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7월28일 제721호
2008년 여름 농촌 ‘절망’ 보고서

기자들의 3박4일 농활… 충남 부여군 임천면 구교4리, 38가구 76명의 이야기

▣ 부여= 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예초기를 논두렁에 집어던진 김준성(55)씨가 말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쇠스랑을 들고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곡물값은 제자리 걸음인데, 비료값은 1년새 갑절 넘게 올랐고 기름값 상승에 트랙터 부리기도 겁난다. 뼈빠지게 한 해 농사 짓는데, 본전치기에 그치게 생겼다. 마을에서 가장 많은 1만평의 논농사를 짓는다는 그의 사정이 이러니 다른 집 얘기는 들으나마나다. 누군가는 “농부들이 쇠스랑 들고 서울 올라가면 이 나라도 끝장”이라고 했다.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가 서민의 삶에는 무관심하고, 그 중에서도 농촌은 저 뒤로 밀려있다는 한탄도 쏟아졌다. 농사 짓다 신용불량자가 된 농민이 이 마을에만 6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들렸다.


△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여건이 힘들다. 낙담한 표정으로 논을 바라보고 있는 김준성씨.

지금 농촌에는 무관심과 버려짐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자양분 삼아 절망과 좌절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15살 밑의 아이들보다 65살 이상 노인이 11배나 많은 기형적 인구 구조는 불과 10년 뒤 이 공동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하기조차 겁나게 한다. 베트남·필리핀에서 온 며느리들은 숨가쁜 적응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 태어난 아이들은 친구가 없어 외롭다.

<한겨레21> 기자들이 지난 7월20일부터 3박4일 동안 농활(농촌 활동)에 나섰다. 충남 부여군 임천면 구교4리. 힘겨운 호흡을 이어가는 농민들과 7월의 땡볕 아래 함께 일하며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여봤다. 38가구 76명, 구교4리 사람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2008년 여름 대한민국 농촌의 눈물이요, 볏잎보다 시퍼런 분노였다.…


△ 햇빛 뜨거운 한낮에 마을 정자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주민들.


△ 농촌은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대로 가다가는 농촌이 다 죽는다고 말한다. 살던 이가 떠난 빈집은 잡풀이 무성한 폐가로 변했다.


△ 각종 비용 인상과 노동력 부족으로 묵히는 땅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벼농사를 짓던 땅에 잡초만 자라고 있다.


△ 필리핀에서 온 에밀린 누피아노씨의 저녁 시간. 시아버지와 남편은 아기를 보며 시름을 잊는다. 아직 백일도 되지 않은 아기는 이 가족의 보물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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