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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실패한 통합, 문제는 정책 동독의 자생적 발전 토대 무너뜨린 민영화… 경제적 낙후성 고착화될 가능성 높아
조기에 이루어진 화폐통합과 그 교환비(구서독DM:구동독Mark=1:1.475)는 동독지역의 경제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국제교역에서의 완충제인 외환정책의 독자성을 상실하고 구서독경제에 편입된 구동독지역 경제는 생산품의 급격한 가격상승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했다. 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화폐통합정책은 약 20%의 산업연관성을 가지고 있던 코메콘(COMECON)체제를 붕괴시키는 원인이 되고, 이는 다시 옛 동독산업에 결정타가 되었다.
동독기업은 서독의 생산라인일 뿐이었다
“옛 동독 국영기업의 사유화가 최상의 기업정상화 방안이다”라는 구호 아래 추진해온 신탁청의 민영화정책은 동일 업종의 서독 기업에게 매각협상에서 우선권을 부여하였는데, 그 결과 서독기업은 동독 국영기업을 인수한 뒤 폐쇄함으로써 잠재적 경쟁기업 봉쇄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기업인수 뒤 폐쇄는 아니더라도 옛 동독지역 및 옛 동구권 시장진출의 교두보로서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생산시설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핵심적인 연구기술개발부 등은 폐지함으로써 동독지역 산업은 서독 기업의 ‘연장된 생산라인’으로 전락하게 됐다. 동독 국영기업의 약 80%가 신탁청에 의해 서독 기업에 매각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서독 기업은 매각협상시 시간끌기 작전으로 일관하였고, 신탁청에 의해 관리되던 동독 국영기업은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적극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기업의 자산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절하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옛 동독기업(콤비나트) 내외적으로 형성돼 있던 산업연관성과 네트워크는 급격하게 파괴되고 휴먼캐피털(human capital)도 두 차원에서 급격히 가치절하되었다. 한 차원에서 산업붕괴에 따라 발생하는 대량실업자는 노동과정에서 이탈됨으로 인해 그 인적 자산가치가 절하되었다. 이미 1992년 말, 신탁청에 의해 관리되던 기업에 종사하던 410만 노동자의 약 65%에 해당하는 260여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다른 차원에서 옛 동독지역 경제의 자생적 발전동력으로 작용했어야 할 기술개발인력자산가치가 급격히 퇴락했다. 결국 옛 동독지역의 산업기반은 해체·붕괴되었고, 이후 자생적 발전의 동력을 상실한 경제구조는 서독으로부터의 엄청난 재정적 지원에 의해서 지탱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의 재정정책에 장기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최근 다양한 차원에서의 사회복지 삭감은 이미 통일경제정책의 오류에 배태되어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정책이 고비용·저효율 키워
서독 기업에 대부분의 동독 국영기업이 매각됐음에도 서독자본의 신규투자는 미미한 정도에 머물고 있고 신규고용창출의 가능성도 부재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자산형성의 기회는 고사하고 취업의 기회마저 상실당한 옛동독 주민의 ‘2등 국민’ 의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겠다. 현재 옛 동독지역의 실업률(19%)은 구서독지역(9%)에 비해 두배에 이르고, 개별가구의 자산가치는 서독지역 주민의 약 25%에 머물고 있다. 옛 동독지역 지방정부의 자본유치 노력 및 다각적인 경제진흥 정책에도 불구하고 신규자본의 유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경제적 낙후성은 이른 시일에 극복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현재의 상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통독사례에서 성급하게 비관주의적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 독일의 통일경제정책은 독일의 구체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당시 콜 정부는 통일이라는 특수상황을 1982년 집권한 이래 일관되게 추진하던 탈규제정책 실현의 기회로 보았고, 따라서 독일통일 과정은 이에 따라 추진된 정책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비용·저효율로 결과한 독일 통일경제정책은 다양한 가능성의 하나에 불과하다.
송태수/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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