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권 OTL - 조국의 선언]
항변하라, 나도 사람이라고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서 동등하다”라고 선언한다. 제2조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및 그 밖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떤 종류의 차별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선언한다. 이 두개의 조문은 세계인권선언의 근본사상을 집약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혼혈인, 난민, 양심적 병역거부자, 좌파 활동가, 형사피의자·피고인, 수인,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북한 이탈주민, 성적 소수자, 정신병력자, HIV/AIDS 감염인, 한센병 환자 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의 예를 들어보자. 이들에게 단일민족의 혈통과 문화를 더럽히는 놈, 정통이 아닌 이단교리를 따르는 놈, 가짜 양심을 빌미로 병역을 기피하는 놈, 빨갱이 사상에 물들어 북한을 이롭게 하는 놈, 정규직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놈, 범죄를 일삼고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놈, 성도착에 빠져 질병을 퍼뜨리는 놈 등 왜곡된 딱지가 붙고 차가운 시선이 던져진다. 나아가 감금·처벌·추방되기도 한다.
물론 사회적 강자나 다수자가 이러한 노골적인 비난을 공공연히 일삼지는 않는다. 배운 교육이 있으므로 공식적으로는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존중과 보호를 말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자신들에게 불편이 초래될 때 태도는 표변한다. 이 순간 인권은 강자와 다수자의 이익과 편의의 틀 내에서만 의미를 갖는 초라한 존재로 전락하며, 민주주의는 다수자의 전제(專制)로 변질한다. 바로 이 순간 약자와 소수자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다! 나를 사람으로 대우해라”라고 항변할 수 있음을 선언은 밝히고 있다. 간명하지만 인간의 이성과 양심을 울리는 말 앞에서는 어떠한 강자도 다수자도 움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 |  |