 오전 서울대 응용화학부 윤제용 교수팀과 함께 찾아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수영장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아치형 지붕으로 뒤덮인 드넓은 수영장에는 경영(성인용), 다이빙, 유아 풀장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취재진은 먼저 이 수영장 수질관리 책임자의 안내를 받아 지하 기계실로 들어갔다. 실타래처럼 어지럽게 얽혀 있는 관들 사이로 수영장 물을 걸러내는 커다란 정수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수영장 물이 이 정수설비로 보내지면 정화과정을 거친 뒤 다시 풀장으로 되돌아간다. 이 수영장의 수질은 바로 이 담당자가 얼마나 제대로 수질관리를 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담당자는 “경영, 다이빙, 유아 등 풀마다 1대씩의 정수설비가 연결돼 있어 6시간마다 수영장 물을 역세척하는 방식으로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에 단 한번이라도 전체 물을 갈아주고 있느냐”는 물음에 담당자는 “사실 못해도 1년에 한번은 물 전체를 다 빼고 새로 채워넣어야 하는데 아직 한번도 갈지 않았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경영상의 적자 때문이라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물이 아주 더럽지 않겠냐”고 물었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어처구니없었다. “원래 이 수영장은 수심이 2m이다. 그런데 초보자를 위해 수심을 1.2m로 맞춰야 했는데, 이를 위해 깔판 같은 것을 풀장 바닥에 대 수심을 낮췄다. 이러다보니 그 깔판 아래 온갖 침전물들이 지금 고여서 쌓여 있다.” 이어 수영장 수질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잔류염소를 얼마나 자주 측정하는지 물어봤다. “시간마다 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못하다. 여름에는 대충 25kg들이 (소독제를) 10∼20통 넣고, 겨울에는 3∼4통 넣는다.” 잔류염소는 수영장 물 속에 있는 각종 세균을 죽이는 데 쓰이는 소독제 성분이 물 속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대부분의 수영장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소독제로 쓰고 있는데 이 소독제의 염소 성분이 어느 정도 물 속에 잔류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동행한 윤제용 교수는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 이렇게 엉터리인 줄 몰랐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교수는 이어 “잔류염소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일단 잔류염소 기준을 1.0mg/ℓ(ppm)로 맞춰 놓은 뒤 소독제를 왕창 넣었다가 서서히 줄어들다가 다 없어질 때쯤 되면 다시 또 넣고 있다”고 혀를 찼다.
염소 때려넣는 ‘곡예운전’
윤 교수는 “잔류염소가 높으면 눈이 따갑고 충혈되면서 눈병(속칭 아폴로눈병)이 생기거나 피부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측정치를 거듭 확인했다. 환경단체인 ‘환경과공해연구회’ 권기태씨도 “유아용 풀의 잔류염소 3.4mg/ℓ는 심각하다. 아이들에게 눈병이 안 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하는 격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1차 점검에서 세 번째로 찾은 강동구 천호동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수영장은 ‘전문가 없이 제멋대로’ 이뤄지고 있는 수영장 수질관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 수영장 수질관리 책임자는 한국청소년연맹 본부에서 파견나온 직원이었다. 그는 “이 수영장은 한국청소년연맹이 위탁관리한다. 1년에 두어달 정도 개장할 때 와서 잠깐 일한다. 수질관리는 조금 아는 정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수영장을 들러본 느낌을 윤 교수는 이렇게 정리했다. “수영장 수질관리가 안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있는가. 이 사람들 수질관리하는 것을 보니 잔류염소량을 측정해 기준치를 벗어나면 염소를 무조건 때려넣고 있다. 적정한 잔류염소를 유지하려면 수영장에 맞는 소독제 정량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전혀 안 갖춰져 있다.” 윤 교수는 특히 “수영하면서 아무래도 물을 먹게 되므로 먹는 물과 같이 수영장 수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거듭 되풀이했다.8월16일, 서울 시내 주요 수영장에 대한 2차 점검에 나섰다. 이번에는 계명대 이태관 교수(환경학부)팀과 윤제용 교수팀의 염철민(서울대 응용화학부 박사과정)씨가 취재진과 동행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종로구 연지동 실내수영장인 대보랜드스포츠클럽. 수질관리자의 안내를 받아 정화조가 있는 지하 기계실로 들어갔다. 수질관리자는 “수영장 물 전체를 갈아주는 것은 손님이 없는 명절 때, 1년에 단 한번만 한다”고 말했다. 기계실에는 수영장 물을 역세척하는 데 쓰이는 여과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수영장 여과기는 풀장의 물이 탱크로 들어오면 응집제를 이용해 물 속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걸러낸 뒤 이를 모래나 자갈을 이용해 침전, 여과시키는 장치다. 그러고나서 소독약품을 쳐서 다시 풀로 되돌려보내는 게 정상적인 여과시스템이다. 응집제로는 주로 황산알루미늄이 쓰이고, 여과기 속에 들어찬 모래와 자갈은 응집된 이물질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염철민씨는 “응집제는 소독약품을 쓰기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 수영장은 거꾸로 여과소독을 한 뒤, 물을 풀로 되돌려 보내기 직전에 응집제를 쓰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응집제에 걸린 탁한 이물질들이 수영장 바닥에 그대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과방법조차 제대로 모른 채 수영장 수질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라는 게 염씨의 설명이었다.
전문 수질관리자가 한명만 있다면…
이 수영장 수질관리자인 문원교(52)씨는 “수질관리 전문가가 없어서 수영장 물을 잡는 데(적정한 수질을 유지하는 것)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도 처음에는 모르고 시작했다가 하나씩 스스로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염철민씨는 “수영장 물의 잔류염소 수치는 샘플을 떠서 실험할 때마다 바뀐다. 24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래야 소독제를 하루 얼마만큼씩, 몇번 넣어야 하는지 알수 있다. 다른 수영장들도 마찬가지지만 염소를 투입하는 담당자가 아무런 매뉴얼이나 지식도 없다”며 체계적인 수질관리교육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수영장 수질을 관리해주는 업체인 서금아쿠아(주) 한희태 실장은 염씨의 말을 수질의 밸런스로 표현했다. “수질에도 밸런스가 있다. 하루 수영장 이용객이 1천명이냐 500명이냐에 따라 잔류염소를 유지하려면 소독제를 어느 정도 투입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브레이크 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밸런스를 아는 수질관리자가 단 한명도 없다.”
“물 먹어도 괜찮다고 그래요”
강북구 번동 드림랜드 실외수영장의 유리잔류염소 측정결과는 이런 현실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었다. 검사결과 드림랜드 수영장의 성인용 풀은 0.07mg/ℓ, 어린이용 풀은 0.16mg/ℓ로 기준치를 훨씬 미달했다. 반면 유아용 풀은 1.7mg/ℓ로 거꾸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수영장 수질 책임자는 잔류염소가 들쭉날쭉 제멋대로인 이유를 나름대로 털어놓았다. “별다른 수질관리교육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 예전에 근무하던 사람한테 주워들은 대로 하고 있을 뿐이죠. 소독제 납품업자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면 듣고 그대로 해보곤 합니다. 또 제 나름대로 손님이 많으면 많이 넣고 손님이 적으면 적게 넣고 그럽니다.” 한국수영장경영자협회 홍인표 차장도 수질관리 전문가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수질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수영장 정화조가 기계실에 있다보니 보일러기사나 전기기사들이 정화조를 다루고, 다루면서 차차 배우고 그러는 형편이다.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다.” 한국수영장경영자협회는 그래서 3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세미나를 이수하면 수질관리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수영장은 한국수영장경영자협회 통계로 전국에 무려 724개에 이른다. 근처에 있는 드림랜드 실내수영장도 석관동 아에라수영장과 마찬가지로 입구에 걸린 게시판에는 이틀 전에 측정한 잔류염소량과 수소이온농도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 한번도 측정하지 않았던 셈이다. 동행한 계명대 이태관 교수는 “수질관리는 제쳐두더라도 측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니 아연할 뿐이다. 수영장 물은 목욕하는 물이 아니다. 수영하다보면 누구든지 물을 먹게 된다. 먹는 물 기준으로 접근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영장을 찾는 사람들은 어쩌다 수영장 물을 먹게 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드림랜드 실내수영장에서 금방 수영을 끝내고 나온 한 40대 여자 수영회원은 “물이요? 수영하다보면 엄청 많이 먹죠. 물을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지도교사들도 그래요.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다 수영하다 물 먹고 그러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먹는 물 기준으로 수영장 수질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러 먹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짤막한 말로 일축했다.
수지 맞추려니 ‘물갈이’도 안 돼
오후 5시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이었다. 이 수영장 윤정희 대표는 “때마침 수질이 최악일 때 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수영장 풀을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어린이 50여명이 들어가 있는 풀에는 바람개비 모양의 꽃씨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개장한 지 20년이 다 된 이 수영장은 물 속 바닥의 시멘트칠이 얽혀 벗겨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세한 페인트 조각들이 물 위에 떠 있는 게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이들은 개의치 않은 듯 신나기만 한 표정들이었지만 한 주부는 “너무 물이 더럽다. 돌아가고 싶지만 애들을 데리고 방금 들어왔는데 잠시라도 물 속에 있다 가야지 어쩔 수 있겠느냐”며 혀를 찼다.
행정의 사각지대, 대책마련 시급
이 수영장의 윤 대표는 그래도 “우리 수영장은 염소를 바가지에 담아 손으로 직접 뿌린다. 돌아가면서 구석구석 뿌리니까 수질기준 농도를 맞추는 데 자동 정화시스템보다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즉각 실시한 유리잔류염소 측정결과는 그의 말과는 달랐다. 성인 풀은 0.3mg/ℓ, 유아 풀은 0.24mg/ℓ로 기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4천여명인 이 수영장에는 취재진이 점검을 나가기 하루 전날 어린이를 중심으로 3500여명이 몰렸다. 이 수영장은 물을 완전히 빼고 새로 갈아주는 게 2년에 한번이다. 이 대표는 열흘에 한번 정도 물을 교체해주는 게 좋다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수돗물 요금 탓으로 돌렸다. “수영장 물로 쓰는 상하수도 물값이 너무 비싸 한번 갈아주는데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제대로 갈아주게 되면 채산성이 안 맞는다.”1차 수영장 점검에 동행했던 서울대 윤제용 교수는 “모든 수영장이 1년에 한번 물을 완전히 갈아줄까 말까하고 있다. 죄다 1년 동안 정수기를 돌려 계속 재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먹는 물은 재이용하는 경우가 없지만, 수영장은 어떻게 보면 재이용된 물을 먹게 되는 셈이다”며 수영장 수질관리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2차 점검에 나섰던 계명대 이태관 교수도 “수영장 관리실태가 한마디로 엉망이다. 수영장은 행정의 사각지대다”고 걱정했다. 이번 점검에서 나타난 서울시내 수영장의 수질관리 모습은 아무런 기준이나 지침도 없이, 모로 가더라도 어떻게든 법적 수질기준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수영장 물도 사람들이 먹게 된다는 점에서 이런 허술한 수질관리는 ‘위험한 줄타기’ 그것이었다. 취재에 동행했던 전문가들의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수영장 물은 단순한 체육시설을 넘어 먹는 물 차원에서 관리돼야 한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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